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어 님 나눔) <남산의 부장들> 시사회 후기
'10.26 사건'에 대해서는 정규교육에서의 근현대사 과목, 혹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자료 등을 통해 그 내용을 대강 기억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기 전에 관련 정보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요약 영상들을 몇 개 찾아보았습니다. 실제 사건에 대한 자료만 보아도 당시 정치적 사회적 배경에 대한 긴장감이 느껴졌고, 현재까지도 갖가지 논란이 있는 사건이기에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동일한 사건을 배경으로 한 <그때 그사람들>이라는 영화를 보았을 때의 감상도 되짚어보았습니다. 보면서 '매우 적나라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영화였는데, 실제로 명예훼손 소송까지 발생했다는 사실은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남산의 부장들>은 <그때 그사람들>에 비해 전체적으로 차갑고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였고, 사건보다는 인물의 감정과 외적/내적 갈등에 중심을 두었습니다. 첩보, 누아르의 형태를 띠면서도 '드라마' 장르이기 때문에, 상황에 대한 인물의 감정을 따라간다는 느낌으로 감상하였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김규평의 심리에 중점을 두고 관람하였는데, 다른 인물의 감정에 집중해서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연기, 조명, 음향, 미술, 배경 등 영화를 구성하는 전체적인 요소들이 인물의 감정과 극의 분위기를 더욱 생생하게 느끼도록 해주었습니다. 특히 믿고 보는 명배우들의 연기가 가장 두드러졌고, 관찰자의 입장을 넘어서 당사자가 된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몰입되기도 했습니다.
김규평과 곽상천이 박통에게 더 큰 충성을 보이려는 외적 갈등은 마치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려는 형제의 다툼처럼 유치해 보이기도 하고, 박통의 내면적 갈등과도 이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박통의 이성과 감정의 충돌이 두 인물의 다툼으로 표출되었다고 느꼈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단서인 박통의 사설정보대 '이아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아고'라는 이름은 단순히 별칭을 넘어서, 희곡 <오셀로>와 영화 <남산의 부장들>의 등장인물들 간의 닮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단어라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오셀로 장군, 그의 부관으로 임명된 캐시오, 캐시오를 질투하여 복수를 감행하는 이아고, 이 세 인물 사이의 관계와 감정이, 영화 후반부에서의 박통, 곽상천, 김규평 사이의 그것과 일부분 비슷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자세히 비교하면 인물의 성격이나 부수적인 관계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그런 사소한 유사점을 찾는 것도 흥미로웠습니다. 권세에 집착하고 2인자조차 살려두지 않을 정도로 아무도 믿지 않는 권력자의 내면, 권력을 쟁취하려는 2인자들의 각축, 민주주의와 국민들을 지키려는(혹은 개인적인 감정이나 권력 욕심에 의해) 결단력 있는(혹은 충동적인) 행동과 심리를 관찰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상영 전 짧게나마 무대인사를 통해 배우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중후한 목소리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상영 후 진행된 GV에서는 감독님, 그리고 스페셜 게스트로 동아일보에서 연재했던 취재기를 엮은 책 <남산의 부장들>의 원작자인 김충식 교수님이 오셨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느꼈듯이, GV를 들으면서도, 감독님이 매우 똑똑하고 섬세하다고 느꼈고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특히, 오래 전에 이 책을 보고 영화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을 실천했다는 것과, 애드리브 없이 시나리오 그대로 촬영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김충식 기자님께서 이 취재기를 연재했던 당시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었고, 투철한 기자정신과 용감한 시도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남산의 부장들>은 배경(정치적 사건)이나, 분위기(웃음기가 많이 없음)에 따른 호불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관객들을 만족시킬 영화인 것 같습니다. 영화를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찾아보거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재미도 있는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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