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6
  • 쓰기
  • 검색

[경계선] 관람평(스포 거의 없음)

텐더로인 텐더로인
1620 5 6

 

경계선.jpg

 

어제 관람했습니다.

 

포스터를 보고 섣불리 추측하면 낭패를 보는 영화들이 종종 있습니다. <경계선>은 그런 영화입니다.

 

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는 스포일러를 다루지 않고는 핵심을 건드릴 수 없으며, 불완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개봉 전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서 가장 중대한 스포일러들을 피해가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어쩔 수 없이 딱 하나의 영화 속 요소(신화)는 밝힐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용언급에 너무 민감한 사람이라면 그조차도 스포일러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니 아래의 평을 읽지 마세요.

 

 

--------------------------------------------------------------------------------------------------

 

 

음향이 섬세하게 가공된 영화들이 있다.

올해에는 <아틱>이나 <더 길티>같은 작품들이 그랬다.

이 영화의 사운드도 대단히 공을 들였으므로 집보다는 역시 극장이다.

 

짜임새 있게 잘 만든 영화는 많지만, 잘 만든 새로운영화는 드물다.

<경계선>은 관습적이지 않는 영화다. 새로운 광경을 우리 눈앞에 제시하며 질문에 빠트린다.

 

외피는 언뜻 후각 판타지,

그러나 인간의 기준에서만 후각의 제스쳐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달리 표현해본다면 감각의 판타지.

 

감독의 이름이 낯설다. 알리 아바시.

그의 전작을 본 적도 없었고, <경계선>은 그의 두 번째 장편이다.

그런데 스웨덴 영화다. 즉시 떠오르는 생각, ‘감독이 이민자 출신이겠구나.’

실제로 그는 스웨덴 국적을 취득한 이란 태생의 이민자였다.

 

현대의 유럽 국가들이 당면한 현안은 다른 국가에서 온 이방인의 증가.

그들이 이민자일 수도, 난민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외부인이다.

알리 아바시 역시 낯선 땅에 왔고 다른 문화를 겪으며 정체성에 대한 번민을 했으리라.

<경계선>은 자신의 정체성 탐구 과정에서 나온 기이한 판타지.

 

<경계선>은 섣불리 이런 영화다라고 규정짓기 까다롭다.

한 주인공을 둘러싼 혼종 장르. 심각한 수사물과 판타지, 성장영화를 모두 내포한다.

그리고 티나(에바 멜란데르)의 이야기를 관찰하는 우리는 무수히 많은 질문을 떠안게 된다.

 

이 환경 친화적인 인물은 두 세상을 오간다.

영문제목 ‘BORDER’가 가리키듯, 그녀는 세관 직원이다.

일터가 있는 항만의 인간세상은 비정하게 그려지고,

거처가 위치한 숲은 정답고 생기 있다. 그리고 이곳은 신화의 무대가 된다.

 

스웨덴 가문인 트롤레(Trolle)의 문장은 트롤이라고 한다.

신화속의 트롤은 각자 요술을 부린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체인질링

영화를 보기 전엔 이 단어의 뜻을 찾지 마시길.

마치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모쿠슈라의 의미를 알고 보면 시시해지는 것과 마찬가지.

(공교롭게도 위 작품의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만든 영화 중 <체인질링>이 있다)

 

영화는 북유럽의 신화를 빌려와 종의 요소를 발전시킨 판타지를 성립시킨다.

신화 속 재료를 가지고 인간의 경계와 생명을 조명하는 것.

영화는 렛 미 인의 작가인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의 소설을 원작으로 삼지만, 감독의 손길도 닿아있다.

 

<경계선>에는 여러 교차가 존재한다. 선을 넘는 아찔한 교차들.

종의 교차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 성(gender)의 교차가 가져다주는 딜레마와 비전들.

단지 새로움만을 실험하려 했다면 영화는 거기서 그쳤을 것이다. 그러나 더 밀고 나아갔다.

일찍이 고민해보지 못했던 우리에게 많은 담론의 여지를 남긴다.

 

티나는 이웃의 아기를 안는 것을 매우 어색하고 어려워했다.

어쩌면 이 영화의 텍스트를 각성하고 거듭 태어나는 여정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차라리 학습하는 이야기, 진화의 여정으로 보고 싶다.

 

고심하게 된다. 과연 우리 현세대가 미래에도 종을 유지시킬 자질이 있는지.

한 개체의 진화의 과정에서 영화는 반대로 우리 인간,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에게 질문한다.

타 종의 간섭을 통해 진정한 인간됨이란 무엇인가를 되묻는다.

이 판타지의 끝엔 우리에 대한 경계심이 남는다.

 

 

감독의 자기탐구이자 호모 사피엔스의 안위를 묻는 신랄한 판타지.’

 

★★★★

텐더로인 텐더로인
33 Lv. 172339/190000P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like tears in rain."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5

  • 셋져
    셋져
  • 이마루
    이마루
  • 소설가
    소설가

댓글 6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잘 읽었어요. 읽다가 문득 아틱이 올해 영화였나 하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어요. ㅋ 잘 쉬세요.

