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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장문리뷰입니다.

 

 

1.PNG.jpg.

 

스포일러 있구요, 글이 좀 길고 매끄럽진 못하지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놀고, 알바하고, 영화보고 등등 나름 바쁘게 지내고 

있다보니 한동안 글을 안썼는데 이번 영화는

너무 좋아서 글을 안쓸수가 없더라구요..ㅋㅋ

참고로 왓챠에 쓴 글 복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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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길고도 긴 예술의 역사에서, 뒤 돌아 봄을 터부시하는 것은 금기에 대한 일종의 원형처럼 자리한지 오래다. 헌데 본 영화 속 주요 레퍼런스로 차용된 오르페우스가 그러했듯이, 혹은 구약성서에서 롯의 부인이 그러하였듯이 미련하게도 인간은 찰나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이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했다. 적어도 내가 본 예술작품들 중에서 이 금기를 지킨 이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한 주인공 치히로가 유일하다. 허나 그건 말 그대로 인간이 아닌, 어린 관객층을 향한 교훈을 위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발라내어도 상대적으로 이물감이 덜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아닌가. 돌아보지 말 것에 대한 금기를 지킬 수 없는 건 인간의 필연적 숙명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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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느 유명한 영화의 대사 말마따나, 인간이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즉시 코끼리를 생각하는 생명체고, 더 나아가 뒤 돌아보지 말 것을 명받으면 어떻게든 뒤를 돌아보는 아둔한 존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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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흥미로운 건, 그 필연적 숙명을 겸허히 받아들인 예술가들이 있다는 것이다.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드레스덴 대참사를 겪은 실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5도살장>이란 소설을 쓴 작가 커트 보니것은 해당 소설에서 뒤 돌아 봄의 금기를 저버린 롯의 부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그녀가 기어이 뒤를 돌아보았기에, 이는 정말 인간적이기에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고. 그리고 본인 역시 외면해도 좋을 자신의 참혹한 과거를 뒤돌아보며 필생의 걸작을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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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본 영화의 감독인 셀린 시아마 역시 커트 보니것과 비슷한 유형의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돌아보면 안 되는 것을 알면서도 결국 뒤를 돌아보고 마는 인간들의 그 어리석음에 그럴듯한 명분을 보태주어 그들을 숭고하게 기록하는 것.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그 자체로 가슴 절절한 멜로드라마인 동시에 시선의 교차를 통해 예술의 의의를 건져 올린 탁월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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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라인의 약 4분의3 정도의 지점에서 출발하는 영화는 마리안느의 한 학생이 마리안느가 일전에 그린 그림에 대해 질문하는 순간, 플래시백을 통해 타임라인의 첫 번째 지대로 점프한다. , 마리안느의 심리에 근거한 이 플래시백은 시작부터 마리안느를 관객의 동일시 인물로 설정해 관객에게 이입의 대상을 미리 지정해 준 셈이다. 그런데, 30분 정도 영화를 보다보면 알 수 있는 사실이 하나 있다. 바로 오프닝 시점의 마리안느와 플래시백 시점의 마리안느의 상태가 다르다는 것. 오프닝 이후 30분가량 누군가를 관찰하는 주체로서 자리하던 마리안느는 어째서 미래시제인 오프닝에선 관찰의 대상으로 자리했던 걸까. 영화가 이런 형식적 대조를 극명히 설정한 이유는 이후의 전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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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페우스 신화를 핵심적 뼈대로 삼는 본 영화에서)배를 타고 저승을 향했던 오르페우스처럼 배를 타고 극중 공간인 섬에 이르는 마리안느는 텍스트 내에서 자연스레 오르페우스로 치환되며, 오르페우스 신화를 오르페우스를 주체로 삼아 해석하는 사회적 통념처럼, 그녀 역시 극중 명백한 주체의 자리에 오른다. 