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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수다 '롱샷' 초간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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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롱샷'을 보기 전까지 내가 아는 세스 로건은 '똥개그 잘 치는 배우'와 '필모그라피가 이상한 배우'였다. 내가 아는 그의 영화는 '디 인터뷰'와 '그린 호넷', '나쁜 이웃들', '디스이즈디엔드' 이 전부였다. '롱샷'을 보기에 앞서 그의 필모를 뒤져보니 '라이온킹', '디재스터 아티스트', '쿵푸팬더', '스티브 잡스' 등 그럭저럭 쓸만한 영화들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스티브 워즈니악 정말 잘 어울렸다). 정확히는 '롱샷'을 보기에 앞서 세스 로건을 검색하다가 그의 필모를 되짚어 보게 된 것이다. 세스 로건은 의외로 '써먹을 곳이 많은 쓰레기'가 아닌가 싶었다(몇 개의 영화가 정말 쓰레기같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롱샷'에 대해 할 수 있는 생각은 딱 두 가지다. 이 영화는 재생 불가능한 쓰레기이거나 재기발랄한 영화거나. 결론부터 이야기하지면 후자 쪽으로 75% 정도 기울어져있다. 

 

2. 시놉은 아주 심플하다. 백수 프리랜서 기자가 우연히 첫사랑 베이비시터 누나를 만나게 된다. 이 미모의 누나는 현직 국방장관이며 유력한 대선주자다. 미모의 대선주자 누나 샬롯(샤를리즈 테론)은 캠프를 꾸리면서 공보담당(연설문 작성)에 전직 기자였던 프리랜서 동생 프레드(세스 로건)을 영입한다. 정치판이 낯선 쌈마이 기자지만 일하면서 점점 이 사람의 다른 면을 보여준다. 영화의 배경이 선거판인 만큼 이 영화는 정치적인 요소가 많다. 그렇다고 심각한 정치적인 고찰을 하는 것은 아니고 현재 정치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풍자를 하는 것도 아니지만 이 영화 속 정치 이야기는 꽤 재미있다. 이것은 단순히 챔버스 대통령(밥 오덴커크)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를 조롱한 것 이상의 의미다. 

 

3. 챔버스 대통령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면, 그는 TV 스타로 대통령이 됐으나 정치보다 영화판에 욕심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잘 나가는 TV 스타였다(배우 출신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이 있다). '롱샷'이 챔버스 대통령을 통해 하려는 말은 "TV 스타는 TV로 돌아가라"는 의미 정도 될 것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WWE에서 빈스 맥마혼과 갈등하던 시절은 꽤 재미있었다(머리카락 걸고 한 판). 챔버스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된 정치 이야기는 '유리천장'이라는 다소 둥글둥글한 소재로 넘어간다. 국방장관 샬롯 필드는 TV 매체로부터 '얼굴로 정치하는 사람'이라는 조롱을 받는다. 심지어 그녀의 캠프에서조차 정치적 비전보다 이미지 마케팅을 강요한다. 극단적으로 묘사되긴 했지만 아주 불가능한 그림은 아니다. 샬롯의 캠프와 언론, 대중들이 바라보는 그녀의 이미지는 미모에 가려진 편견들 뿐이었다. 

 

4. 여기에 편견으로 가득찬 프레드가 합류한다. 프레드는 급진주의적 신문에서 글빨 좋은 기자로 일하다가 퇴사한 백수다. 확실히 그는 진보성향보다 몇 발짝 더 나가있다. 그런데 그 급진적 성향은 사람들에게 편견을 씌우게 된다(심지어 가장 친한 친구에게도). 물론 그 역시 샬롯의 보좌진들로부터 심한 편견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롱샷'은 온통 편견 뿐이며 이토록 난무하는 편견 사이에서 진심을 보는 코미디다. 이는 정치적 고찰이라기 보다는 인간관계에 대한 성찰 정도로 봐야 할 것이다. 그조차 화장실 유머에 가려져 깊이 있게 와닿진 않지만 그 모든 개그들을 걷어내고 '편견'에 대한 이 영화의 메시지를 볼 필요는 있다(그것은 마치 치킨 뼈에 붙은 살점까지 야무지게 발라먹는 것과 같다). 

