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시사 후기 - 뼈 저린 무력감 (약스포)
재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를 좋게 봤는데, 오늘 두번째로 보니 더 인상적이었네요.
의문의 테러로 한순간에 남편과 자식을 잃은 여자의 이야기입니다. 증오로 시작된 이 사건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매듭지어지는지, 다소간의 거리감을 둔 채 묵묵히 따라갑니다.
감독이 사회 현상에 대해 어떤 뚜렷한 해결책이나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박살내는 증오와, 그런 파괴적인 증오의 만연함에 대한 깊은 무력감을 표현하는 듯 합니다. 사회 공동체나 법 제도마저 한계에 부딪히고 마는데, "이제 어떻게 할텐가?"라는 질문에 명쾌한 답을 낼 수는 없었겠죠.
이 영화는 중요한 스포 없이 느낀 점을 쓰기가 참 어렵네요. ㅋㅋㅋ
다이앤 크루거는 이 작품으로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역시 굉장한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슬픔, 분노 같은 격한 감정 뿐 아니라 무기력과 내밀한 아픔까지도 표정과 몸짓으로 절박하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 극장에서 본 가운데 족히 한손에 꼽힐 열연이라고도 생각합니다.
또한 다이앤 크루거의 깊고 힘있는 얼굴을 담는 카메라의 움직임도 좋았습니다. 쇼트를 다채로운 각도에서 잡아서 그런지, 영화의 이야기와 한정된 배경에 비해 정적인 영화라는 느낌이 덜했어요.
워낙 무겁고 팍팍한 영화라 관람하기가 다소 힘겨울 수도 있지만 절대 지루하진 않을 것입니다. 이런 내용에 '재미있다'는 표현은 좀 그렇고, 자연스럽게 몰입이 잘 되고 흥미진진합니다. 시간 있으시면 꼭 한번쯤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익무 은혜 덕에 좋은 영화 관람했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추천인 4
댓글 4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더 브릿지 바스터즈 이후로 참 좋은 연기였어요 저런 감정을 촬영 내내 선보인다는게 와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