바라보는 주체와 바라봄의 대상이 뚜렷이 구분돼 있고 이에 따른 시점 숏까지 명확히 나눠져 있는 시선의 일방성은 자연스레 엘로이즈를 객체로 내몬다. 거기다 엘로이즈는 원치 않는 결혼까지 예정돼 있는 수동적 인물이자 마리안느에 몰입해 있는 관객의 입장에서 억압받고 사는 부자 아가씨라는 확실한 타자의 위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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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이처럼 바라보는 이와 보이는 이의 구분, 혹은 뒤 따라가는 이와 앞서가는 이의 구분이 극중 맥락에 맞춰 명확하게 짜인 영화는 머지않아 약간의 균열을 일으킨다. 엘로이즈가 마리안느에게 가져온 책을 부탁하는 순간, 엘로이즈를 뒤 따라가던 마리안느는 갑자기 그녀를 앞서가게 되며 카메라는 엘로이즈의 시선으로 마리안느를 응시한다. 이전까지 영화의 전제가 완벽에 가까웠기에 관객의 입장에서 생경함이 불쑥 찾아오는 대목이며 동시에 시선의 권력이 역전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일견 엿보인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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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한 쪽의 시선만이 투영된 예술인 엘로이즈의 초상화가 완성된다. 헌데 예술의 주체인 마리안느나, 대상인 엘로이즈나 영 탐탁지 않아 보이는 눈치다. 자신 같지가 않고 생동감이 부족해 보인다는 엘로이즈의 두루뭉술한 지적 그대로 마리안느의 첫 번째 그림은 무언가가 부족하다. 그녀의 첫 그림이 아쉬웠던 까닭은 단순하다. 바로 주체와 대상 상호간의 시너지가 부재했기 때문이다. 딸이 원치 않는 결혼을 종용하며 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자신이 바라는 도시에 딸을 정착시키려드는, 달리 말해 엘로이즈의 위치를 철저히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그녀의 어머니가 잠시 집을 떠나고, 마침내 엘로이즈가 스스로 모델이 될 것을 자처하며 대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주체로서 자신의 의지를 표명하는 순간 그들의 예술에 변화가 도래하고 모든 것이 역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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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집을 떠난 뒤, 모델의 자리에서 포즈를 취하던 엘로이즈는 곧바로 그 자리에서 마리안느를 불러 자신의 자리에 오게 한 뒤 그동안 자신의 관찰을 고백한다. 그려지는 이의 프레임, 즉 다시 말해 대상의 프레임에 그려지는 이와 그리는 이가 함께 배치된 프레임의 구도와 더불어 당신이 나를 볼 때 나는 누구를 보겠어요.”라는 엘로이즈의 대사로 말미암아 마리안느가 엘로이즈를 바라본다. 라는 영화의 전제, 혹은 주체=마리안느, 대상=엘로이즈 라는 영화의 구도는 사실상 이 지점에서 거의 무너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여타 영화들이었다면 이 대목에서 키스신을 배치해 이들의 감정을 확고히 단정 지었을 법도 한데 감정적 여운만을 남긴 채 정서적 텐션을 다음 장면으로 연장하는 본 영화의 선택이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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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의 억압이 팽배했던 보수적인 시기지만 극중 공간에 남성은 부재하고, 시선의 권력 또한 무화된 시점이니 남은 권력의 비대칭은 단 하나 뿐이다. 바로 계급의 문제다. 허나 영화는 엘로이즈의 어머니가 집을 떠난 기간을 일종의 궁극적인 평등으로 설정하기 위해 계급의 문제 또한 곧바로 거세한다. 귀족 아가씨, 화가, 하녀 할 것 없이 낄낄 웃어대며 밤새 하는 카드게임, 한 프레임에 담기는 와인을 따르는 귀족 아가씨와 앉아서 뜨개질을 하는 하녀의 모습. 그 자체로 계급이 사라진 평등의 산물인 셈이다. 영화는 이러한 여성들의 연대, 화합 정도에만 머무르지 않고 여기에 과감한 페미니즘적 서사를 추가한다. 조금 뜬금없게 여겨질 만도 한 하녀 소피의 낙태 에피소드가 이 무렵에 등장한 까닭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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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가 낙태를 하게 된다는 전개 자체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원치 않는 아이라도 어미라면 홀로 아이를 키워 내야하는 것이 도리라 말하는 사회의 고정관념을 전복하고 어머니이기 이전에 여성으로서 그들의 주체성을 응원할 필요가 있다는 하나의 표명인 것이다. 헌데 개인적으로 머릿속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미지가 하나 있다. 바로 낙태시술이 끝난 무렵에 소피와 한 프레임에 등장하는 살아있는 아이의 울부짖음이 그러하다. 관객에 따라선 이를 낙태와 출산을 동등한 층위에 놓는, 즉 낙태의 주체성을 찬미하는 은유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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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통에 겨워하는 소피를 똑바로 응시하지 못하는 마리안느와 낙태를 마친 뒤 자신의 옆에 누운 살아있는 아이를 곧게 쳐다보지 못하는 소피의 표정으로 말미암아 나는 조금 다르게 보고 싶다는 의견이다. 