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추천 후기-그 날의 표정을 담아내다(노스포)

<남산의 부장들>은 대중에게 너무나 잘 알려져 있으면서 동시에 베일에 가려진 10.26 사건과그 속의 사람들을 절제된 렌즈로 응시합니다. 특히 10.26 사건 전 40일동안 김규평 중앙정보부장의 행적을 따라가며 그가 방아쇠를 당기기 전과 후의 표정을 아주 세밀하고 치밀하게 담아내는 데에 성공합니다.

<내부자들>과 <마약왕>, 그리고 이번 <남산의 부장들>까지 우민호 감독표 느와르는 항상 표정으로 말합니다. 백 마디말보다 한 가지 그림이 낫다고 하는 말처럼, 우민호 감독의 작품은 권력 암투 속에서 처절하게 번뇌하는 인물의 표정을 통해 사건의 전말 그 이상을 전달합니다. 

김부장의 실존 모티브인 김재규가 대통령을 암살한 진의를 둘러싼 역사적인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남산의 부장들>은 사실관계를 판단하려기보다는 무자비한 권력의 비호에서 밀려나 위태로운 처지에 놓인 한 남자의 심정변화를 그려냅니다. 김재규가 그의 말마따나 거사를 치룬 것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원한으로 벌인 우발 범행에 불과한지에 대한 판단은 그의 표정을 관찰하는 관객의 몫으로 온전히 남겨둡니다. 

표정을 통해 말하는 우감독의 연출 스타일은 김부장을 연기하는 이병헌 배우와 박통을 연기하는 이성민 배우의 명품 연기로 스크린에서 살아납니다. 논란이 많은 역사적인 사건을 다루는 만큼 감독과 배우 모두 절제미가 두드러지는 연출과연기를 해낸 태도가 인상적입니다. 

역사물에 대해 누군가는 결말이 정해져 있어 흥미가 반감된다고 하겠지만, 저는 오히려 영화적인 상상력을 통해 역사책이 말해주지 못하는 공백을 채울 수 있는 것이 역사물만의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산의 부장들>은 그런 미덕이 넘쳐나는 작품입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 출연배우와 감독, 원작자의 목소리를 모두 들어볼 수 있었던 알찬 gv 초대해주신 익무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