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 포에버] 간략후기
윌 스미스, 마틴 로렌스 주연의 버디 무비 시리즈 3번쨰 편인 <나쁜 녀석들: 포에버>를 보았습니다.
1편 이후 8년 만에 2편이, 2편 이후 17년 만에 3편이 나왔으니 어지간한 프랜차이즈 중에서도
제작 주기만 놓고 보면 수위권에 있을 <나쁜 녀석들> 시리즈의 이 세번째 영화는
지난 두 편을 함께 한 마이클 베이의 손을 벗어나면서 시대에 걸맞지 않은 기름진 코드는 걷어내는 한편
시대를 돌고 돌아 지금 세대가 선망하는 90년대 버디 무비의 힙한 감성을 성실하게 유지하면서
25년이 한 시리즈가 쇠퇴하는 시간이 아닌,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체득한 시간이 되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마이애미의 치안을 25년 간 지켜 온 형사 콤비 마이크(윌 스미스), 마커스(마틴 로렌스)도
세월이 지나니 은퇴를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었습니다. 마이크는 여전히 가정을 꾸리지 않은 채
자유분방한 삶을 살며 형사의 길을 걷길 원하지만 최근 손주까지 본 마커스는 편안한 은퇴자의 삶을 원합니다.
그러던 중 복수의 목적을 띤 것으로 보이는 의문의 인물에 의해 마이크가 위협을 받게 되고,
마이크와 마커스는 젊은 구성원들과 신식 무기로 무장한 마이애미 경찰팀인
AMMO과의 공조와 더불어 다시 한번 힘을 합쳐 위험한 미션에 뛰어들게 됩니다.
나이가 나이이니 만큼 이제는 남은 삶을 생각해야 하니 겁도 많아지고 체력도 쇠해졌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입으로 쉴 틈 없는 수다를 떨고 남아있는 무모함을 탈탈 털어 위기 속으로 뛰어들어 갑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트렌드를 관통하고 있는 '90년대 감성'의 영향인지, 95년에 첫 편이 나온
<나쁜 녀석들: 포에버>가 보여주는 90년대 버디무비의 감성은 새삼 힙하게 다가옵니다.
따발총 같이 이어지는 유머와 성인을 위한 폭력을 버무리는 데 열중하는 영화의 태도에서
관객에게 뭔가 의미심장한 것을 남기겠다는 의지는 찾아볼 수 없고, 실제로 관객도 그렇게 느낍니다.
그러나 어떤 거대한 세계관 구현이나 화두 제시에 대한 욕심 없이, 서로 투닥거리다 화해하기를 반복하며
마이애미의 평화를 지키는 데에만 집중하는 형사 콤비의 활약은 멋을 중시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의미를 발견하게 되던 90년대 할리우드 영화의 감수성을 오랜만에 느끼게 하며 흐뭇하게까지 다가옵니다.
목숨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도 드립 본능을 끊을 수 없는 마커스와
그런 마커스를 귀찮아 하는 듯 하면서도 받아줄 건 받아주는 마이크의 호흡은
25년이라는 세월이 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실감케 할 만큼 이제는 몸에 밴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나쁜 녀석들: 포에버>가 그렇다고 추억팔이에만 열중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리즈 처음으로 감독이 바뀌기도 했고, 긴 시간이 흐른 만큼 변화한 시대상이 반영되어 있기도 합니다.
마이클 베이 감독이 빠지면서 기름기는 걷어내고 힙함만 남긴 것은 시리즈의 생명력을 연장시킬 좋은 대안입니다.
지난 영화들에 밴 마이클 베이 특유의 '쌈마이' 정서가 상당 부분 사라진 것이 아쉬운 관객들도 있을 것이나,
그가 지난 영화들에서 선보인 개그의 기질이나 성(性)을 다루는 태도가 지금 시점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터.
이번 <나쁜 녀석들: 포에버>에서는 마이크-마커스 콤비와 함께 하는 AMMO 팀의 팀장을 여성이 맡고
그 구성원들도 남녀 성비는 물론 라틴계와 동양계 등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하는 차별성을 두었습니다.
또한 각 캐릭터들이 기존의 성이나 인종에 따른 스테레오타입에 의존하지 않고 독특한 성격을 갖추어,
이번 편에서만 소비되지 않고 저대로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이어가도 좋겠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프랜차이즈의 경우 꼭 나오는 화두가 '세대 교체' 이슈이고, 이 영화도 그걸 피해갈 순 없었습니다.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마이크와 마커스 모두에게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비중있게 부여하고,
앞서 언급한 AMMO 팀과 만나게 함으로써 세대 교체 이슈를 풀어내는데 이는 호불호가 갈릴 부분입니다.
AMMO 팀과의 공조 에피소드는 액션 프랜차이즈로서 보여줄 수 있는 세대 교체 메시지의 한 형태로,
무작정 들이닥치던 '나쁜 녀석들' 식 수사와 몸 대신 드론 먼저 보내는 AMMO 식 수사의 대비를 통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려는 세대 간의 갈등과 이해로 경쾌하게 보여줍니다.
다만 전중반부 몇몇 장치를 통해 나름의 복선을 깐 뒤 보여주는 뜻밖의 전개로 가족 이야기를 끄집어 내는 부분은
캐릭터의 급작스런 변화와 함께 '나쁜 녀석들'의 이미지를 섣불리 희석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자아냈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오래된 시리즈의 마지막 한방일 줄 알았던 <나쁜 녀석들: 포에버>는
시대가 요구하는 세련됨을 일정 부분 장착하면서도 맛깔나는 90년대 버디무비 정서는 지켜냄으로써
의외로 시리즈의 생명력을 연장시킬 수 있는 전환점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4편 제작이 공식적으로 확정됨으로써 생명력은 즉시 연장되었고요)
'포에버'라는, 'For Life'라는 표현이 영화를 보기 전에는 영원을 약속하는 작별의 표현처럼 들렸으나,
보고 나니 영원토록 해먹겠다는 의지로도 읽힙니다. 보고 난 후 무엇이 남든 간에
보는 동안만은 딴 생각 들지 않게 하는 이 버디무비 고인물들의 내공을 오래도록 만끽하고 싶네요.
추천인 7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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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대박이었군요......전 너무 아니어서 ㅠ
생각보다 잘 안 돼서 안보려고 했는데
챙겨보도록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