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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왕국 2] 간략후기

ji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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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전세계 최대 기대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를 아이맥스 3D로 보았습니다.
아렌델의 성이 활짝 열리며 끝난 전편의 이야기로부터 3년이 지난 시점에서 출발하는 이번 편은
개인 내면의 갈등, 자매 간의 관계를 중심에 두었던 전편보다 한층 더 넓어진 시야로
세계와 세계의 만남을, 그리고 그 만남 안에서 발견하는 개인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음악은 더 다채로워졌고 '스펙터클'이라 부르기 충분할 만큼 볼거리는 더욱 선굵어졌습니다.
애당초 1편 이후의 이야기로 더 할 것이 남았을까 싶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이 이야기까지 봐야만
비로소 엘사와 안나 자매, 그리고 아렌델에 대한 이야기가 완성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편의 대흥행을 이끄는 일등공신이었던 음악 부분부터 먼저 보면, 전편의 'Let It Go'에 견줄 만큼
전국민을 흥얼거리게 하고 음원 차트를 휩쓸 만한 대중적 파괴력를 지닌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러나 팝적인 요소가 컸던 전편의 노래들에 비해 팝부터 영국식 록, 장중한 오케스트라, 발라드까지
다양한 장르의 배합이 느껴져 듣는 재미가 한층 더 풍성해 진 느낌입니다.
또한 전편의 경우 노래들이 대부분 전반부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이번 편은 후반부에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고
전반부의 방점을 찍는 'Into The Unknown'과 후반부의 하이라이트인 'Show Yourself'처럼
노래들의 임팩트도 골고루 배분되어 있어 뮤지컬 영화로서 좀 더 균형잡힌 모양새를 갖춘 것 같습니다.
한편 볼거리 또한 더 커지고 많아졌는데, 전편이 얼음과 눈 위주의 비주얼 연출에 집중했다면
이번 편은 바람, 불, 물 등 더 많은 자연의 구성물을 소재로 한층 역동적이고 다채로운 비주얼을 구현합니다.
또한 자연물을 표현할 때 사실감 못지 않게 눈의 입자, 바람의 움직임 등에서 기하학적인 연출 또한 자주 보여주고
사실적인 자연 대신 기호와 패턴들로 이루어진 추상적 이미지의 연출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눈이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이는 3D가 꽤 효력을 발휘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전편이 나올 때부터 기획된 속편이기보다 전편의 흥행에 힘입은 속편일 가능성도 있겠지만
<겨울왕국 2>는 전편에서 온전히 해소되지 못했던 여러 부분을 건드리면서 세계관을 나름 더 공고히 합니다.
엘사가 마법을 갖게 된 연유, 갑작스레 사고로 세상을 떠난 엄마와 아빠에 대한 이야기,
트롤과 같은 마법 세계와 맞닿아 있는 아렌델 왕국의 역사 등이 바로 그런 부분들인데
모르면 그만인 후일담 수준을 넘어 엘사와 안나의 과거와 미래, 운명과 얽힌 이야기로 발전시킵니다.
그리고 이렇게 발전된 이야기는 타인의 마음이나 재물, 권력 등 외부의 대상이 아닌 내면을 발견하고
그로부터 나의 가치를 길어올리려던 전편을 계승하여 '세계와 나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가 됩니다.
 
엘사(이디나 멘젤)와 안나(크리스틴 벨)를 비롯한 주인공들은 초반에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해 노래하지만
올라프(조시 게드)의 걱정이 씨가 되듯 이후 이야기는 변화의 연속입니다.
안정을 찾은 줄 알았던 엘사는 의문의 목소리에 이끌려 또 다시 불안한 여정을 시작하게 되고,
평화로웠던 아렌델은 아예 사라질지도 모르는 위협에 휩싸이면서 주인공들은 더욱 위험한 모험에 임하게 됩니다.
유례없는 위기를 초래하는 것은 외부의 더 강력한 적이 아닌, 아직 찾아내지 못한 자기 안의 역사입니다.
별다른 악역이 보이지 않는 이 이야기에서 가장 큰 위협이 되는 것은 어쩌면
곧 발견하게 될, 혹은 발견하는 걸 넘어서서 바로잡아야 할지도 모르는 진실일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엘사와 안나는 과거의 흔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앞날의 변화를 맞게 되는데,
이는 완연한 자유와 만나기 위해서는 나의 본질에 가장 가까워져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전편은 영락없는 해피엔딩이었지만 어쩌면 진보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봤을 때 의문 또한 남겼을 것입니다.
'Let It Go'를 외치며 금방이라도 세상을 날려버릴 것만 같던 엘사가 결국은 궁으로 돌아왔으니 말이죠.
<겨울왕국 2>는 그때 미처 발견하지 못한 엘사의 진정한 이상, 그 이상을 정립시키게 하는 숨겨진 역사,
그 이상으로 인해 더욱 성숙해지는 엘사와 안나와 주변 사람들, 엘사와 아렌델에 대한 이야기일 것입니다.
그 당시에 이미 진보된 가치관으로 호평을 받았지만 급변한 끝에 지금 보면 또 아쉬울 수 있었던
전편의 이야기에 조응하듯, <겨울왕국 2>는 평화와 안정보다는 마음껏 항해를 떠날 자유에 무게를 실어줍니다.
활동하기에 더욱 편한 드레스를 입고 어떤 때는 바지를 입으며 날아다니듯 숲과 물 위 곳곳을 누비는 엘사처럼,
궁 안에 머무는 공주보다 궁 밖에서 사람들과 호흡하고 그들을 걱정하는 것을 더 즐겨하는 안나처럼,
영화는 그들의 삶이 나아가고 관계가 더 성숙하기 위해 꼭 하나의 울타리가 필요한 건 아님을 이야기합니다.
 
해피 엔딩은 과연 관객이 보기에 기쁜 엔딩인지, 이야기에 속한 캐릭터 각자가 모두 만족하는 엔딩인지.
올라프는 이번에도 "난 해피엔딩이 좋아"라며 흐뭇해 하지만, 최근 몇년 간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과연 진정한 해피엔딩이란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듯 보이고 <겨울왕국 2>에서도 그 흔적은 느껴집니다.
다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캐릭터들에게 이미 마음을 있는 대로 줘버린 상태에서 느끼는 해피엔딩이란
내 당장의 만족에 머물지 않고 그들의 앞날을 축복할 수 있는 엔딩이며, 그럴 때 감동은 더 크다는 점입니다.
<겨울왕국 2>는 엘사와 안나, 그 친구들에 대한 우리들의 태도가 그러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무르익어가는 관계와 성장해 가는 내면 위에서 곱씹어 볼 만한 '해피엔딩'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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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 5

  • golgo
    golgo
  • 이마루
    이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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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작성자
우주전달자
생각보다 3D 효과가 좋았네요.^^
00:47
19.11.22.
2등
음악은 여전히 좋았고 1을 완성해 준 것 같은데, 묘하게 적당한 선에서 멈춘 느낌도 들었네요.
01:12
19.11.22.
jimmani 작성자
비엔나커피
아이를 동반한 메인 타겟 관객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죠 ㅎㅎ
01:15
19.11.22.
profile image
저도 이번 영화로 1편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09:32
19.11.22.
jimmani 작성자
golgo
나름 영리하게 스토리가 짜인 느낌이었습니다.^^
09:37
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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