뱃속의 아이를 의학적으로 없애자마자 살아있는 아이를 봐야한다는 소피의 심리적 고통, 그런 소피를 바라봐야하는 마리안느의 고통. 이건 어쩌면 여성들의 주체성을 응원하되 낙태라는 행위가 필연적으로 지닌 이면의 윤리까지 함께 응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시술 도중 엘로이즈는 시선을 회피하는 마리안느에게 말한다. 똑바로 보아라고. 그녀들은 주체적으로 행동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그 권리에 따른 책임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이어서 그들이 시술과정을 한 폭의 그림으로 기록한 건 예술의 메커니즘을 통해 그 죄스러운 자유의 순간을 영영토록 기록함으로서 자신들의 주체성에 윤리를 획득하기 위함이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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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시선, 계급, 그리고 예술. 영화의 주된 담론인 이 요소들이 모두 평행을 이뤘으니, 이제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흔들렸던 정서의 불씨가 타올라야 할 차례다. 두 인물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야밤의 합창장면은 영화의 모든 요소가 숨 막히도록 균등히 배치되어 있다. 숲으로 이동하는 마리안느, 엘로이즈, 그리고 소피를 나란히 걷게 하는 구도와 이들을 하나같이 어두컴컴하게 찍는 촬영, 그리고 수평의 구도로 손을 맞잡은 채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모습엔 계급의 개념자체가 무의미하며 그들을 억압했던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어서 마리안느와 엘로이즈 서로의 시선이 순차적으로 교차하고 그 시선을 종횡으로 누비는 음악이 예술의 자리에서 흐르는 순간 영화를 관장하는 모든 요소가 균질하게 배합된, 진정 평등한 사랑의 시작이 찾아오는 것이다. (사실 여기서 딱 한 가지 요소가 언밸런스하다. 불과 물의 모티브를 사용하며 줄곧 마리안느를 불, 엘로이즈를 물의 이미지와 병치시켜온 영화가 마리안느의 시선에서 엘로이즈의 옷에 불이 붙는 것, 즉 마리안느의 정서가 엘로이즈에게 전이된 것을 은유해놓고선 그 반작용에 해당하는 엘로이즈의 시선에서 물의 이미지가 마리안느에게 옮겨 붙은 것을 묘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정교하게 축조된 이 세계에서 물의 이미지는 잠시 후에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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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평등의 공간에서, 마침내 마리안느와 엘로이즈는 대상과 주체의 개념이 무화된 예술인 초상화를 완성한다. 그리고 초상화가 완성된 뒤 그들의 예술은 마치 생명이라도 획득한 듯 환영이 되어 살아 움직인다. 허나 애석하게도 그들의 예술을 낳은 평등의 낙원은 곧 기한이 다할 운명이다. 한동안 존재가 보이지 않았던 남성이 배를 통해 섬에 입장하며 이어서 엘로이즈의 어머니가 섬에 도착하는 순간 그들의 낙원은 쉽사리 무너지고 만다. 모두가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고 극중 두 인물은 이에 서로 다투기까지 하지만 영화는 쉽게 현실의 한계를 무너트릴 생각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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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로이즈의 결혼에 대한 문제로 다투다 서로 화해를 하는 대목에서, 마침내 엘로이즈의 물의 이미지가 마리안느에게로 이동한다. 마리안느의 불이 모닥불 앞에서 엘로이즈의 옷깃에 불을 붙였다면 엘로이즈의 물은 바닷가 앞에서 마리안느의 눈시울에 눈물을 일게 한다.(붉은 옷을 입은 마리안느를 바다에 빠트리며 시작하는 영화는 이후 화로, 담뱃불, 모닥불 등으로 불의 이미지를, 혹은 바다, 눈물, 푸른 의상 등등으로 물의 이미지를 강박적으로 생성, 대조, 병치한다.) 이어서 둘은 이 이상으로 동일할 수 없다시피 할 정도의 상징적인 동일시를 경험한다. 마리안느가 엘로이즈에게 줄 자화상을 그리는 행위는 그리는 이와 그려지는 이의 대상이 일치하다는 점에서 마리안느의 주체성이 다분히 엿보이고, 자신의 성적 지향이 담긴 국부의 자리에 거울을 놓아 마리안느의 얼굴을 비치게 하며 자신의 레즈비언적 가치관을 은연중에 표명하는 엘로이즈의 행위 역시 시대를 막론하고 다분히 주체적인 것이다. 결국 상호간의 주체성이 담긴 엘로이즈의 초상화와 마리안느의 초상화는 그 자체로 그들 사랑의 합일성이 담긴 산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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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한계를 무시할 수 없는 1700년대의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서로가 완전히 동등한 위치에 놓인 채 자신들의 주체성과 예술로 서로를 영원토록 기리는 것이다. 마리안느가 엘로이즈를 떠나는 대목에서, 그들은 이전에 자신들이 말하였던 해석을 직접 시연해 보인다. 오르페우스의 아내로 유명한, 그 자체로 하나의 대상에 불과했던 에우리디케는 엘로이즈가 되어 뒤 돌아 보라는 주체적인 요구를 하고, 신화의 주체였던 남성 오르페우스는 여성으로 젠더체인지가 된 뒤 지난날들을 되새기기 위해 시인의 입장에서 금기를 저버리고 뒤를 돌아본다. 