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수다] 관람이라는 행위에 대한 단상
‘관람’이라는 것에 대한 짤막한 글입니다.
누군가 예전에는 극장에서 걸작을 본다는 행위가 ‘일생일대의 가장 절실하고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습니다.
언제 그 영화를 다시 만나게 될지 기약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물론 아니죠.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보고 싶은 영화를 만날 수 있는 세상,
인터넷의 발달로 VOD가 보편화된 지금,
왜 극장에서 관람을 하고 있는 것인가?
왜 나는 그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기꺼이 씻고,
옷을 입고, 교통편을 이용하고, 발품을 팔아 극장으로 향하는가?
저에게는 일련의 이 행위가 정말 가치 있는 경험들이었습니다.
몇몇 관람 경험은 문자 그대로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소중한 행위였습니다.
99년에 <쉬리>를 울산 천도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지금 이 극장은 세상에 없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보았던 영화들을 떠올릴 때면 그 극장이 생각나 서글퍼집니다.
저의 인생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파이널 컷이 작년 극장에 걸렸습니다.
시사회에 당첨되었고,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전날 잠을 조금 설쳤습니다.
제작년 연말 보았던 <고스트 스토리>의 순간을 기억합니다.
그 상영관 속 침묵의 공기를 기억합니다. 관객의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었던, 완벽한 진공의 우주.
그걸 어떻게 잊겠습니까.
저는 그 기다림, 상영관에 앉아있는 나의 자세, 첫 만남의 감격을 기억할 겁니다.
길에서 몇 만원 주운 건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극장에서 영화를 본 추억은 쉬이 잊혀 지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 ‘관람’이란 단지 시간 때우기, 팝콘을 먹을 2시간의 시간, 더운 날의 피서 정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영화 관람’이란 단지 보는 것이 아닙니다.
영화를 제작한 이와 보는 이가 정면으로 마주하고,
영화가 구축한 세계 속으로 입장하는 여정입니다.
저는 좋은 컨디션으로 영화를 관람해주는 것도 관람자로서의 예의라고 생각하기에,
집중할 자신이 없다면 미련 없이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곤 합니다.
최선을 다해 영화를 본 사람만이 최선을 다해 영화를 평가할 자격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전자책이 일상화되어도 종이책이 쉽게 멸종하지 않으리라는 저의 믿음처럼
(이와 관련된 논쟁이 담긴 영화로 며칠 전 개봉한 <논-픽션>이 있습니다)
극장도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나갈 거라 믿습니다.
저는 영화라는 매체를 사랑하고,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행위를 소중히 여깁니다.
그 순정이 변치 않길.
텐더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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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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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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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글 공감 누르고 갑니당
최근에 다양한 관람 문화도 생겨나면서
새로운 문화 소비 형태가 되고 있는 듯
점점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관련된 글들이 자주 보이기도 하는데
허나 논란은 당분간 끝이 없겠지요;;
근데 갑자기 논픽션 보고 싶네요 ㅋ
이거 완전 공감합니다. 전 기대작 볼때는 전날 컨디션 최고조로 끌여 올리고 갑니다. 컨디션이 아니다 싶으면 명당이라도 과감히 포기해요.
애초에 ‘觀覽’ 부터가 본다는 게 두번이나 들어간 의미인데 말이죠 ㅎㅎ
울산 천도극장... 저도 종종 갔었습니다...
그 당시 태화극장과 함께 울산에서 좀 컸던 1관과 아주 작았던 2관...
2관에서 '폴링 다운'이랑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봤던 기억이 아직도...ㅎㅎ
지금과 비교하면 열악하기 그지 없겠지만, 그 시절 극장들이 좀 더 컸던 것 같은 느낌은 제 착각일지??
요즘 본 많은 극장과 영화들보다 오히려 그 때 기억이 더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개인화된 기기의 수준이 높아감에 따라 극장산업은 쇠퇴할거란 생각이었는데
여전히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곳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습니다.
극장은 공감하기 위해 가는 장소 같아요.
그 공간을 그렇게 쓰기로 약속한 사람들의 정서까지 대체해줄순 없을거 같아요.
어릴적 친구 어머님께서 일하시던 동네극장이 그리워집니다.
확실히 집에서 볼 때랑 좋은 상영 환경에서 관람하는 것과는 천지차이더라고요 ㅎ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요즘 익무 글과 댓글을 보면 가끔씩 여기가 영화애호가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맞나 싶을때가 있어요
영화를 만드는 사람도 배급자도 소비자도 모두 다 상업화에 푹 찌들어있어서 그런거 같네요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제 맛입니다. 관람은 집에서도 할 수 있지만 극장만큼 좋은 시설에서 제대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논란이 많이 생기고 있는 요즘 관람이라는 행위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 좋은 계기가 되는 글이네요ㅎㅎ
지금도 여전히 그 영화를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 지 기약이 없는건 변함이 없다고 봅니다.
극장에서는...
공감되는 글 잘 읽었습니다.
작품과 소통하는 그 공간과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고
좋은 작품을 만났을때 기억에 오래 남죠.
다만 저는 시간때우려고 아무거나 보지는 않아요. 무조건 많이들 보는 영화나 이슈되는 영화, 스케일 큰 블록버스터 영화 라고 해서다 찾아볼정도로 영화매니아는 아니에요. 예술영화도 마찬가지구요.
