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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다 [날씨의 아이] 노스포 후기 (3.5/5)

'날씨의 아이'는 신카이 마코토의 판타지 애니메이션으로, 매일 비가 오는 도쿄로 가출한 소년이 날씨를 맑게 할 수 있는 소녀를 만나는 이야기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들은 언제나 비슷한 장단점들을 갖고 있었다. 아름다운 작화와 감수성 돋는 음악으로 섬세하게 감성을 풀어내는 듯한 부드러운 면이 있지만 판타지 장르에 있어서는 세계관 구축과 전개에 있어서는 굉장히 서투르다고 생각한다. 그의 메가 히트작인 '너의 이름은.'에서는 그래도 그의 단점들을 장점들로 많이 만회한 느낌이 있었기에, 과연 이 감독이 이번 장편에서는 어떤 성장을 보일지 궁금했다.
 
우선 신카이 마코토 영화를 볼 때 굉장히 큰 기대를 하면서도 언제나 만족스러운 부분인 작화는, 이번에도 역시나 최고였다. 특히 야간 씬이 많은 이번 영화에서는 빛과 색감으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배경을 그릴 수 있는 그의 연출력이 더욱 돋보인 것 같다. 그리고 극적으로 찬란한 햇빛을 도쿄의 도시 풍경에 비출 때에는 정말 황홀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일상적인 공간의 고증을 따르되 빛과 색을 고조시키며 환상의 영역으로 끌어오며 인물들과 이야기의 감성을 증폭시키는 그의 작화는 이번에도 영화의 가장 뛰어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래드윔프의 이번 스코어는 '너의 이름은.'의 그것과 비슷했다. 피아노 메들리로 잔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많이 만들지만, 일렉트로닉이나 락 사운드를 가져오며 감정적인 피크에서는 방점을 확 찍는 스타일도 '너의 이름은.'에서 썼던 전략과 매우 비슷하다. 래드윔프의 음악은 인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다가도 한순간에 해방시켜주는 힘이 있다. 다만, 중간중간에 뮤직비디오스러운 시퀀스를 이야기를 빨리감기하는 신카이 마코토의 전개는 여전히 좀 어색하다. 이야기를 급전개해버린다는 느낌도 있고, 이런 전개 자체가 너무 이질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들을 볼 때마다 차라리 2시간짜리 영화가 아니라 1쿨짜리 시리즈를 만드는 게 낫지 않나 싶다. 전반적으로 신카이 마코토의 가장 큰 장점인 작화와 음악에 있어서는 '너의 이름은.'과 결은 비슷하지만 더 다듬어지고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캐릭터와 스토리는 아쉬운 점이 많다. 기본적으로 '너의 이름은.'과 굉장히 비슷한 이야기 틀을 가지고 있다. 소년과 소녀의 만남에서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가까워지고, 이 둘을 갈라놓는 운명에 절망하지만 결국 온 세상에 맞서 극복하고 다시 만나는 스토리 비트는 거의 판박이다. '너의 이름은.'의 바디스왑 이야기에 대해서는 나름대로의 불만은 있지만, 적어도 그 설정을 최대한 설명하며 세계관을 최대한 정립하려고 한다. 이 영화 같은 경우는 이런저런 떡밥들이 있지만, 이 세계관의 규칙이나 원리에 대한 설명이 없으니 이 규칙들을 깨부숴야하는 상황이 올 때 무엇이 위기이고 무엇이 해결인지 모르니 결국 몰입이 안 된다. 캐릭터들에 대한 부분도 아쉬운 점이 많다. 앞서 언급한 뮤직비디오 같은 급전개 몽타주 시퀀스의 가장 큰 문제점은 캐릭터들이 함께 보내는 시간을 스크린 타임 상으로는 너무 압축해버린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두 주인공이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을 관객으로서는 다 놓치게 된다. 그런 부분에서는 일본 애니의 학원 멜로물의 클리셰를 많이 빌려씀으로써 만회하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럼에도 너무 아쉽게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이 두 주인공이 애초에 어떤 문제점과 결핍이 있었으며, 이들이 서로를 통해, 그리고 함께하는 모험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며 서로를 채워주는지에 대한 묘사도 별로 없다. 판타지 이야기를 핑계로 갑작스럽게 청춘 멜로를 전개하는 느낌이다. 이 문제점은 '너의 이름은.'에서도 있었긴 했으나, 이를 후반부 전개에서 많이 만회했기도 했고, 판타지 스토리 설정과 잘 잇기라도 했다.
 
전반적으로 '날씨의 아이'는 신카이 마코토의 장점이 더욱 발전하고 단점은 더욱 문제가 돼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작화와 음악은 마음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도 꽉 안아주는 듯한 에너지와 감수성으로 가득차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들이 무색하게, 그의 판타지 세계관과 이야기는 상상력은 있지만 마법은 없다. 인물들에게 감정은 풍부하지만 감정선은 없고, 모험은 있지만 여운은 없다. '너의 이름은.'의 명암에서 대비를 더욱 끌어올린 작품인셈이다.

 

3.5/5

추천인 12

  • 앨리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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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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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golgo 3일 전23:10
글 잘봤습니다. 밑천이 너무 빨리 드러나는 감독이 아니었으면 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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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트 작성자 3일 전23:11
golgo
뭔가 단편 시절에서부터 더욱 성장한 모습이 계속 안 나타나고 있어서 안타깝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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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hdj0201 3일 전23:12
기대하고 있었는데 좀 아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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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트 작성자 3일 전23:15
hdj0201
전 개인적으로 기대한만큼 나온 것 같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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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j0201 3일 전23:38
에라이트
다행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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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REINISM 3일 전23:16
감정선에 대해서는 주연 캐릭터들은 청소년기의 그 특유의 감정을 잘 담아냈고, 스가 케이스케의 입체적이라고 하기는 애매하지만 내면의 외면했던 감정이 끓어오르는 걸 잘 표현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의외로 감독님의 의도가 잘 전해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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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라이트 작성자 3일 전23:23
REINISM
개인적으로는 두 주인공은 젊은 남녀니까 서로 사이좋게 지내다가 그냥 적당히 사랑에 빠진다 정도 밖에로 안 보엿습니다. 물론 그 정도로 충분할때도 있지만 그럴꺼면 적어도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들과 계기들이 쌓여서 서로 가까워지는지는 보여줘야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더욱이 이런 이야기는 영화보단 시리즈로 어울리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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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NISM 3일 전23:30
REINISM
방황하던 두 사람이 서로의 의미와 역할을 찾아주면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작품에서도 자주 언급됐고요. 그리고 후기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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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르 3일 전23:24
기대하던 작화나 음악은 늘 기대 이상이죠. 근데 스토리 기대했는데 단점이라니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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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 3일 전23:28
기대하는 작품입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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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anex 3일 전00:05
세계관에 대해 설명이 너무 불친절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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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무 3일 전00:15
리뷰가 아주 좋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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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lgo 2일 전10:18
라그나로크
비스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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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kihong 2일 전06:46
영상만으로도 볼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일 것 같네요. 큰 화면에서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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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불마불 2일 전10:36
음.. 너의 이름은.에서 충분히 실망해서...색감때문에 보고싶지는 않군요. 나름 한국 수입시 GV도 참가하고 투자도 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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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7 2일 전11:29
저는 너무 기대하는 작품인데 이렇게 적어주시니 영화 보기전에 잘 봤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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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찔이 2일 전13:24
오역이 있다고해서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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