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수다 <겨울왕국 2> 장문은 아니고 중문? 추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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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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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 추천 후기입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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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성숙한 태도를 담아내는 스케일의 영리한 확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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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에서 허술한 비약이 종종 보이고 전편만큼 뇌리에 꽂히는 넘버는 눈에 띄게 줄었다. 근데 이상하게도, 전편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온 <겨울왕국 2>는 형보다 나은 아우의 모범적인 사례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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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를 두고 '영리하다'고 한 까닭은 전편과의 조응, 그리고 영화 내 장치들의 노련한 배치에 기인한다. 먼저 '전편과의 조응' 측면에서 칭찬하는 까닭은 <드래곤 길들이기 3>을 보고 느꼈던 것과 같다. 1편의 얼개를 차용하여 익숙함을 가져다 주면서, 동시에 그 변주를 통해 고유한 개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겨울왕국 2>와 <드래곤 길들이기 3>는 모두 훌륭한 속편이라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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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장치들의 노련한 배치'이다. 물론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가 서사에 종종 비약이 생긴 것은 두드러지는 단점이다. 하지만 <겨울왕국 2>에는 그런 서사의 아쉬움을 구조를 통해 덮는 힘이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호러적 연출'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다소 이질적일 수 있는 호러적 요소를 교묘하게 융합시켜 <겨울왕국 2>만의 어두우면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런 개성적 분위기가 영화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리면서 영화의 플롯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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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상적이었던 것은 색채의 서사적 활용이다. 다시 말해, 색채가 영화의 스토리와 긴밀하게 연관되어 하나의 짜임새를 갖춘다는 것이다.
(여기서부터 끝 문단을 제외,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사실 영화의 배경을 보고 나서부터 직감한 것은 이 이야기를 매듭짓는 주체가 '안나'가 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는 전편과의 조응과도 연관이 있다. 전편의 배경은 언제나 엘사의 공간이었다. 무슨 말이냐하면 엘사의 색인 흰색과 하늘색의 공간에서 대부분의 이야기가 펼쳐졌기에 영화의 절정에서 주체는 엘사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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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겨울왕국 2>에서도 이어진다. 영화의 시작부터 아렌델은 가을을 맞이했고, 영화 대부분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마법의 숲또한 가을의 색채를 띄고 있다. 결국 가을의 빛깔을 지닌 안나가 이 영화의 종지부를 찍는 인물이 될 것이란 하나의 암시이다. 공간의 색채를 서사와 연결시켜 이야기를 짠 것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래서 안나의 공간과도 같았던 마법의 숲을 엘사가 다스리고 엘사의 공간이었던 아렌델을 안나가 다스리는 결말은 혁명적이다. 하지만 직후에 겨울이 찾아온 마법의 숲과 가을이 찾아온 아렌델을 다시 비추며 마무리하기에 자연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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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영화 내적 요소 뿐 아니라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국의 자아성찰적 시선이 담긴 영화의 태도였다. 원주민과 침략자의 구도는 명백하게 미국의 과거이다. 전편에 이어 페미니즘적 태도도 여전하지만 트럼프 시대에 이렇게 미국의 과거를 얘기한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숨겼던 과거를 들여다 본 엘사가 잠시 죽었어야했던 이유도, 아렌델이 잠기더라도 댐을 부숴야헸던 이유도 결국 그 반성의 태도에 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구 아렌델을 무너뜨리고 새롭게 재건하는 것이 아니라, 구 아렌델을 지켜낸 영화의 안일함이었다. 대중성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 아니면 이또한 영화의 능동적 결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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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보다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고 더 화려하고 매력적인 스케일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나아가 전편에 대한 예우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겨울왕국 2>는 훌륭한 속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그 스케일의 미장센 활용이 매우 빼어나, 전율을 일으키는 장면도 종종 있을 정도. 특별관 추천을 하자면 사운드 믹싱이 구리고 스케일이 화려하단 점에서 MX보단 아이맥스, 혹은 액션의 스펙타클이 풍부한만큼 4DX를 추천한다. 크리스토프와 올라프는 여전히 씬 스틸러. 새로 등장한 크리쳐도 너무 귀엽고, 디즈니 역시 영리하고 돈 벌 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