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감상후기(노스포): 그래도 이 영화는 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상영관에서 봐야 할 이유는 다름아닌 음악 때문입니다. 이 작품 전체를 두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씬은 15분 남짓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요. 배경음악이 전혀 없는 이 영화의 주의를 환기시키는데 이어, 마지막 클라이막스까지 어느 대사로도 하지 못한 감정들이 음악에 실려서 관객의 마음을 자극합니다. 일반적인 가정 환경에서 보기엔 아까운 장면과 사운드가 존재하므로, 이왕 볼 마음을 굳히신 분들은 상영관을 찾으시는게 낫겠네요.
아름다운 앵글과 화면에 아름다운 배우들이 나오지만, 다소 정적인 연출에 지루함이 없지 않았는데요. 이렇게 된 큰 이유가 단지 작품이 원래 그래서라기 보다는, 부산국제영화제 상영 당시의 자막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느꼈습니다. 대사 뒤에 숨은 여백이 더 중요한 영화라 할지라도, 그 인물의 성격과 신분에 맞는 뉘앙스의 대사 번역이 뒤따랐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완전히 지울수는 없었네요.
그렇지만 그토록 천천히 주인공들의 감정을 한겹 한겹 그림을 그리듯 쌓아가던 영화가, 후반부에 와서 격정적인 호흡으로 바뀝니다. 무심코 넘겼을지 모를 영화속 장면들이, 막판에 다시 생명을 얻으면서 폭풍우처럼 휘몰아치기 시작하는데요. 그 멜로디 위에 얹힌 배우의 연기는, 단지 그 10분만을 위해서 상영관을 다시 찾을 가치가 있을만큼 강렬했습니다. 우리 인생도 그렇듯이, 단 하룻밤의 인연을 평생 간직하며 살아가는 일도 있는 것처럼 말이죠. 누구에게나 추천하기는 힘들겠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기억속에 오래 남을 영화가 될수 있을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