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시맨> 후기 + 두 배우 실제 젊을 적 모습(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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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넷플릭스로 봤습니다. 러닝타임의 압박이 심했지만 막상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빠져서 봤네요.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프랭크 시런은 본래 평범한 트럭 운전사였는데, 우연한 계기로 러스(조 페시 분)를 만나 그의 밑에서 조직의 일원으로써 점차 성장합니다. 기술력의 힘을 빌려 젊어진 두 전설이 마치 스코세이지 갱스터물의 평행세계 리메이크를 찍는 듯한 느낌이어서 이것만으로도 이미 초반부가 정말 흥미진진했어요.
그런데 40여분 후에는 여기에 트럭 노동 조합 거물 정치인 지미 호파를 연기하는 미중년 알 파치노까지 등장해, 영화는 그 즉시 부스터를 밟으면서 그때부턴 그야말로 날아오릅니다.
이제는 정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잘 만든)드니로 & 파치노 조합이라 그 자체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상했네요.
전 이 지미 호파 실종 사건에 대해 잘 몰랐는데 작중에서도 언급되지만 그 세대의 미국인들에게는 상당히 큰 사건이었다고 하더라고요.
<브루스 올마이티>에도 나오고요. 신의 힘을 얻은 짐 캐리가 특종을 따기 위해 취재하던 경찰견으로 하여금 실종됐던 지미 호파의 시신을 찾게끔 수작을 부리는 걸로 나오죠. 덤으로 시신 증명을 위한 의료 기록까지 같이 발견되게 하고요(...)
아무튼 행여나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걱정인 모양인지 처음부터 대놓고 결말을 까발려 놓고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고 나서 두 전설의 만남부터 이별까지의 여정을 매우 찬찬히 자세하게 보여주는데, 이게 마치 불길한 예언의 실현을 지켜보는 듯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계속 들었어요.
죽는 순간까지 친구 프랭크만큼은 철썩 같이 믿었던 지미와, 어떻게든 결국 죽게 될 친구를 자신의 손으로 보내야 하나 고뇌하는 프랭크의 모습에서, 전설들의 예전 영화 속 모습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의외로 스코세이지 전작들보다 <도니 브래스코>, <히트>,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이 절로 연상돼 별것 아닌 장면에서도 계속 감흥에 젖어있었네요.
갱스터물이 늘 그렇듯 어디서 본 듯한 이야기만 가지고도 제 역할을 다하지만, 엔딩에 가서는 영화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지막지하게 긴 러닝타임을 고집한 이유가 여기에 있었어요. 돌이킬 수 없는 '그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도, 영화는 시간을 충분히 들여가며 후반으로 갈수록 주인공 프랭크와 거리를 둡니다.
그럼으로써 범죄자 미화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인생의 덧없음을 씁쓸하게 보여 주는데, 신파를 쏙 뺀 연출이 정말 일품이었어요. 늙은 거장이 '자고로 시네마란 이런 깊이를 담아내야 하는 거야'라며 한 수 알려주는 듯합니다.
각본이 워낙 좋아서 더 젊고 한창 야망 넘치는 배우들에게 배역을 맡기고 그들에게 cg 분장을 입히는 게 퍼포먼스 측면에서는 더 좋았을 수도 있겠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과거 장르, 과거 이야기를 과거에 절정을 맞았던 전설들에게 맡겼으니 그 상징성이 꽤 크게 다가왔어요.
마틴 스코세이지와 그의 원조 페르소나 로버트 드니로의 재회, 그리고 이 사단에 처음 합류한 '대부' 알 파치노, 그리고 갱스터 장르의 또다른 레전드 조 페시까지... 이들이 모여 과거의 영광을 다시 한 번, 그것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하는 모습은 경외심이 들 정도예요.
전설들 뿐 아니라 그 외 조연들도 인상적입니다. 안나 파퀸은 분량도 대사도 거의 없는데 눈빛과 표정 만으로 온갖 감정을 잘 표현했어요. <퍼블릭 에너미>에서 악랄한 갱스터 '베이비 페이스 넬슨' 역을 맡았던 스티븐 그레이엄도 변함 없이 한 성격하는 배역을 멋지게 소화했고요.
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아무리 cg로 로버트 드니로의 젊은 모습을 재현해도 실제 그의 전성기 모습을 완벽히 구현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얼굴이야 흠잡을 데 없이 젊어졌지만 로버트 드니로는 중년까지는 전체적인 풍채도 굉장히 날렵하고 섹시했죠.
노년이니 액션 묘사에 한계가 있는 점은 이해하지만, 나이 들어 골격이 넓어진 그대로 피부만 젊어진 것은 팬으로써 조금 아쉬웠습니다. 90년대 나온 <히트>에서의 모습 정도만 됐어도 정말 감격했을 것 같아요. 비슷한 이유로 알 파치노도 예전의 그 치명적인 카리스마가 전부 재현되지는 않았고요.
마블 영화는 시네마가 아니라고 한 발언 때문에 솔직히 스코세이지에 대해 '다분히 꼰대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작품을 또 다시 선보이니 그저 고개를 숙이고 존경하는 수 밖에 없네요.
그런데 <아이리시맨> 제작비가 1억6천만불로 커리어 하이...!? 이건 너무 심하잖아요 감독님ㅎㅎ;;; 넷플릭스에게도 새삼 고맙네요ㄷㄷ
추천인 3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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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21:14
19.12.03.
golgo
그래도 보는 내내 정말 좋았어요ㅎㅎ 레전드들이 한데 모인 것만 봐도 그냥 헤벌레ㅋㅋㅋ
21:17
19.12.03.
2등
저도 기술로 얼굴과 피부는 현재보다 젊은데 몸선이나 액션이 현재 모습이 나와서 아쉽더군요. 근데 그래서 마지막이 더 슬펐는지도 모르겠어요ㅠ 생의 마지막으로 좀더 다가간 모습이 더 와닿더군요ㅠ
언젠간 모두 나이가 들꺼고 그리 악하게 살아갈 필요가 없는거 같아요ㅎ
언젠간 모두 나이가 들꺼고 그리 악하게 살아갈 필요가 없는거 같아요ㅎ
22:05
19.12.03.
oneplusone
씁쓸한 엔딩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ㅎㅎ
22:15
19.12.03.
3등
프랭크 시런 실제 외모와의 씽크를 생각하면 드니로도 뚱뚱하게 나온게 맞긴 맞는것 같아요. 근데 딸한테 호통친 슈퍼주인 두들겨패는 씬에서 움직임이 굼떴던건 어색하고 아쉬웠네요
16:58
19.12.04.
타이슨소장
시런과의 체형 자체는 비슷하게 맞췄나보군요ㅎㅎ
17:07
19.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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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니로, 알 파치노 젊은 시절 미남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