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의 아이] 작법의 안정화 혹은 고착화 (스포)
영등포 스타리움관에서 날씨의 아이 시사회를 보고 왔습니다. 매우 좌석이 넓고 많은 상영관이기에 좌석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맨 뒷자리 중간 블록으로 배치 받아 아주 즐겁게 감상하였습니다.
먼저 시설에 대한 감상은 영등포 스타리움관을 방문해보는 것은 처음인데 스크린은 다소 어둡고 자글자글한 텍스쳐가 보인다는 후기를 많이 봤었지만 맨뒷자리였기에 스크린에 대해선 큰 불만을 느끼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카이 감독의 작품들의 묘미는 클라이맥스에서 터져나오는 음악이라고 생각하는데 소리가 선명하게 퍼져나가지 않고 중간에 막히는 느낌이 있는 답답한 사운드 환경이라 많이 아쉽더군요. 2회차를 본다면 반드시 사운드가 좋은 MX 관 등에서 관람을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수록곡들에 많은 기대를 했는데 너의 이름은의 수록곡들보단 임팩트가 좀 덜해서 많이 아쉬웠네요. )
중요한 본작에 대한 감상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적느라 좀 주저리 주저리인데 "기대치를 어느정도는 충족시켜주었다"인 것 같습니다. '너의 이름은.' 이 나올 시기의 인터뷰 중에 신카이 감독이 상업적 성공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는 내용을 봤었던 것 같은데 ( 기사 링크를 나중에 좀 찾아봐야겠네요) 너의 이름은의 성공을 통해 상업적 성공에 필요한 요소들을 잘 캐치하여 작품에 다 집어넣었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신카이 감독이 잘하는 산뜻한 BOY MEET GIRL 전개, 풍경과 정물의 서정적인 표현, 일본의 샤머니즘적인 문화에다가, 지브리 작품들에서 분위기를 환기하는데 자주 사용하는 먹음직스러운 식사의 과정, 동물을 통한 위트 등을 사람들이 좋아하는 부분들을 나름 맛있게 잘 섞었다 해야할까요? 좋게 말하면 어느정도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에 대한 작법을 감독의 머리속에서 안정화된 것 같은데, 반대로 말하면 벌써부터 전작과 비슷한 소재와 플롯이 난무하고 있다고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감독이 좋아하는 표현들이 다른 작품들에도 반영이 될 수 있으나 '날씨의 아이'에서는 그것이 발전되었다기보단 그대로 답습했다는 느낌이 강하더군요. 이 부분을 야후 리뷰에서는 "벌써부터 드러나는 감독의 밑천"이라고 혹평을 해놓았던데 이 부분은 신카이 감독을 다음 작품을 보고 나서야 어느 정도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중간에 좀 기억에 남는 것이 모두가 반가워하셨을! 전작의 주인공들인 타키와 미츠하의 등장인데요. 옛날의 꿈도 희망도 없는 커플 브레이커 신카이 감독이 정말 서비스에 관대해졌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ㅋㅋ 보면서 재미있고 즐거운 부분이었지만 직접적인 등장이 아닌 미츠하의 빨간 머리띠 리본이나 성장한 미츠하의 동생을 등장시키는듯 간접적인 표현을 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합니다. 신카이 멀티 유니버스를 만들 생각인지 다음 작품에는 이번 작의 주인공 둘이 거의 확정적으로 나오겠군요.
결말에 대해선 옛날의 애니메이션의 주인공들이라면 세계를 구하려고 발버둥쳤을텐데 개인의 선택과 행복을 더 중요시하는 결말이라 처음엔 좀 당황스럽긴하더군요. 이것이 말로만 듣던 사토리 세대들의 사고관인가?? 싶기도 하고 같이 본 친구와 다소 당황을 했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나름 깔끔하고 등장인물의 나이대에 알맞은 결정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뭔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늬앙스의 후기가 되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전작을 재미있게 보셨다면 '날씨의 아이'또한 꽤나 높은 만족도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2~3회차까지는 거뜬히 즐길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