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후기 (스포)
1970년대, 혁명의 이념은 사라진지 오래고 10년의 시간이 지나며 권력이 만든 괴물들이 득시걸거리는 시기의 얘기입니다.
간댕이가 붓다 못해 사라져야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는지 모두가 과감하고 격렬하기도 하지요.
초반을 이끌고가는 인물은 박용각 前부장입니다. 주인공인 김규평 부장과 친한지 아닌지 헷갈릴 정도로 능글맞게 등장하더니 여러모로 활약하더군요 ㅋㅋ
그의 과거를 보여줄때 흑백화면으로 바뀌면서 그시기를 뚜렷하게 표현해주었지요. 한국에서 컬러 TV가 아직 보급되지 않은 시절의 이야기이자, 그의 전성기였으며, 박통과 박용각이 함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 이후 분명 욕심을 버리고 안전을 추구하는가 싶더니.. 새로운 야망을 가지자 권력욕이 불타오르는지 스스로 불구덩이로도 달려들더군요.
그렇게까지 해야 쟁취할 수 있는 건가. 미래를 보는 혜안으로도 당장 자기 눈앞을 살필 순 없었나봐요.
그렇기에 박부장의 마무리는 인상적이었네요. 역사를, 결말을 알고 있어도 긴장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시퀸스였습니다.
그렇게 박부장이 끝나고 김부장으로 넘어가서 저는 극장에서 김부장이 앉은 위치가 눈에 띄었네요. 분명 오른팔로 불리던 이였는데 박용각의 일부터 꼬이기 시작하더니 박통의 왼쪽 두번째 자리에 앉는 이가 되었습니다.
순서대로 세면 서열 5위가 되고, 거기에 박용각에게 들었던 비자금 담당 이아고를 포함하면 다섯손가락에서도 벗어난 위치가 되버린 거죠.
뚜렷하게 보이는 만끔 느껴지는 소외감과 심지어 자신이 믿고 따르던 한사람의 밑바닥을 보게 됩니다. 거기에 당장 부마항쟁의 대처방법에서 생긴 갈등에 더해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강대한 미국을 대표로 한 주변의 기대이자 압박.
마지막으로 '혁명의 배반자를 처단한다'라는 자신도 속일만한 대의명분이 있기에 그가 행동했다고 사건들을 나열하며 그의 심리묘사를 갈음하는 게 참 마음에 드는 연출이었네요.
그럼에도 일을 터트리고 나서 그전까지 깔끔하던 모습과 다르게 흐트러진 머리를 하고, 운 나쁘게 탄걸림 같은 일을 겪더니 심지어 크게 엉덩방아를 찧는 모습이 마치 바람에 떠밀려진 배 같다고 생각했어요.
넘실넘실, 출렁출렁 바람따라 파도따라 그저 흘러가는대로 목적지 없이 표류하는 배. 마지막에 주변 사람의 말을 듣고 원래 계획과 다르게 행선지를 바꾸는 것도 그렇지요.
결말까지 줄을 계속해서 팽팽하게 당기는 듯한 긴장감이 참 훌륭했습니다. 감독님이 GV에서 말씀하시길 화면을 채우기보다 비우려고 노력했다는데, 그만큼 담백하게 인물에 집중하며 2시간이 훌쩍 지나갔네요.
드라이하고 묵직한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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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기생충>의 후반부에 나오는 사건처럼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요.
진짜 그전과는 다른 사람처럼 보이더군요.
박통이 버럭하는 장면에서 어이가 없었어요.
남산에서 한가닥한 악인일지는 몰라도 동지를 죽인 죄책감은 남아있었던 김규평에 비해 2인자 밥먹듯이 갈아치운 박통에게는
동지애라는게 정말로 있는건지 무섭기까지 하더라구요.
그러면서 뭐? 김규평은 자기 친구를 죽인놈이라고??? 누구 입에서 그런 소리를 하는건지 원...
박통과 김규평 단둘이 서로 막싸(막걸리사이다) 나눠마시고, 중정 찾아와서 위스키 마실때는
박통이라는 존재가 나름대로 인간미가 남아있는 독재자라고 생각했는데
뒤치닥거리 할건 다했던 젠틀한 김규평을 전화로 그렇게 씹어댈 때 제가 김규평인양 너무 화가 났었습니다.
그리고 오타 같은데 이아손은 아니고 이아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