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스크린으로 보고 드리는 이야기
(퇴장 때 받은 4종 엽서입니다. 영화에서 강렬했던 순간들 8컷이 담겨 있습니다)
(반세기 전 영화이지만 스포일러는 넣지 않았습니다. 못 보신 분들이 직접 봐주십사 하는 의미로...)
2019년의 출발선에서 강한 기를 받고 온 기분입니다. 특히 오프닝부터가 그렇죠. 저는 지난 세기(20C)에 영화를 이미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처음 볼 때의 충격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 120년 영화역사에서 반드시 극장에서 봐야 할 작품을 한 손에 꼽으라면 저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무조건 으뜸으로 포함시킵니다. 리마스터링된 4K 포맷으로 롯데월드타워 슈퍼플렉스G관에서 관람했기에 더 행복합니다.
스크린을 다 채우지 않은 건 약간 유감이지만 리마스터링 화질은 정말 좋더군요. HDR이 적용된 듯이 인상적인 명암비입니다. 밝은 곳은 더 밝게, 어두운 곳은 어둡게 또렷이 구분됩니다. 이 황홀한 미장센에 색감까지 보정되니 더 강렬합니다. 처음 봤을 때의 그 쇼크와 경이는 이젠 덜하지만 여전히 경배하는 마음으로, 무릎을 꿇고 인류문화유산을 대하는 마음으로 경건히 보았습니다. 이동진 평론가의 GV도 있었는데 아래의 내용은 그분의 GV내용에는 없는 이야기입니다.
영국의 ‘가디언’지에서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좋아하는 SF영화를 조사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2위에 오를 정도로 과학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잠깐, 여기서 1위가 궁금하신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건 제 올타임 넘버원 인생작 입니다. 바로 <블레이드 러너>) 그만큼 철저한 고증으로 현실적인 우주공간을 구현했다고 인정받는 작품입니다.
닥터 플로이드가 타고 온 우주여객선이 유유자적 자전하는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장면 내내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울려퍼집니다. 왈츠곡이죠. 한자로는 원무곡(圓舞曲) 두 남녀가 둥그렇게 돌면서 춤을 추는 모양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합니다. 이 두 기체의 움직임이 정확히 그렇습니다! 이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우아함. 속도와 구도와 대상, 음악이 철저한 계산아래 맞물려 돌아갑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저에게는 교향곡처럼 느껴집니다. 모든 파트들이 마치 관현악단 단원들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빛을 내죠. 시와 같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시 정정합니다. 더 그럴듯한 표현을 찾자면 ‘대서사시’같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우주에서의 ‘느림의 미학’을 후대의 우주영화들도 물려받았습니다.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미션 투 마스>같은 작품들이 그러합니다.
현대(68년 당시)의 우주과학기술에 대한 반영만 치밀한 게 아닙니다. 선사시대의 재현마저 그렇습니다. 하나의 예로 인류의 조상이 등장하는 초반부에 ‘맥’이 등장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멧돼지에 코끼리 코를 붙인 듯한 맥은, 3500만년 전부터 존재했고 진화를 거의 하지 않아 ‘살아있는 화석’으로 불리는 동물입니다. 다만 영화상 배경인 아프리카에 살지는 않고 미주지역에 주로 서식하지만. 작년 10월에 작고한 동물학자 오브리 메닝(Aubrey Manning)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지금의 CG로도 따라갈 수 없는 탁월한 시뮬레이션을 선보인다. 특히 맥을 선사시대 동물로 영화 속에서 활용한 것도 절묘했다.”
많은 관객들에게 ‘약발 잘 듣는 수면제’취급을 받으며, 혹은 난해한 작품으로 관람예정리스트 한쪽 구석에 쳐 박혀 있는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그러나 이 영화는 관객에게 열려있기에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감독부터가 관객들에게 자유롭게 상상하라고 했기에 정답이 있을 수 없죠. 스타차일드 장면을 20세기에 처음 볼 때, 과장이 아니라 보는 제 자신이 환생하는 듯한 영험한 체험마저 했습니다. 과거의 역사를 버리고 21세기에는 새 사람으로 거듭 태어나겠노라고 다짐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2001년을 다른 때보다 더욱 고대했었습니다. 벌써 세월이 흘렀군요. 물론 2019년도 2001년만큼이나 저에겐 뜻깊습니다. 이유는 이미 밝혔습니다.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39726281
어쨌거나 반세기 전에 제시한 비전은 여전이 웅대해 보입니다. 완벽을 추구했던 스탠리 큐브릭이 내놓은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 이 영화를 처음으로 보고 싶은 생각이 혹시라도(?) 드신다면 작디 작은 모니터나 TV가 아닌, 극장으로 가야합니다. 광대한 우주, 그리고 영화사상 가장 형이상학적인 스타게이트 통과 씬을 무아지경의 상태로 체험하려면...
텐더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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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http://extmovie.maxmovie.com/xe/movietalk/37810691
오~~~!!! 예전글도 들어가서 잘읽었습니다~
확실히 작은 모니터에서 보기보다 큰 스크린에서 봐야할 작품입니다!
오프닝보고 눈물났네요 ㅋㅋ 와...어떻게 그렇게 만들수 있는지...첫관람이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첫관람을 좋은환경에서 볼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어요! ㅎㅎ
우주여행(?)을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강이 나오면서 표현하는거 보고 진짜 소름돋았어요 ㅋㅋ ㅇ
크.. 열심히 대기타고 명당 예매한 저를 칭찬하게 되네요 ㅎㅎ
극장에서 꼭 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당일까지 취소표 구하길 천만다행이라고, 왕복 3시간의 귀차니즘을 이겨낸 보람도 제대로 느끼고 왔어요. 그동안 수플G 여러번 가봤지만 별로 매력을 못 느꼈는데; 4K의 힘인지 그 어마어마한 스크린의 위용을 처음 느꼈어요.
영화 좋아한다면서 사실 아직 못 본 작품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 말씀하신 것처럼 첫 관람을 그저 제 하찮은 컴퓨터로 보기 너무 아까워서 아껴두고 있는 작품입니다 ㅋㅋㅋ 이번엔 못 가서 아쉽군요 ㅠㅠ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음악을 제일 잘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