 

5. 화장실 유머는 이 영화의 아이덴티티쯤 될테니 넘어가도록 하자. 다만 납득하기 힘든 지점은 샬롯과 프레드가 대체 어느 지점에서 스파크가 튀었냐는 것이다. 두 사람이 연애를 시작하는 것은 영화의 중요한 터닝포인트다. 그런데 거기에 이르기까지 등장한 것은 샬롯을 인터뷰하는 프레드가 전부다. 인터뷰 중간에 자잘한 사건이라도 두어개 넣었다면 몰라도 정말 인터뷰만 하다가 스파크가 튀어버리니 다소 뜬금없다. 여기에 대해 납득을 하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어릴 적 두근거리고 딱딱한 마음이 이제와서 발현됐거나 죽을 고비를 넘기니 성욕이 끌어올랐다고 봐도 된다(실제로 죽을 고비를 넘기면 성욕이 생긴다고 한다). 그런데 그 지점까지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서는 꽤 먼 길을 가야 한다. 화장실 유머가 난무하는 코미디 영화라면 좀 더 직관적으로 두 사람의 스파크를 보여줬어야 했다. 

 

6. 위에 언급한 거대한 단점을 빼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정치인의 자세에 대해 생각할 계기도 됐고 일상 속 많은 편견에 대해서도 돌아볼 수 있었다(가수 장기하가 오랫동안 자취생이었을거라는 것이 편견이라는 것과 같은 식이다). 무엇보다 벌쳐의 마인대박처럼 빵빵 터지는 화장실 유머는 참 '더럽게 웃기다'. 내가 이 영화를 가볍게 넘기기 어려웠던 이유는 '의외로' 화려한 스탭들 때문이다. 처음에는 음악가 마르코 벨트라미 때문에 검색했다가 여러 놀라운 스탭들을 발견하게 됐다. 촬영감독 이브 벨랑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라스트 미션'과 장 마크 발레의 '데몰리션', 리즈 위더스푼 주연의 '와일드', 매튜 매커너히의 '달러스 바이어스 클럽', 자비에 돌란의 '로렌스 애니웨이' 등을 촬영했다. 마르코 벨트라미는 '로건'과 '설국열차', '월드워Z', '허트로커', '스크림', '헬보이' 등의 음악을 담당했다. '허트로커'로 오스카상 음악상 후보에 오른 적이 있으며 '설국열차'로 부일영화상과 대종상 후보에도 오른 적이 있다(!). 감독 조나단 레빈은 모두가 아는대로 '웜바디스'를 연출했다. 

 

7. 제작자로 참여한 샤를리즈 테론과 세스 로건은 이 영화에 대해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가볍게 볼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지하게 곱씹어보고 싶지만 세스 로건의 화장실 개그는 다시 보고 싶지 않아서(다시 보면 안 웃겨서) 일단 접어두기로 한다. 그래서 '롱샷'은 참 이상한 영화다. 엄청나게 큰 단점이 있는데 나머지 장점들 때문에 그럭저럭 희석이 된다. 코미디 영화로 웃어 넘기자니 뭔가 턱 걸리는 지점이 있다. 그런데 그걸 파고 들자니 나 자신이 좀 이상해진다(이런 영화에서 뭘 파내려고). 한 번 보고 넘기기도 아깝고 안 넘기자니 없어보이는, 그런 이상한 영화다. 

 

 

추신1) 의상을 담당한 메리 E. 보트도 커리어가 굉장하다. 팀 버튼의 '배트맨2'와 '맨인블랙' 전 시리즈, '총알탄 사나이' 등을 했고 무려 인도영화 '로봇'에도 의상 스탭으로 참여했다. 최근에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의 의상을 맡았으며 1993년에는 '호커스 포커스'로 그 해 새턴어워즈 의상상을 수상했다. ....아니, 이 영화에 의상이 뭐 한 게 있었나;;

 

추신2) 샤를리즈 테론같은 누나와의 연애라니...일단 그것부터 너무 판타지잖아. 

추천인 6

  • 네잎클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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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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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맛동산 2019.07.11. 16:52

막줄 공감되네여....!!ㅋㅋㅋㅋ

댓글
2등 Mil 2019.07.11. 17:00

생각보다 그저 가볍기만 한 영화는 아니었군요.. 마케팅과 다르네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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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Batmania 2019.07.11. 17:15

확실히 뼈가 있기는 한데 여러 살에 묻혀있는 느낌입니다. 이 영화의 주연이 샤를리즈 테론이라는거 부터가 판타지스러워서.... ㅎㅎ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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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작사 2019.07.12. 16:22

스탭진이 예상 외로 화려하군요..! 이 또한 겉모습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롱샷의 메타적인 메시지인 것일까욬ㅋㅋㅋ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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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잎클로버 2019.07.16. 22:32

판타지 영화 맞더라고요.ㅋㅋ 

스파크가 튄 지점이 허술해서 아쉬웠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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