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녀들의 이름을 알지 못한다
영화 《시크릿 슈퍼스타》 중
"이젠 모두 잃어가는 그녀만의 이야기를 우리들이 사라지게 했던 건 아닌지
사람들의 발자욱을 하나하나 지워가며 그녀 꿈도 지워가네 우리 아줌마"
- 장연주 '우리 아줌마'
저는 최근에 《생일》이라는 영화를 봤는데 등장인물인 수호가 (극중 전도연 씨가 맡은) 엄마를 자꾸 버릇없이 '순남 씨'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런데 그것이 수호라는 인물이 아빠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스윗한 모습을 연출하게 하려고 그런 것 같지는 않았고요. 한 편으로 생각해 보니 대개 영화 속에서 엄마 역할을 한 캐릭터의 이름은 잘 기억나지 않더라고요. 아마도 수호가 그렇게 불러주지 않았더라면 계속 순남 씨는 '수호 엄마'로 불렸겠죠.
《82년생 김지영》에서도 ‘김지영’이라는 이름은 영화 제목이기도 해서 잊어버릴 수 있지 않지만, 지영의 엄마 이름은 기억이 안 나잖아요.
"미숙아, 정말 고생 많았다. 오빠들 공부시킨다고 청계천에서 미싱 돌리다 너 손가락 그렇게 돼서 왔을 때 내 가슴이 찢어졌었다..." - 영화 《82년생 김지영》 중
물론 영화의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배우 정유미 씨가 맡은 김지영이 빙의가 되어서 엄마의 이름을 부르기는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생각이 잘 안 나는 걸 보면 많은 영화 속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정말 서포트 역할을 하다가 끝나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 《시크릿 슈퍼스타》에서도 인시아의 어머니 ‘나즈마’, 나즈마라는 이름도 최근에야 N차 관람을 하면서 알았는데, 대부분 많은 영화들에서 어머니 역할을 맡은 사람들은 소위 ‘누구누구 엄마’잖아요.
그런 까닭에 《시크릿 슈퍼스타》가 영화 속의 그런 어머니들에 대한 헌사가 있는 영화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이런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연대'보다는 딸을 다그치는 경우가 더 많다고는 하지만 영화에서 만큼은 어머니들이 자신이 여성으로서 내가 그 하지 못했던 것,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봤을 때 딸들이 자신의 거울처럼 보인다는 거죠.
《시크릿 슈퍼스타》에서처럼 ‘나의 세계는 너의 세계와 같다 그러니까 너 나는 충분히 자유를 줬으니까 너는 더 이상 나대지 마’라고 하거나 반대로 《82년생 김지영》처럼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막 나대!’ 둘 중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에 대한 딜레마가 어머니에게서 존재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두 영화가 지향하는 바는 ‘내 딸들은 더 나댔으면 좋겠다’가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더 나아가 《시크릿 슈퍼스타》에서도 까막눈이었던 나즈마가 자신의 이름을 쓰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자신의 이름을 찾아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두 세대의 여성의 교감 그리고 내가 다음 세대에서 주고 싶은 것들을 이루는 그리고 연대의 결실을 보여주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동시에 'OO(이)엄마'라는 호칭에서 잃어버렸던 자신의 이름을 찾아주는 이야기었다는 점에서 이 영화의 또 다른 가치가 돋보이지 않았나 합니다.
raSpbe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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