여기서 엘로이즈의 모습이 초상화의 환영이라는 건 사실 상 무의미하다. 우리 모두가 실제 엘로이즈가 그렇게 했으리란 걸 알고 있고 또 앞서 거듭 말했듯 그 예술엔 엘로이즈의 주체성이 녹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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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시 돌아와서 플래시백의 시간대와 다른 위치에 놓여있던 오프닝 시간대의 마리안느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다. 그렇다. 타임라인의 약 4분의3정도에서 마리안느는 누군가에 의해 그려지는 초상화의 대상 위치에 놓여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본 뒤 오프닝을 다시 복기해보면 대상이라는 위치보다 더 중요한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로 그 시점의 마리안느가 대상의 위치에 놓여 자신의 학생들에게 자신을 어떻게 그려야하는지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만남 이후의 시간대인 오프닝은 사실상 둘의 만남 이후로 주체와 대상의 경계가 흐릿해졌음을 시작부터 암시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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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의 시간대와 그대로 이어지는 영화의 후반부엔 마리안느의 변화가 뚜렷하게 관찰된다. 시종 붉은 옷으로 일관하다 푸른 옷을 입고 있는 그녀의 자태와 당대의 여성화가로서 받은 억압에 분풀이라도 하듯 남성화가의 이름으로 출품한 자신의 작품을 당당히 자신의 것이라 말하는 그녀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평등의 낙원에서의 닷새 밤이 그녀 인생에 어떤 의미였는지를 어렴풋이 가늠한다. 이어서 오랫동안 기억될 아찔한 엔딩시퀀스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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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시선의 일방성에서 시선의 쌍방향성으로 이야기를 진전시켜온 것과 다르게 슬프게도 엔딩에서 마리안느와 엘로이즈의 시선은 일치하지 않고, 이어서 흐르는 그녀는 나를 바라보지 못했다.”라는 마리안느의 내레이션이 이 비극에 종지부를 찍는 것만 같다. 그렇다면 결국 영화의 엔딩은 마리안느만이 엘로이즈를 바라본 비극으로 귀결되는가? 그렇다고 생각될 무렵 격하게 우는 엘로이즈의 모습이 이 이야기를 재차 아름답게 전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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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의 직전 즈음에 한 남성이 그림을 보더니 마리안느에게 말한다.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구도가 이상하다고. 우리가 으레 생각해오던 구도와 달라 신기하다고. 여기서 바로 영화의 감독 셀린 시아마가 건져 올린 예술의 의의가 발견된다. 불가능을 가상의 공간에서나마 가능케 하는 것, 마주볼 수 없는 현실 속의 구도를 마주볼 수 있도록 조작하는 것. 어쩌면 이러한 허구성이야말로 예술의 진정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마리안느는 엘로이즈의 그림을 보고 눈물짓는다. 그리고 엘로이즈는 마리안느가 일전에 들려주었던 클래식을 듣고 눈물짓는다. 결국 한 명은 시각의 형태, 또 다른 한명은 청각의 형태일 뿐, 어쨌든 둘은 예술이란 관념 속에서 서로를 응시하였고 서로를 그리워하였기에 그들의 시선은 결코 엇갈렸다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시각과 청각이란 그들의 상반되는 응시의 방식은 시청각 예술인 영화라는 포맷에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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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든, 구약성서에서 롯의 부인이든, 그리고 본 영화에서의 마리안느든, 결국 뒤 돌아 보지 말 것에 대한 금기가 시대를 막론하고 반복되는 건 말 그대로 시대를 막론하고 그 금기를 지키지 못하는 이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영속하는 악습 속에서 셀린 시아마는 이들을 지탄하기에 앞서 이들을 이해한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은 기어코 뒤를 돌아보는 이들의 아둔함을 사랑하는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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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댓글을 많이 달아야 레벨업을 할수 있어요~!!
1등 easybrain 2020.01.21. 22:14
잘 읽었습니다 글빨 부러워요ㅜㅜ
댓글
한물결 작성자 2020.01.21. 22:34
easybrain
많이 부족합니다ㅜㅜ 아무튼 감사합니다!
댓글
한물결 작성자 2020.01.21. 22:34
엘산나
감사합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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