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2
  • 쓰기
  • 검색

[마카오영화제 - 조조 래빗] 간략후기

jimmani
3963 1 2

MV5BZjU0Yzk2MzEtMjAzYy00MzY0LTg2YmItM2RkNzdkY2ZhN2JkXkEyXkFqcGdeQXVyNDg4NjY5OTQ@_V1_SY1000_SX667_AL_.jpg

 

마카오영화제에서 첫번째로 본 영화는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의 <조조 래빗>이었습니다.

올해 토론토영화제 관객상 수상작으로 아카데미 레이스에서도 결과가 기대되는 이 영화는

기대만큼의 발칙한 도발을 보여준다기보다는 귀여운 구석이 더 큰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품을 수 밖에 없는

나치 홀로코스트의 비극을 직시하면서 그로부터 인간에 대한 희망을 따뜻하게 길어 올립니다.

풍자적 유머의 감각도 감각이지만, 감수성을 어루만지는 방식이 무척 세련돼 여운이 긴 영화였습니다.

 

10살 소년 요하네스, 별칭 '조조'(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아돌프 히틀러(타이카 와이티티)를 우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히틀러를 상상 속 친구로 둔 그는 유소년 나치 군대를 양성하는 캠프에도 들어가 의욕을 보이지만,

살아있는 토끼를 죽여 보라는 상급생들의 훈련 혹은 괴롭힘에는 차마 응하지 못할 만큼 천성이 나쁘진 않은 아이고

그래서 외려 '조조 래빗'이라며 놀림을 당합니다. 그러던 어느날 토끼가 결코 겁쟁이가 아니라 용감한 동물이라는

히틀러의 조언에 텐션이 오른 조조는 실수로 폭탄을 잘못 다루다 큰 부상을 입고 얼굴에 흉터를 남기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 로지(스칼렛 요한슨)가 자신의 집에 유대인 소녀를 숨겨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조조 래빗>의 가장 독특한 부분은 나치와 히틀러, 그리고 이들은 신봉하는 소년을 중심에 둔 '코미디'라는 점입니다.

과연 나치를 향해 헛바람 잔뜩 든 꿈을 꾸며 캠프에 입단해 벌이는 조조의 이런저런 소동,

카리스마라곤 찾아볼 수 없이 히틀러와 유대인에 대한 괴상망측한 신화만 써제끼는 나치 군인들의 모습이 나타나는

초반부는 한껏 희화화된 나치와 그 신봉자들의 모습에 키득키득 웃음을 멈출 수 없게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풍자 코미디라고 한들, 우리가 이 이야기를 보면서 언제까지 웃기만 할 수 없다는 걸

우리도 알고 이 영화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어느 순간부터 유머를 걷어낸 현실이 불쑥불쑥 끼어듭니다.

히틀러가 '고환이 1개 있는 게 아니라 4개 있는' 존재가 되고, 유대인들은 뿔 달린 악마가 되어가는

비틀린 교육과 세뇌의 장에 끝에 나타나는 학살의 현장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비극을 낳은 부조리의 단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곘지만 <조조 래빗>은 엄혹했던 당시를 냉정하게 통찰하기보다,

그 시간에 철모르고 휘말려 들었던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절망뿐이었던 시간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려 합니다.

 

조조는 '세상에서 제거해야 할 대상'이 아닌 인간 대 인간으로서 만나는 유대인과의 교감을 통해,

당당하고 고결한 모습으로 자신의 자존감을 끝까지 잃지 않게 하려 도와준 어머니 로지의 모습을 통해

혐오 대상을 적으로 규정하고 세상을 밀어버리려는 나치의 폭력적 세계관을 점점 깨부수어 가게 됩니다.

나치는 나쁘고, 유대인은 억울하다는 역사적 인식을 넘어 보편적인 인간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지금껏 봐 온 나치 홀로코스트 영화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다른 메시지를 이야기해 특별한 울림을 줍니다.

특히 어머니 로지가 조조에게 신발끈을 묶어주는 모습으로 전해주는 영화의 함의는 곱씹어 볼 만 합니다.

인간이 빛나는 이유는 정복하고 점령하기 때문이 아니라,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오만 감정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 속을, 나아가 타인과의 괴리를 '묶으며 봉합해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조각내고 찢어버리는' 존재가 아닌 '묶는 존재'라는 인간의 본질은 나를 향한 질시와 혐오가 가득한 모험 속으로 뛰어들어서도

굴복하지 않고 오히려 성장하게 하는 동력이 된다는 것을 영화는 따뜻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조조 래빗>은 신선한 얼굴의 아역 배우들과 노련한 어른 배우들의 호흡이 무척 잘 맞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 외에 출연작을 찾을 수 없는 주인공 조조 역의 로만 그리핀 데이비스는 신동이라 해도 좋을 연기를 보여줍니다.

철딱서니 없이 히틀러에 빠진 소년이 쓰디쓴 성장을 거치는 과정을 너무나 사랑스럽게 보여줍니다.

그와 친구 요키 역의 아치 예이츠가 보여주는 호흡은 숨이 멎을 듯한 귀여움으로 나올 때마다 웃음을 줍니다.