22:05
19.10.19.
profile image
소설가
고맙습니다. <아틱>은 3월에 관람했습니다. https://extmovie.com/movietalk/44905826
22:07
19.10.19.
profile image
이마루
내용을 거의 배제하고 글을 작성하려니 글은 길지않지만 오래걸렸습니다.
22:08
19.10.19.
profile image 3등
정의를 내릴 수 없는 모호함때문에 첫인상이 괴작으로 다가왔어요.
저로서는 한 번에 모든 것을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그렇기때문에 N차를 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22:53
19.10.19.
일찍 보셨네요. 동진님 라이브톡 가려구요. 갔다와서 읽어볼게요:)
23:30
19.10.19.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차이콥스키의 아내]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12 익무노예 익무노예 3일 전19:34 1519
HOT 잭 스나이더 '레벨 문 파트 2' 로튼토마토 리뷰 번역 3 golgo golgo 3시간 전12:19 644
HOT ‘오펜하이머’ 촬영 IMAX카메라들중 놀란 감독 사용 기기 실... NeoSun NeoSun 1시간 전13:54 444
HOT 변요한, 신혜선 주연 <그녀가 죽었다> 5월 15일 개봉확정 1 전단쟁이 2시간 전13:17 453
HOT 남은인생10년 3주차, 주말 3사 굿즈 수령했습니다 1 카스미팬S 2시간 전13:08 192
HOT 마동석 "범죄도시2, 美 유명 프로듀서가 리메이크 진행... 1 시작 시작 2시간 전12:32 958
HOT 키아누 리브스,루벤 외스틀룬드 신작 <더 엔터테인먼트 ... 1 Tulee Tulee 3시간 전12:24 331
HOT 조 만가니엘로,좀비 스릴러 <마운틴 맨> 주연-제작 2 Tulee Tulee 3시간 전12:23 363
HOT 야차연못 (1979) 일상이 되어 버린 신화. 스포일러 있음. 6 BillEvans 6시간 전08:51 604
HOT 스파이더맨 영화 배우들 의외의 공통점 6 golgo golgo 4시간 전11:21 907
HOT <기생수: 더 그레이> 미공개 스틸 공개 1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1:19 517
HOT 올해 이미 명작 영화 두편 출연한 젠데이아 3 시작 시작 4시간 전11:02 1510
HOT [쿵푸팬더4] 국내 관객 100만 돌파 2 시작 시작 4시간 전10:59 491
HOT [레벨 문 파트2] 로튼 토마토 팝콘통 엎어짐 4 시작 시작 4시간 전10:53 722
HOT 기술은21세기 이야기는 쌍팔년도 총체적 난국"레벨문 ... 5 방랑야인 방랑야인 5시간 전10:08 760
HOT 배두나가 올린 넷플릭스사 선물 1 NeoSun NeoSun 6시간 전08:30 2262
HOT ‘트랜스포머 원‘ 캐릭터별 캐스트 샷 4 NeoSun NeoSun 7시간 전08:28 674
HOT 두아 리파 TIME100 2 e260 e260 7시간 전07:39 704
HOT 2024 칸영화제 공식 포스터, 개최일 / BAFTA 개최일 1 NeoSun NeoSun 13시간 전01:48 742
HOT 하인즈x바비 콜라보 핑크 출시 소식입니다. 2 내일슈퍼 13시간 전01:43 539
HOT ‘펄프 픽션’ 캐스트들 30년전과 현재 1 NeoSun NeoSun 14시간 전00:59 770
1133306
image
e260 e260 12분 전15:17 62
1133305
image
e260 e260 13분 전15:16 50
1133304
image
e260 e260 13분 전15:16 68
1133303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18분 전15:11 108
1133302
normal
소설가 소설가 31분 전14:58 175
1133301
image
NeoSun NeoSun 39분 전14:50 199
1133300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4:20 196
1133299
image
톰행크스 톰행크스 1시간 전14:17 145
1133298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4:17 144
1133297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54 444
113329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52 276
1133295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1시간 전13:48 229
1133294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1시간 전13:34 217
1133293
normal
전단쟁이 2시간 전13:17 453
1133292
image
카스미팬S 2시간 전13:08 192
1133291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2:55 339
1133290
image
시작 시작 2시간 전12:32 958
1133289
image
시작 시작 3시간 전12:27 412
1133288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2:26 245
1133287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2:25 115
1133286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2:25 126
1133285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2:24 331
1133284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2:23 236
1133283
image
Tulee Tulee 3시간 전12:23 363
1133282
image
golgo golgo 3시간 전12:19 644
1133281
normal
미래영화감독 3시간 전12:02 352
1133280
image
golgo golgo 4시간 전11:21 907
1133279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1:19 517
1133278
image
시작 시작 4시간 전11:07 537
1133277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4시간 전11:04 398
1133276
image
시작 시작 4시간 전11:02 1510
1133275
image
시작 시작 4시간 전10:59 491
1133274
image
시작 시작 4시간 전10:53 722
1133273
image
대전imax 4시간 전10:32 359
1133272
normal
방랑야인 방랑야인 5시간 전10:08 7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