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하기 직전에 <겨울왕국> 본 썰...
저는 2014년 겨울에 신병훈련소에 들어갔습니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입대하기 이틀 전인 주말에 화제작 <겨울왕국>을 보러 갔다는 겁니다.
세상 무너질것 같은 침통한 심정으로, 그렇게 해맑고 아름답게 사랑을 노래하는 영화를 봤으니 얼마나 아니꼬웠겠나요.
노래는 참 좋긴 좋아서 유튜브로 계속 들었는데, 다소 엉성한 스토리가 무척 맘에 안들어서 같이 본 지인들과 영화를 씹었더랬습니다. 그런데도 아무튼 노래는 되게 좋아했었네요 ㅋㅋ
그리고 또 입소하던 날에 눈이 엄청 왔어요. 저는 부산 쪽 후방에 있는 훈련소에 있었는데, 제가 입대한 날이 부산 지역에서 30년? 20년? 만에 폭설이 내렸던 날이었다고 그럽디다. 거기 근무하는 부사관들 여럿도 생전 처음 보는 눈을 훈련병 되자마자 치웠던 거죠.
그런데 나름 도심과 가까운 훈련소라 그런지, 거기도 겨울왕국 신드롬의 영향이 은근 있긴 있었습니다.
예컨대 한 조교는 항상 '렛잇고'나 Do You wanna build a snowman 같은 노래를 흥얼거렸고, 나이 많은 행보관은 아예 폰으로 노래를 틀고 돌아다녔습니다. 한번 왔다간 헌혈차에서 헌혈할 때도 다 같이 겨울왕국 노래만 들었어요ㅋㅋ
밤에 일어나 최악의 기분으로 보초를 설때도 아무 생각 안하려고 겨울왕국 OST를 줄줄줄 외웠던 기억도 나네요.
한번은 주말에 쉬고 있었는데, 행보관이 몽쉘 두 통을 들고 와서 Let It Go를 불러보라고 시켰습니다. 각자 나름대로 가사를 기억해내려고 애썼는데, 저는 입소 직전에 귀가 닳도록 그 노래를 들었기 때문에 1절을 완벽하게 불러내고 우리 소대에게 (초코파이가 아닌!) 몽쉘을 선사했습니다.
우리 말고도 몽쉘을 받아간 소대가 하나 더 있었는데, 그 쪽은 가사가 아니라 휘파람으로 완창해서 격찬을 받았습니다.
<겨울왕국>을 몹시 비참한 기분으로 보게된건 안타깝지만, 지금 돌아보니 그 영화 OST 덕분에 훈련소에서 틈틈이 위안을 받았다는게 아이러니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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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맞습니다ㅋㅋ
어려운 상황을 내딛고 '렛잇고'를 부르셨군요 ㅠㅠ
서면 아이맥스관에서 겨울왕국을 보고
훈련소안에서 정말 많이 불렀어요ㅠㅠ
편지로 겨울왕국이 800만을 넘었다며 대박 소식도 듣고 기뻐했는데 ㅎㅎ
저만 모르는 렛잇고가 됬었겠죠 ㅠㅠㅠ
군대에서도 렛잇고 열풍이+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