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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없는 보스] - 2019년의 [리얼]

LinusBlanket LinusBlanket
8650 23 26

[리얼]도 개봉일 때 봤고, [자전차왕 엄복동]도 개봉일 때 봤습니다. 꼭 그거 때문에 개봉일에 [얼굴없는 보스]를 보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그냥 회차가 워낙 없고 주말에는 스케줄이 있어서 오늘이 마지막 기회겠다 싶어서였어요. 근데 [리얼]과 [자전차왕 엄복동]은 둘 다 분수를 알았는지 5천원에 볼 수 있는 문화의 날에 개봉을 했었죠. 그래서 어떤 망작인지 도전해보는 데 별 부담이 없었습니다. [얼굴없는 보스]는 문화의 날이 아닌 그냥 목요일 개봉이라 돈이 좀 더 든 게 아까워서 심통이 난 상태임을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폐기물을 싸게 샀다고 위안이 되는 건 아니지만 앞서 다른 폐기물을 샀을 때보다 더 비싼 건 뭔가 그 전 졸작들에 대한 분노가 더 값싸보이게 만들잖아요.

 

한국영화 100주년인 2019년은 한국 영화가 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걸작(차마 이 따위 영화들과 같은 문장에 거론되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을 배출한 해로 기억되겠지만, [자전차왕 엄복동]과 [얼굴없는 보스]라는 시대착오적 망작을 배설한 해로도 기억되어야만 합니다. [자전차왕 엄복동]은 개연성을 말아먹으며 건너뛴 온갖 맥락들을 그냥 얼렁뚱땅 대사로 처리하며 관객을 강요하는 나태함을 보여줬다면, [얼굴없는 보스]는 그런 강요의 장치조차 없이 무뇌아적인 전개로 일관합니다. 극중 상황들은 그냥 아무 근본없이 던져놓고 후까시(이 영상물의 수준에 이보다 더 어울리는 어휘는 없을 겁니다.)만 잔뜩 잡는 데만 골몰합니다. 그러다 보니 한 시퀀스 내에서도 씬과 씬이 서로 조응하지를 않습니다. 특히 플래시백 인서트를 넣을 때마다 참 얄팍하게 수습하려 든다는 생각이 들어 한숨이 나옵니다. 차라리 이렇게 말하고 싶어집니다. 씬을 맺고 끊는 타이밍이 어때야 하는지를 이해할 지능이 없는 인간들만 모여서 만든 것만 같은 영화라고. 제작기간이 8년 10개월 걸렸다고 홍보하던데 그 긴 시간동안 트리트먼트 하나 제대로 쳐다본 인간이 한 명도 없었나 봅니다.

 

연출력의 부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게 배경음악의 사용입니다. 지나칠 정도로 너무 정형화된 사용법인 주제에 걸핏하면 반복, 남용하기까지 합니다. "지금 극의 분위기는 이렇습니다."고 억지로 지목하다시피 하는 수준으로요. 그리고 말이 좋아 남용이지, 이 영화가 음악을 남용하는 수준은 마약중독자가 약물과용으로 사망에 이르는 수준을 능가합니다. 마치 서사로는 관객들을 설득할 자신이 도무지 생기지 않아 음악의 곡조로 떡칠을 해놓았다랄까요.

 

촬영, 연기도 너무나 심각합니다. 그냥 간단한 대화 장면의 시점 쇼트, 리액션 쇼트 찍는데도 아무 의미 없는 핸드헬드로 화면이 흔들리는 게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앵글 속 인물이 질주하고 그럴 때야 핸드헬드로 쫓아가며 격렬히 흔들리는 화면에 담는 거나 인물의 시선을 따라가며 흔들리는 거라면 몰라도, 말하는 사람을 잡는 3인칭 쇼트에서조차 화면이 계속 미세하게 흔들리는 건 대체 무슨 짓이란 말입니까.

 

연기는 극을 혼자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은 천정명이 최악입니다. 극의 모든 요소를 걷어내고 보면,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콩트에서 쓸데없이 진지하게 굴어서 좌중을 웃기는 연기로는 적합할 수준의 연기만 반복됩니다. 이런 씬도 하나 있습니다. 술 취한 채 분노를 어색하게 토로하는 몇 초짜리 그 짧은 순간의 씬을 누가 봐도 서로 다른 테이크인 게 분명한 여러 각도의 쇼트를 이어붙여놨습니다. 무슨 실험적인 시도를 감행하는 영화일리는 절대 없으므로, 그냥 한 테이크로 가기에는 천정명의 연기가 워낙 답이 없어서 그랬을 거라고 강력하게 추측되는 대목입니다. 한국에 골든 라즈베리 상이 있다면 올해 남우주연상은 무조건 천정명이 받아야 합니다.

