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자들 추천하기
내일 영상자료원에서 상영하는 멕시코 영화 좋은 여자들은 개봉영화를 보러 주로 극장을 찾는 관객이라면 앞으로도 영영 마주칠 일 없는 그런 종류의 작품입니다. 그저 영화가 시각으로 말하는 활동사진 예술이라는 점을 경험으로 알고 있는 관객에게 이 영화는 다양한 영화적 즐거움을 주는 작품이라고 소개할 수 있겠습니다. 올해 나온 그 어떤 영화와 비교하더라도 작품의 생동감을 살려주면서 거의 필요한 부분만 쓰였다는 느낌을 주는 각본, 정직하고 간결한 연기, 적확한 촬영이 한데 어우러진 프로페셔널의 작업물로 보입니다. 후반부에 주요인물 사이에 오가는 갈등을 대화로 설명하려 든다는 작은 약점을 제외한다면 올해 한국에 개봉한 러브리스 같은 영화보다 훨씬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러브리스를 만든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직한 화법으로 말하지 못하고 tv 뉴스 화면을 전하는 앵커 멘트를 통하여 우회경로로 주요인물들이 처한 상황의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비겁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여주인공이 러닝 머신을 뛸 때 입혀놓은 옷의 메시지는 매우 유치한 상징이었습니다. 미스터리 구조를 취하면서 사건이 일어난 배경을 사회 문제로 돌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러브리스와 다르게 좋은 여자들은 인물 본위의 서사를 쌓아나가며 주변인들과 관계를 스토리텔링의 축으로 삼아 진행하고 있기에 영화의 배경이 되는 시대는 단지 보조역할에 머무른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좋은 여자들은 영화에서 내러티브는 어떤 층위를 가지는가. 영화에서 시각으로 쌓은 서사는 얼마나 큰 효과를 발휘하는가를 설명할 때 아주 좋은 예로 남을, 올해의 좀처럼 만나기 어렵지만 조우해서 다행인 한 편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앞두고 남편의 얼굴을 잠시 보여주는 편집이 인물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논리적 연결성과 함께 큰 힘을 발휘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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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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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영화인데 아주 세련된 영화 화법을 갖추고 있어서 영어권 영화에 길들여져 있다 하더라도 금세 몰입 가능한 그런 작품이에요.
아마 오늘이 마지막 상영일텐데...
참고하겠습니다 그리고 deckle님의 늘 자세한 설명 좋네요
멕시코의 오스카상이라고 할 수 있는 아리엘 어워드에서 많은 부분에서 후보였는데.. 주요 부문은 모두 강적 [로마]에 밀린 불운한 영화죠.
쿠아론이 로마를 왜 흑백으로 찍어야 하였느냐라는 질문에 논리적, 영화적 즉답을 하지 못한다면 제가 볼 때 이 영화가 로마보다 더 나은 영화입니다.
개막식이랑 이어서 봤는데 남미 공무원(?) 분들도 휴대폰 엄청 보시더라구요;;; 다큐1편 빼고 기획전 영화들 다 봤는데 [육체의 복음]을 가장 인상깊게 봤습니다~
내년에 나쁜 녀석들(Bad Boys) 신작이 나오는데 올해에는 좋은 여자들이 나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