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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다 [해치지않아]를 보고 주절주절(스포 있음)

poster1.jpg

 

1월 15일 개봉한 한국 코미디영화 [해치지않아]를 보고 왔습니다.

 

상당히 요상한 영화였습니다. 예고편 낚시가 장난아닌 작품이었습니다. 보고 오신 분들의 '....?'한 반응도 영화를 다 보고 나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코믹 요소를 불가피하게(?) 사용한 드라마 장르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재밌고 밝고 이따금씩 유쾌했지만 동시에 처절하고 슬프고 청승맞았습니다. 

 

movie_image (1).jpg

 

전 좋은 쪽으로 요상하다 느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을들의 애처로움을 희극적으로 표현해내니 더 슬프고 씁쓸했달까요. 이 영화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들 대부분이, 등장인물들에겐 살아남기 위한 몸짓입니다. 상황이 그들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고 맙니다. 그 중심에는 돈과 생존의 문제가 있습니다. 동물원에서 펼쳐지는 상황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장면들을 마냥 웃고 넘기기에는 참 씁쓸합니다. 보통의 상업영화에서 동일한 주제를 다뤘을 때와는 결이 다른 마이너한 접근방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이 영화를 주인공 태수의 관점에서 보면 정말이지 눈물나는 이야기입니다. 결론적으로 영화 속에 나오는 모두들 - 심지어 동물원에 위태롭게 남아있었던 진짜 북극곰까지도 - '해치지 않아졌'지만, 유일하게 태수만이 자신 앞에 닥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리 아둥바둥 노력해서 얻게 된 안위를 스스로 해치고 마니까요. 심지어 그런 노력으로 그에게 남은 것은.. '가짜 동물원을 운영했다'는 오명 뿐입니다. 그런 불명예스러운 얘기들을 면전에서 아무렇지 않게 입 밖으로 꺼내며 태수를 알아보는 사람들. 난감해하고 스스로를 애써 항변도 해보지만 태수는 사진을 찍어달라는 그들의 요청을 들어줍니다. 그 짧은 장면에서 태수가 동물원에 갇힌 동물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으면서 엔딩의 뒷맛이 한층 더 씁쓸해졌습니다. (물론 영화는 이전까지 그랬듯 그런 쓴맛을 애써 부각시키지 않으며 엔딩은 해피엔딩에 가깝게 그려지긴 합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몇 주 전에 본 [시동]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두 영화가 제법 닮았습니다. 코믹이란 장르의 탈을 쓰고 현실의 씁쓸함을 조명하며 나름 기존의 상업영화와는 차별화된 느낌을 주기 위해 애썼다는 게 본편에 언뜻언뜻 묻어나있습니다. 다만 서사에 있어서는 [시동]은 서사의 열기를 한순간에 진화해버려서 김빠진데 비해, [해치지않아]는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순간까지 은은한 일관성이 깔려있었다는 점에서 한층 더 나은 전개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할 만한 코미디 영화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아쉬운 점도 상당헀습니다. 그렇지만 계속 생각나게 만드는 그 오묘한 매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정말 독특하고 '웃픈'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께는 추천드려봅니다. 이런 영화에 마음 가는 거 보면 스스로도 영화 취향이 흥행과는 거리가 있는건가하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됩니다.

 

---

movie_image (2).jpg

 

* 태수 캐릭터는 [족구왕]의 홍만섭이 출세한 버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같은 안재홍 배우가 연기해서 그런 것도 있었지만 로펌에서 태수가 삐딱선을 타는 대사를 칠 때 '어 저건 홍만섭 사고방식인데?' 싶었습니다. 여러모로 보는 내내 반가웠습니다. 

 

* 영화를 보고 예고편을 보니 더 슬퍼집니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는 셀링포인트를 코믹 쪽에 맞추지 않으면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요소가 미약한 걸 부정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런 탓에 예고편에 엑기스가 상당히 많이 나가버린 것 같습니다. 홍보하는 분들도 고민이 좀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면 탈을 쓰고 실제 동물이 있네 했던 동산 파크의 재개장과 영화의 홍보가 서로 좀 비슷해보이기도..합니다. 

추천인 2

  • 라일라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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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꽃 흔들리는꽃
28 Lv. 85223/100000P

화려하게 무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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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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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mvlike 2020.01.21. 03:11
맞습니다. 그 오묘한 매력 땜에 재관람도 재미있게 봤었네요. 감독의 전작들도 흥미가 생깁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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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꽃 작성자 2020.01.21. 14:23
mvlike
저도 아직 호평을 받은 그 두 편을 못봤는데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도 싫지는 않지만 감독만의 독특함을 느끼기에는 어딘가 허전한 영화였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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