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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다 [제24회 BIFF 추천작 - 나의 하늘은 핑크빛] 간략후기

  • jimmani ji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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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 대단원의 막을 내린 제 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2박 3일간 관람한 영화들 중
특히 인상 깊어서 추천하고 싶은 영화들에 대해 따로 리뷰를 써 보려고 합니다.
첫번째 추천작은 일정 중 마지막으로 관람한 '오픈 시네마' 부문 상영작 <나의 하늘은 핑크빛>입니다.
인도영화가 그리 활발히 개봉되지는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함께 걸출한 인도영화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는데요,
<나의 하늘은 핑크빛>은 또 하나의 인도영화 신작으로서 그 계보를 이을 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는 실존 인물인 아이샤 초드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유전병으로 인해 힘겨운 삶을 보내야 했을
아이샤의 삶을 빛나게 한 부모와 가족들의 굴곡 많은 사랑이야기를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매우 당돌하게도 시작부터 이 이야기의 화자인 아이샤(자이라 와심)가
병으로 인해 현재는 이 세상을 떠나고 없다는 사실을 본인의 입을 통해 미리 밝혀 둡니다.
감정을 극적으로 끌어내기 마련이라는 인도영화에 대한 선입견 때문인지, 영화의 이런 출발로 인해
관객은 눈물샘 제대로 터뜨릴 준비를 해야겠다 각오를 하게 되지만 막상 영화는 그 각오와는 다른 길을 갑니다.
아이샤는 무척이나 명랑한 어조로 자신을 키워낸 부모, 자신의 곁에 있어준 가족의 이야기를 풀어 나갑니다.
아이샤의 목소리에서는 이제 더 이상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슬픔보다,
세상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그래서 절대 어두워질 수가 없는 밝은 마음이 느껴집니다.
 
<나의 하늘은 핑크빛>은 뮤지컬 장면 없이 아이샤 가족의 이야기를 잰걸음으로 전개합니다.
별명이 '무스'인 엄마 '아디티'(프리얀카 초프라)와 별명이 '판다'인 아빠 '니렌'(파르한 악타르)이
연애 시절부터 쌓아 온 알콩달콩 에피소드부터 유전병으로 인해 첫 아이를 잃은 아픈 기억,
그 기억을 극복하고 첫째 이샨(로힛 사라프)에 이어 둘째 아이샤까지 낳기까지,
아이샤에게서 또 다시 유전병이 발견되고 그 치료를 위해 인도와 영국 런던을 넘나들던 때,
부모의 노력으로 아이샤가 어렵게 병을 이겨내고 건강하게 자라나 첫사랑의 열병을 앓던 때,
그 모든 행복이 언제까지나 이어지리라 믿던 순간 찾아온 불치병이라는 또 다른 시련까지.
어떤 막장 드라마 속 극한의 갈등 없이도 아이샤 가족의 이야기는 웃음과 감동의 롤러코스터입니다.
이미 아이샤가 시작부에 공언한 이별의 순간이 시간이 흐를수록 다가온다는 걸 부정할 수 없지만,
단순한 슬픔보다도 더 애틋하고 푸근한 사랑이 느껴지는 것은 아이샤의 삶을 완성시킨 가족들의 사랑과
그런 삶을 만들어준 가족을 바라보는 아이샤의 따뜻한 시선 때문입니다.
 
어릴 때부터 병마와 싸워 온 소녀의 이야기를 풀어냄에 있어서 어떤 때에는 관객이 먼저
'지금쯤이면 좀 진지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도 되지만, 영화는 아이샤에게 위기가 찾아와도
그 위기의 여파를 가능하면 오래 가져가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아이샤의 삶이 계속 나아가도록 돌봐줍니다.
엄마와 아빠, 오빠는 아이샤가 건강해져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그런 가족들의 사랑 속에서 아이샤는 자신의 삶으로부터 원망과 좌절이 아닌 희망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렇게 남아 있는 시간과 상관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용기를 키워나가며 이미 활짝 꽃을 피우는
아이샤의 모습은 이 여정이 아이샤 개인이 아닌, 가족 전체가 함께 한 일종의 모험이기도 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이 영화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과장되지 않은 배우들의 현실적인 연기 덕도 컸습니다.
이제는 할리우드에서도 종종 만날 수 있는 프리얀카 초프라는 딸의 완치를 위해 일생을 바쳐 온 엄마로서 갖게 되는
강인한 의지와 극도의 불안이라는, 대비되는 감정을 매끄럽게 연기하며 보는 이의 마음에 동요를 일으킵니다.
아빠 역의 파르한 악타르 역시 철없는 젊은이가 일련의 우여곡절 속에서 성숙한 아버지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변화무쌍한 톤으로 연기하며 극에 깊이를 더합니다.
우연찮게 <당갈>, <시크릿 슈퍼스타> 등으로 배우로서 성장 과정을 지켜보게 된 아이샤 역의 자이라 와심은
자신에게 닥치는 신체적, 감정적 고통을 활기로 승화시키는 숭고한 인간의 모습을 해맑게 그려냅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눈물을 먼저 흘리지 않으려, 웃는 얼굴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결말부와 엔딩 크레딧에 이르면 결국 많은 관객들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는 순간에 도달합니다.
영화를 연출한 쇼날리 보세 감독의 개인적인 소회도 언뜻 보여지는 이 엔딩에 이르면
이제는 이 세상을 떠난 소중한 존재가 자신이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한 사람들을 향해,
그리고 그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향해 전하는 고백과 격려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해 뭉클해집니다.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이 영화도 국내 극장에 걸려 많은 분들이 보실 기회를 얻었으면 합니다.


추천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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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1

댓글을 많이 달아야 레벨업을 할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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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작성자 2019.10.14. 00:47
이마루
감사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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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랑콤 2019.10.14. 06:06

이 영화 저도 부국제 일정 마지막날 관람했는데 따뜻하고 감동적이어서 좋았어요 ㅎㅎ 이야기가 밝게 그려지지만 결말은 보면서 슬퍼서 눈물나요 ㅠ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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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작성자 2019.10.14. 08:36
랑콤
마지막에 밀려오는 슬픔은 어쩔 수 없죠ㅠ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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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golgo 2019.10.14. 09:43
인도 영화도 최근에는 로컬스럽지 않게 국제적인 모양새 갖춘 작품들이 꽤 나오네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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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작성자 2019.10.14. 10:41
golgo
저도 영화가 생각보다 보편적인 정서와 내용을 많이 담고 있어 놀랐습니다 ㅎㅎ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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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작성자 2019.10.14. 10:41
옹성우월해
꼭 개봉하기를!!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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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un 2019.10.14. 10:56

프리얀카 초프라와 파르한 악타르는 예전 출연작에서 정말 환상의 케미를 보여준 적이 있어서,

 

두 배우와 자이라 와심이 함께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작품이에요... 한국 스크린에서 상영되는 날이 다시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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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작성자 2019.10.14. 11:38
Hyoun
예전에도 같이 출연했었군요! 어쩐지 호흡이 잘 맞더라구요 ㅎㅎ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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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oun 2019.10.14. 11:54
jimmani

[Dil Dhadakne Do]라는 제목의 2015년 영화이고 올해 BiFan에서 대호평을 받은 [걸리 보이] 감독님의 전작인데요, (파르한은 조야 악타르 감독님 친동생입니다:)

크기변환_f78.jpg

 

제가 이 영화에서 파르한 악타르를 처음 보고 반했어요+0+ 저는 인도영화 상영회에서 보았는데, [걸리 보이]와 함께 꼭 정식 소개되기를 염원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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