 

이렇게나 모든 면에서 구제불능이라는 점에서 [얼굴없는 보스]는 [리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영화입니다. 제가 [리얼]에 대해서 '영화를 못 만든 게 죄라면 능지형도 가벼운 형벌'이라고 했었는데, [얼굴없는 보스]에게는 제목대로 얼굴을 없애버리는 처벌이 알맞을 거 같습니다. 효수 정도면 적당하겠네요. 어차피 [리얼]이나 [얼굴없는 보스]나 관객과 영화를 우습게 보고 만든 게 분명하다는 점에서 반역자를 다스리는 형벌을 내려야 마땅한 수준이니.

LinusBlanket LinusBlanket
19 Lv. 34947/36000P

스누피 팬은 아니고 그냥 다 커서도 담요 끼고 자는 얼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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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달빵이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20:48
19.11.21.
profile image
달빵이
[자전차왕 엄복동]은 3.1절 특수 노리고 2월 문화의날에 개봉했었습니다. 그걸 저예산 영화인 [항거: 유관순 이야기]에게 뺏겨서 그 꼬라지가 났지만.
20:51
19.11.21.
2등
거의 뼈를 때리다못해 척추를 뜯어내는것 같은 탁월한 평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51
19.11.21.
profile image 3등
봤는데 중소배급 영화는 이런영화들이 수두룩해서 개인적으로 순위권 내에도 못들더군요

그냥 흔한 중소 퀄리티라 별로...

리얼은 cj영화였기에 좀 충격이었지만요
21:31
19.11.21.
profile image
어, 예전에 이런 패턴의 영화 본 것 같아요
[설계]라고...
21:35
19.11.21.
profile image
그냥 이것저것 넣은 느낌이군요. 리얼이나 이거나 멋 잡느라 그래선지 부제가 그런것 같네요.
21:58
19.11.21.
profile image
2019년의 리얼이라니 안보고도 어떤 영화일지 짐작이 가는데 리얼은 망작의 대명사가 된건가요..;;
21:59
19.11.21.
궁금해지면 안되는데...ㅠㅠ
엄복동. 두번할까요에 이어 얼굴없는보스라니ㅠㅠㅠ
역대급인가봐요 ㅠ
22:03
19.11.21.
profile image
리뷰를 보면 이건 리얼보다 더 괴작인거 같군요. ㅎㅎ 뼈를 때리는 수준이 아닌 완전 해체 분해 수준의 명쾌한 리뷰였습니다.
리뷰 덕분에 궁금증은 배가 되어 VOD로 곧 풀릴꺼 같은데 그때 봐야겠습니다. ㅋ
10:24
19.11.22.
profile image
제목부터 정말 별로고,예고편보고 오그라들었어요..천정명 배우역시 반항끼는 있지만 이쪽 마스크는 아니라.. ㅠㅠㅠ
음악... 안들었는데도 들리는 듯 합니다 ㅠㅠㅠㅠㅠ
골든라즈베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11:26
19.11.22.
profile image
천정명은 연기 잘 했던 적이 있긴 했었나... 싶긴 해요 ㅎㅎ

(리얼에서조차 주연인 김수현은 하여간 열심히.. 했는데)
12:53
19.11.22.
profile image
리얼과 UBD에 준하는 작품이라니..
실적채울겸 한번보러갈까했는데 발길을 돌려야겠습니다..
잘읽고갑니다
13:58
19.11.22.
profile image
아, LinusBlanket 님의 분노의 후기는 도전욕을 자극하는 영업이 되버리... 고 ^^;;
15:51
19.11.22.
profile image
좋아요 누르려고 로그인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끊임없는 핸드헬드 생각만 해도 토나오는군요.
16:11
19.11.22.
리얼도 보고 엄복동도 봤지만 이건 대한민국 역사상 다시 없을 영화가 싶었는데.... 리뷰를 보니 또다시 어마어마한 영화가 나온 건가요;;;;; 어느정도인지 약간 궁금해지네욬ㅋㅋㅋㅋㅋㅋ
16:20
19.11.22.
profile image
천정명 오랜만에 반가웠는데.. 이렇게 빠잉하나요.
17:00
19.11.22.
profile image
리얼은 김수현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죠.감독이 죽일 놈.
19:11
19.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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