조조의 어머니 로지 역의 스칼렛 요한슨은 기품과 힘을 지닌 강인한 여성의 모습으로 관객에게도 귀감을 주며,

헐렁한 유머 속에 뜻밖의 인간미를 감춘 샘 록웰의 연기도 여전히 믿고 보게 됩니다.

영화를 연출한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은 히틀러 역으로 등장해 영화가 지닌 기이한 유머감각의 축을 형성합니다.

 

나치 홀로코스트의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입장에 선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은 색다른 설정,

그로부터 이어지는 일정량의 똘기를 함유한 유머와 간지럽지 않되 사려깊은 감동을 통해,

<조조 래빗>은 이 역사 속 비극의 무게가 단지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만이 아닌 모든 인간들에게 미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킬킬거리며 웃다가 가슴이 철렁해지고는 마침내 따뜻한 눈물을 짓게 될 좋은 영화입니다.

아카데미 레이스에서도 주요 작품으로 거론되고 있는 만큼 <조조 래빗>은 아마 내년 초에 국내 개봉을 하지 않을까 희망해 봅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1

  • 낡낡
    낡낡

댓글 2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기대작인니다. 역시 소문대로 잘 나왔군요.^^
10:33
19.12.06.
jimmani 작성자
golgo
스타트부터 좋은 영화 만났습니다.^^
10:58
19.12.06.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차이콥스키의 아내]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8 익무노예 익무노예 2일 전19:34 1222
HOT '데드풀 & 울버린' 해외 극장 스탠디 1 NeoSun NeoSun 1시간 전10:12 319
HOT [파묘] 일본까지 간다, 끝나지 않을 묫바람 [Oh!쎈 레터] 2 시작 시작 2시간 전09:02 408
HOT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 첫포스터 7 NeoSun NeoSun 2시간 전09:00 1005
HOT 소니픽처스, 파라마운트사 인수 고려중 4 NeoSun NeoSun 2시간 전08:45 703
HOT 글렌 파월 넷플릭스 영화 [히트맨] 예고편 1 시작 시작 2시간 전08:40 589
HOT 남은 인생이 10년뿐이라면 당신은? 6 진지미 2시간 전08:29 340
HOT 93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은퇴작, 제작 완료 ─ 법정 영... 3 카란 카란 10시간 전00:39 1422
HOT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토탈 필름 매거진 커버 공개 1 시작 시작 2시간 전08:33 349
HOT [폴아웃] 시즌2 제작 확정 2 시작 시작 2시간 전08:32 516
HOT 톰 히들스턴 Miami Film Festival 2 e260 e260 3시간 전07:36 349
HOT 김유정 얼루어 5월호 화보 2 e260 e260 3시간 전07:32 487
HOT 스턴트맨 후기-추천!! (노스포) 4 헤일리이 7시간 전03:41 733
HOT (약스포) 비키퍼를 보고 3 스콜세지 스콜세지 9시간 전02:10 697
HOT 나이트 샤밀린 감독 trap 티저 4 zdmoon 10시간 전01:14 1670
HOT (※스포)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의 가장 큰 희... 3 카란 카란 10시간 전01:11 1673
HOT 'Abigail'에 대한 단상 7 네버랜드 네버랜드 14시간 전20:50 1271
HOT CGV 용산 경품 ‘일부’ 경품 현재상황 (오후 11시 40분에 찍... 2 HarrySon HarrySon 11시간 전00:15 386
HOT 2024년 4월 18일 국내 박스오피스 golgo golgo 11시간 전00:01 900
HOT 트랜스포머: 원 티저 예고편 공개 5 RandyCunningham RandyCunningham 11시간 전23:33 2129
HOT (약스포) 라스트 썸머를 보고 2 스콜세지 스콜세지 11시간 전23:19 376
1133154
image
NeoSun NeoSun 8분 전11:08 54
1133153
image
NeoSun NeoSun 15분 전11:01 147
1133152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9분 전10:57 149
1133151
image
NeoSun NeoSun 19분 전10:57 141
1133150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23분 전10:53 66
1133149
image
NeoSun NeoSun 52분 전10:24 290
1133148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0:15 192
1133147
image
동네청년 동네청년 1시간 전10:14 167
113314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0:12 319
1133145
image
흐트러지다 1시간 전10:02 773
1133144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9:57 178
113314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09:30 252
1133142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9:07 391
1133141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9:07 511
1133140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09:02 408
1133139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9:00 1005
1133138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8:58 325
1133137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8:51 235
1133136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8:48 403
1133135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8:46 360
1133134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8:45 703
1133133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08:43 369
1133132
normal
NeoSun NeoSun 2시간 전08:41 186
1133131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08:40 589
1133130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8:38 285
1133129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8:37 347
1133128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8:36 767
1133127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08:33 349
1133126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08:33 280
1133125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08:32 516
1133124
image
진지미 2시간 전08:29 340
1133123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8:29 175
1133122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2시간 전08:27 207
1133121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08:26 195
1133120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08:15 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