내가 그 영화와 같이 호흡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야 영화관에서 가서 관람을 합니다. ㅎㅎ
잘 읽었습니다.
제가 관람에 대한 글을 처음 썼지만, 필요이상으로 논란이 되네요.
이 글로 모든 논란이 마무리되면 좋겠습니다
공감합니다 ^^
단순히 숫자 채우기가 아닌
자신의 가슴과 머리속을 채우는 행위가 되어야겠죠
공감합니다
극장은 오랜시간 우리와 있었죠
앞으로도 오랜시간 함께 했으면 좋겠네요
멋진 글입니다!
추천 누르고 갑니다. 매우 공감하는 글이고 저도 작성자님과 똑같은 생각입니다^^
정말 공감되는 이야기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그것을 하는 사람들 일부는 마치 이런 경험을 자기가 한것처럼 말을 하던데 그런부분들은 매우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 덕분에 '내 첫 영화는 무엇이었고 어디 영화관이었는지'
저도 기억을 되살려보게 됐어요.
주말에 엄마에게 그때 간 영화관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구요.
다시 한 번 좋은 글 감사합니다.
너무 멋지고 공감가는 글입니다. 저도 <고스트 스토리>를 보면서 그 롱테이크씬에서의 침묵,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의 고요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극장이라는 곳은 분명 스크린에 비춰진 영상물을 보는 공간이지만, 집 안 거실이나 컴퓨터 앞 의자와는 궤를 달리하는 공간이죠. OTT시장이 거대해져 가는 지금도 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여전히 남아있듯이요.
다른 이들에게까지 영화를 마주하는 경건한 자세와 매너를 갖추라고 강요는 할 수 없겠지요. 그곳은 저만의, 우리만의 공간이 아니라 모두의 공간이니까요. 그래도...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에 오고, 이를 인생의 행복이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사람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이네요...
극장이 살아남기 위해 점점 더 많은 부대시설을 갖추고 (요즘에는 떡볶이도 팔더군요)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극장을 '영화관' 이상의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바꾸어가는 것은 그것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의 선택이니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만, 언젠가 세상에서 그 본질이 된 공간이 사라질까봐 걱정이 되네요.
멋진 글이네요~공감합니다!
글이 너무 좋아요! 감정이 전해지는 것 같습니당 ㅠㅠㅠ 첫 영화관이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 봤던 이제는 사라진 동네극장이었는데 새삼 생각나네요!
글 잘읽었습니다.
지금의 정형화된 멀티플렉스형 극장 보다 예전 단관형 극장의 매력이 더 좋을때도 있는것 같습니다.
특히 아침일찍 조조영화볼때 선착순으로 주는 팜플렛이나 사은품을 받을려고 줄서는것도 좋았고, 하루에 여러편 볼려고 대한극장, 명보, 서울,단성사 순으로 뛰어다녔던 추억도 기억에 남습니다.
단성사에서 줄 서가며 서편제를 보고, 드림시네마에서 러브 액추얼리 시사회를 봤던 세대로서 참으로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ㅠㅠ 코아아트홀, 중앙시네마, 하이퍼텍나다 등등 좋은 인디영화 상영관들이 하나씩 사라져가며 느꼈던 쓸쓸함이 떠오르네요. 시설 좋은 멀티플랙스들을 주로 이용하지만 한두 개 영화로만 꽉 찬 그곳들을 보며 가슴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관람이 같은 걸 느끼는 사람들의 공감이란 걸 최근 보랩 싱어롱에서 실감했는데, 극장이나 종이책도 그리 쉽게 사라지진 않을 거 같아 안심이 됩니다~~ 그런 의미로 내일 논픽션 보러 가요ㅎㅎ
오호 반갑습니다~~
영화 좋아하면 어디서든 만나는군요ㅎㅎㅎ
영화는 큰 화면으로 봐야 제맛이죠!
집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보다 아직은 고르고 골라 시간내서 찾아간 극장에서 본 영화가 더 의미있고 기억에 오래 남는다고 생각해요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좋은 글입니다.
영화, 향기, 책들, 음식..
모두들 나와 연관된 역사들이죠.
공감갑니다~ 10년후에도 20년후에도 30년후에도 설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극장을 찾을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좋은 글입니다. 어릴 적 처음 혼자 영화보러갔던 그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않더라구요.
좋은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맞아요.. 관람했던 표 볼 때마다 그때 누구랑 만났고, 날씨고 어땠고,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기억 날 때마다 뭔가 좀 아련해지더라구요. 내 기억속엔 영화에 대한, 혹은 영화와 관련된 부가적인 기억들이 이렇게 생생한데 그 시간이 10년, 15년 전 일이라는게 믿기지 않기도 합니다.
텐더로인님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제가 마음 속에 묻어두고 있는 영화관에서의 영화관람에 대한 생각을 멋지게 글로 풀어내신 것 같은 느낌이예요. 극장에서의 영화관람이라는 행복함이 계속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간절히.
읽는 내내 제가 왜 극장에 가는걸 좋아하고, 왜 영화를 좋아하는지 정말 너무 오랜만에 복기할수 있었어요
담백하게 쓰신 글인데 읽고나니 이상하게 눈물이 날거 같네요 ㅠ ㅋㅋ
글 잘 보았습니다. 저도 3사 멀티플렉스가 아닌 동네 극장에서
본 기억이 오래 남더라고요.
지금은 뭔가 너무 정형화된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