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bb 님 나눔) '심판' 후기 - 극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다이앤 크루거의 연기
rbb 님 나눔으로 <심판> 보고 왔습니다.
칸 영화제 수상작치고는 평이한 전개 때문에 크게 인상적이진 않았지만 다이앤 크루거의 연기 하나는 정말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각본의 빈틈을 오롯이 배우의 연기로 커버하며 극에 설득력을 부여한다는 느낌을 느꼈네요.
가족을 잃고도 법정에서도 정의를 찾지 못해 결국 홀로 피의 복수를 한다는 설정...어디서 많이 봐왔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익숙한 설정이라는 패널티를 안고 무언가 다른 것을 제시하느냐...제가 볼 땐 그것도 아닙니다.
물론 터키 출신 이민자 감독이 연출하는 이 작품에는, 히틀러라는 과거의 망령이 다시 스멀스멀 되살아나며 우경화되고 있는 현대 독일 사회에 대한 걱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피부색이 다르기 때문에, 종교가 다르기 때문에 배척하는 이 사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계기를 주긴 하죠. 그러나 주제의식을 그리는 과정이 지나치게 평이해서 오히려 주제의식이 잘 와닿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치밀한 각본보다는 순간순간의 공기를 담아내는 데에 주력한 것 같은데 오히려 각본 작업을 좀 더 섬세하게 했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평작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 작품이 꽤나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길이길이 회자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순전히 다이앤 크루거라는 명배우의 연기 때문입니다. 사실 다이앤 크루거에게 명배우라는 호칭을 쓰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당장 그녀를 처음 봤던 <트로이>나 <내셔널 트레져> 시리즈를 보면 영어를 잘 하지 못했던 어린 저의 눈에도 '저 배우는 뭔가 어색하다'라는 느낌이 진하게 들었으니까요. 그러나 <바스터즈>에서 한번 놀라고, 10년이 지나 <심판>에서 그냥 다이앤 크루거는 명배우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네요. 크루거는 이번 작품에서 고통과 회한, 분노 등 이루말할 수 없는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을 놀라울 정도로 생동감 있게 표현해내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전개가 조금 이상하다...싶다가도 다이앤 크루거의 얼굴만 보면 납득이 가는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감독의 다른 작품을 보지 못해서 쉬이 판단을 내리긴 어렵지만, 적어도 <심판>은 오히려 다이앤 크루거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훌륭하고,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라는 타이틀에 충분히 자격있는 연기였습니다.
다이앤 크루거의 연기 하나만 보려고 극장을 찾아서 그런지 꽤 만족스러운 관람을 했어요. 그런데 무려 칸 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인데....개봉까지 2년이 걸렸더라구요? ㅜㅜ 아니나다를까 영화 시작 전에 뜨는 '그린나래' 로고....해외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 좀 더 빠른 시간 안에 극장에 찾아왔으면 해요. 나눔해주신 rbb 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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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제가 사는 데는 개봉관이 없어서 볼 방법이 없네요.ㅠㅠㅠㅠ 다이앤 크루거의 발전한 연기를 보고 싶은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