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V 페라리] 최초 시사회 후기
이번 시사회가 모집기간이 대단히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률이 5 대 1 쯤 됐던 걸로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영화 자체보다는 그냥 20세기폭스코리아 시사실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 혹해서 원래 예정된 일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응모했는데, 그 경쟁률을 뚫고서 덜컥 당첨이 되니 선약이고 뭐고 다 취소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글을 적고 있는 지금은, 시사실을 체험해본 것보다도 정말 좋은 영화를 만나고 왔다는 점이 더욱 뿌듯합니다. 철저히 스포일러를 배제한 채 이야기를 해야 하니, 그냥 두서없이 써내려가보겠습니다.
1. [포드 V 페라리]는 선택과 집중이 확실한 영화입니다.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제목만 놓고 보면 '포드'와 '페라리' 두 회사 간의 대결, 혹은 두 회사가 각각 상징하는 가치관 사이의 대립처럼 읽힐 수도 있고, 영화가 기초를 두고 있는 실화를 소재로 그런 스토리를 구축해나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포드 V 페라리]는 그런 방향이 아니라 실제 이야기의 수많은 요소들 가운데 두 주요 인물, 캐롤 셸비와 켄 마일스가 중심이 되는 드라마를 쌓아올려 가는 데 쓸 수 있는 것들 위주로 길어올리면서 많은 것들을 과감히 배제합니다. 그 결과물인 완성본의 러닝타임이 장장 152분에 달하지만 전혀 장황하다는 느낌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로는 위 포스터처럼 유럽과 영국 쪽 개봉명인 [르망 '66]이 더 적합한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2. 영화를 가장 잘 설명해줄 수 있는 단어를 딱 하나 꼽으라면 '결기'입니다. 타협하지 않는 것. 이런 면에서는 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전작 [로건]과 닮아있는 구석이 있다고도 보입니다. 물론 [로건]과 달리 맨골드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지도 않았고, 유혈이 낭자하기는 커녕 그 흔한 f-word마저도 나오지 않는 PG-13 등급을 받은 영화이지만,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 인물의 집념과 결기가 드러나는 드라마라는 점에서 말이죠. 다만 [로건] 속 투쟁이 시종일관 숭고하고 처연했다면, [포드 V 페라리] 속 투쟁은 흥미진진하고 유쾌합니다.
3. 두 주연 배우의 연기 테크닉에 감탄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위 포스터에서 크리스천 베일의 표정을 주목해주십시오. 영어 단어 중 'cocky'라는 단어를 그대로 체화한 듯, 자부심과 건방 사이의 그 어딘가에 머무는 저 표정과 같은 태도에다 영국식 억양을 사용하는 켄 마일스의 캐릭터에 크리스천 베일은 완전히 녹아들어갔습니다. 베일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바로 몇 달 전에 [바이스]에서 노회하고 교활한 딕 체니를 연기했던 배우라고 알려주면 못 믿을 지도 모릅니다. 맷 데이먼 또한 캐롤 셸비의 미국 남부 텍사스 주 출신 레드넥스러운 억양을 아주 자연스럽게 구사합니다. 데이먼은 거의 지리적 위치로나 지역사회 성향으로나 정반대라 해도 좋을 북동부 매사추세츠 주 출신인데도 말이죠. 수트보다는 가죽재킷이나 군복이 더 잘 어울릴 듯한 존 번설도 제1조연인 비즈니스맨 리 아이아코카 역을 매끄럽게 소화해냈습니다.
4. 기술상 테크닉도 대단히 뛰어난 영화입니다. 레이스 장면의 속도감 있는 촬영과 리드미컬한 편집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도 사운드가 매우 절륜합니다. 20세기폭스코리아 시사실이 최상의 환경은 아니었겠습니다만, 사운드가 영화에 부여하고 있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박진감과 공간감을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없었습니다. 반드시 음향이 좋은 환경에서 감상하십시오. 이건 권고가 아니라 [포드 V 페라리]를 감상하기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마침 다음 시사회가 바로 메가박스 코엑스 MX관으로 잡혔던데, ATMOS 믹싱이 된 이 영화의 사운드는 굉장히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향 편집상, 음향 효과(믹싱)상 부문에 이 영화는 100% 노미네이트 될 겁니다, 아니, 돼야만 합니다.
5. 시사 시작 전 20세기폭스코리아 마케팅 담당하시는 분께서 하신 말씀 중에 이런 언급이 있었습니다. 개봉이 한 달(12/5 예정) 남았는데도 이렇게 시사회를 일찍 갖는 이유는 '자신 있기 때문'이라고요. 이런 작품을 쥐고 있는데 자신감이 안 생기면 그게 더 이상할 겁니다. 아직 12월 첫째 주에 어떤 영화들과 경쟁을 펼칠지는 몰라도 [포드 V 페라리]는 그 시기 상업영화 개봉작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뚝심이 빛나는 이 스포츠 드라마가 많은 관객분들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LinusBlan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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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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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결양상은 포드와 페라리의 경쟁이지만 전체적으로는 르망 66이 맞다고 봐요.
3. 베일은 심지어 자세까지도 재현할 정도였어요. 진짜 보면서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었어요.
4. 그래서 기대됩니다. MX관의 사운드와 아이맥스 사운드가 얼마나 대단할지요.
5. 아무리 영화가 자신있어도 관객들을 데리고오지 않으면 말짱 꽝이죠. 앞으로 어떻게 홍보해서 관객들을 끌어모을지 궁금해집니다.
올해 최고의 영화일거라는 느낌이 듭니다
큰 기대가 되네요
음향 빵빵한 관에서 다시 보고 싶어요.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