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의 노래:아리랑 로드 익무 시사 후기입니다

익무 시사로 디아스포라의 노래:아리랑 로드를 보았습니다. 일부러 사전정보는 배제하고 갔는데 시사 전 무대인사에 양방언 작곡가가 나오셔서 반갑고 기대감도 커졌습니다. 인삿말을 들어보니 이미 kbs에서 방영된 다큐를 기반으로 한 영화더라구요. 올해 초에 보았던 '안녕, 나의 소녀시절이여' 또한 kbs다큐로 시작한 멋진영화이었기에, 믿고 보는 kbs 다큐인지라 기대감이 조금 더 커졌습니다.
영화는 중앙아시아로 이주한 고려인의 이야기와 양방언 작곡가의 아리랑 공연준비를 두 축으로 하고 있습니다. 구한말부터 일제의 수탈을 피해 러시아로 이주했던 한인들은 1930년대 중앙아시아 강제 이주로 굉장히 척박하고 고달픈 삶을 이어가게 됩니다. 게다가 194년 해방 이후에도 6.25같이 국내의 상황이 재이주의 여유를 허락치 않아 그분들을 중앙아시아에 정착하여 고려인으로서의 삶을 이어가게 됩니다. 허나 한국인으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그분들의 노력은 현재에까지 이어지게 되고 이 증거로 그분들은 아직까지 '아리랑'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의 고려인분들, 그리고 국내의 어르신들의 아리랑을 들어보고 든 생각은 아리랑이 마치 한국식 재즈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들이 익숙한 (정선)아리랑의 기본 선율과 '아리랑'이라는 후렴구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은 부르는 분들의 기억과 상황에 따라 매우 다른 변주를 보여주었습니다. 기억으로 이어지는 민요로, 고된 일을 하면서 부르는 노동요로, 그리고 양방언 작곡가님과 같은 현시대 뮤지션의 또다른 해석으로 아리랑은 단순히 지리적인 대한민국을 넘어 민족적 의미의 한국인에게 소울 뮤직으로, 한국인의 상징과도 같은 표식으로 이어져 오게 된듯 했습니다.
재일교포인 양방언 작곡가님은 고려인분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인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나 한국의 땅에 살지 않는 인물입니다. 고려인도, 재일한국인도, 애니깽도(얼마 전에 개봉했던 '헤로니모'또한 쿠바 한인, 디아스포라를 다룬 작품이지요) 우리나라에 거주하지 않지만 한민족이라는 유대감으로 이어진 한인 디아스포라입니다. 작곡가님이 아리랑을 주제로 국내외에서 영감을 얻어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한 축인데 영화 자체의 사운드가 좋은 편은 아닌듯하였지만(막귀로 듣자면 상당 장면이 스테레오가 아닌 모노로 녹음된듯한..) 양방언 작곡가님의 피아노 연주와 음악을 듣는 재미가 쏠쏠하였습니다. 거기에 김준수, 하현우, 바버렛츠, 송소희와 같은 노래 잘하는 보컬들이 참여해 귀르가즘이 상당했어요. 짧게 나왔지만 한충은님의 대금 연주도 듣게 되어 반가웠구요ㅎㅎ
아리랑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눈시울을 붉히시는 고려인 동포분의 모습, 마지막과 엔딩롤 동안 울려퍼지는 양방언표 아리랑 공연은 누가 봐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