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맛집 「나이브스 아웃」-리뷰(노 스포)
본래 추리는 매우 즐겁습니다. 미스터리라고 표현할 수수께끼를, 뿌려진 단서를 거두어가며 논리적으로 결말을 정당하게 획득하는 작업(!)이거든요.
물론 최근에 보자면 지나칠 정도로 식상해졌습니다.
이유도 간단합니다. 스릴러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는, 적어도 장르적인 정의에서 보자면, 몰상식한 영화가 너무나도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이 역시 파고 들면 답이 나옵니다.
거대 자본이 아닌 적절하게 기획할 수 있는 즉 헤게모니를 자본에게 넘겨주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 박스오피스가 이뤄졌을 경우 보상도 크기 때문에 기획이 너무 많이 되어서입니다. 쉽게 말해 공급이 수요보다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요.
이러다 보니 기본을 망각한 해괴한 스릴러 영화가 참 많아졌습니다. 관객은 맛집을 찾는 소비자와 같기 때문에 금세 외면하지요. 그러나 맛집과는 달라서 이러한 영화가 쌓이면 장사치인 가게 주인이 가게를 열 장소가 없어집니다. 이율배반적이게도 영화는 스트리트가 있다면 언제든 오픈할 수 있는 상점과 달라 내홍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마도 이러저러 이유로 스릴러 또는 미스터리 영화를 싫어하는 관객도 많으리라 예상됩니다.
나이브스 아웃입니다.
일단 맛집 냄새를 풍깁니다. 라스트제다이로 악평과 호평을 동시에 받았던 라이언 존슨이 주인입니다. 어떤 종류냐. 추리입니다. 스릴러가 아니라 추리입니다. 일반 관객은 사실 스릴러와 추리의 경계도 잘 모르는 분이 허다합니다. 호기롭습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봐도 이 장르는 이제 사장되어 갑니다.
반대로 메뉴를 보니 맛집 냄새가 풍깁니다. 007 다니엘 크레이그에 캡틴 크리스 에반스. 조드 장군 마이클 셰넌에 호러의 영원한 히로인 제이미 리 커티스도 보입니다. 이들 외에도 여러 유명 맛집의 메뉴들이 이 가게로 옮겨왔습니다.
썰 풀고. 복선 깔고. 암시 주고. 적당한 눈가림으로 흩뜨려둔 뒤. 복선은 회수하고 썰은 뒤집고. 논리로 들이밀어 "당신이 범인입니다!" 하고 밝히면 이 식당은 끝납니다. 그런데 무려130분.
마치 바스커빌가의 개를 연상시키듯 커다란 개 두 마리가 달리며 시작하는 오프닝. 그리고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85살의 미스터리 작가.
어떻게 될까요?
이 영화는 원작이 없었던 만큼 캐릭터 소개와 그들이 말한 정황 위주로 영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물론 딱 한 명. 이야기의 축이 되는 인물을 관객에게 상당수 풀어버려 관객만 미리 맛을 알게 합니다.
이 영화. 도치서술 추리입니다.
그리고 펼쳐지는 메뉴들의 대향연!
따봉을 연이어 붙여도 모자랄 맛집으로 메뉴들이 하나하나 등극하기 시작하더군요. 비록 스포일러라 밝힐 수는 없지만 "범인은 **에 **한다."는 법칙 하나를 놓고 봐버리면 맛의 비밀을 알게 되어 약간은 김이 샐지도 모릅니다만! 맛있는 음식은 식어도 맛있는 법입니다.
라이언 존슨.
라제는 라제. 용서합니다. 이 영화 간만에 만난 추리 수작입니다. 아마 "Murder by Death!"처럼 두고두고 회자되리라 예상됩니다.
올해 다섯 손가락 안입니다. 가장 장르적이며 가장 대중적인 동시에 카타르시스라는 단어에 명백히 부합합니다. 앞에 깔았던 전제를 이제 가져옵니다.
추리는 매우 즐겁습니다!
추천합니다. 이 영화. 추리 맛집입니다. 거듭! 라이언 존슨. 용서합니다. 그리고 속편을 벌써 기대합니다. 브누아 블랑. 본래 명탐정은 얻어터지다 마지막에 한 방 먹이는 법입니다. 다시 블랑의 활약을 보고 싶습니다. 강력하게.
추천인 7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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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고ㅡ 나이브스 아웃. 와 진짜 재밌게 봤어요. ㅋㅋㅋ 재관람 해야죠.
좋은 밤 되십시오.
너무 진지하지 않아서 좋았어요!!! 유쾌하고 지루하지 않게 볼수있더라구요^^
잘 읽고 갑니다!!
글 맛깔나게 잘 쓰셨네요. 영화 꼭 보겠습니다.^^
Murder by Death.. 5인의 명탐정.. 그 영화 진짜 재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