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빌] 관람평(스포없음)
새로 생긴 메가박스 성수 4관에서 관람했습니다. 좌석 단차가 가팔라서 좋군요. 그러나 마스킹은 없습니다.
모 평론가의 한줄 평(점 하나를 제목에 추가하고 싶다고 한)으로 소소하게 유명해진 영화입니다.
집으로 오는 내내 장면들을 다시 리와인드 시켜봤습니다. 쥐스틴 트리에라는 감독, 좀 더 발전하면 라스 폰 트리에같은 감독이 될 것으로 감히 예상합니다.
역시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할만한 작품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아마도 올해 가장 오해받기 쉬운 작품 중에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얼마 전 보았던 안느 퐁텐의 <스노우 화이트>처럼 말이죠.
그냥 보면 막장영화처럼 보이지만, 이제 막 마흔을 넘긴 여성감독 쥐스틴 트리에는 막 만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정교하게 영화고전의 레퍼런스 토대위에, 덜어내고 생략해가면서 플롯을 구성해나갔습니다.
<메멘토>처럼 정신을 바짝 차리고 봐야 할 겁니다. 타임라인을 루빅스 큐브처럼 섞어버립니다. 플래시백과 플레시포워드는 난폭하게 휘몰아쳐 관객을 내러티브의 파도위에 주인공과 함께 태워버리고, 정신줄을 놔버리면 망망대해 속에 완전히 좌초되고 말 겁니다.
창작은 소설이든, 영화든 때론 악마와의 거래를 동반합니다. 영화속 어떤 프로듀서의 말처럼 촬영장에선 모두 약간 미쳐버리는거죠. 영화 속의 영화를 통한 가상의 선택, 주인공의 마음은 뒤흔들립니다. 처음엔 이용하려했지만 대가를 치러야겠죠. 그리고 인물간의 비참함은 역전됩니다.
시빌이 이루지 못한 것과 집착하고 있던 것들은 비정함으로 발현됩니다. 그녀 자신의 비정함일수도 있지만 감독의 작법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관객과의 수싸움을 좀 가혹하게 진행시켰다는 느낌은 듭니다만.
제목이기도 한 시빌(Sibyl)은 주인공 이름이죠. 버지니아 에피라의 빛나는 연기는 이 인물의 이야기를 한껏 풍성하게 만듭니다. Sibyl의 어원은 고대 그리스 신화의 아폴론 신탁을 받은 무녀에서 비롯합니다. 현대에는 여성 예언자의 일반형으로 쓰입니다. 그녀가 꿈꾸는 것과 실행하는 것, 바라는 미래들은 어지럽게 선을 넘습니다. 독특한 화법과 인상적인 연출은 감독의 이름을 강렬하게 제게 각인시킵니다.
★★★☆
텐더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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