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 관람평 (스포X)
봄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풍문이 날아들었습니다.
한국에 최초 공개된 아니쉬 차간티라는 감독의 장편데뷔작 <서치>가 심상치 않았다는 관객들의 전언.
몇 달을 기다려 7월 12일 대한극장에서 모니터링 시사회로 이 화제의 작품을 만났습니다.
곧장 관람평을 작성 후 봉인했고, 언론시사회가 열린 오늘까지 한 달을 기다려 이제 꺼내놓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깜짝 놀랐습니다. 설마 했던 것을 실제로 구현한 영화였습니다.
아래는 스포 없는 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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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예상일수도 있으나, 지금이 아니쉬 차간티라는 천재일 뿐만 아니라 야심 가득 찬 감독의 탄생을 목격하는 순간일지 모른다. 그는 구글 홍보영상과 여러 상업 광고 제작에 참여한 광고인출신. 그동안 광고인 출신들이 영화로 입문해 거장의 반열에 오른 사례들이 있다. 예를 들어 리들리 스콧, 데이빗 핀처같은 이름들(아, 물론 마이클 베이와 잭 스나이더는 예외다!) 어쩌면 그도 언젠가 이 영광스런 리스트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단어로 이 영화를 나타내라고 한다면 ‘혁신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과장 좀 보태서 ‘혁명적’
감독의 나이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쉬 차간티는 1991년생이다. 월드 와이드 웹, 즉 WWW(1990년에 발표)가 막 태동하던 시기. 그는 유년시절부터 인터넷에 친숙해진 최초의 세대에 해당한다. 그런 감독이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 기성세대라면 엄두도 못 냈을 실험적인 작품을, 그것도 완성도 있게 해냈다.
이 영화의 시작부터 관객을 당황케 한다. 극초반은 마치 픽사의 <업> 오프닝이 생각 날만큼 인상적이고 집약적이다. 컴퓨터가 켜지면 부팅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듯 관객들도 이 영화가 구축한 세계속으로 입장하는데 워밍업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젊은 세대관객일수록 로딩시간은 단축될 것이다.
이 영화는 직접적으로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는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상영관의 스크린으로 동기화했다는 표현은 어떨까. 우리가 바라보는 스크린의 거의 모든 장면들은 주인공 데이빗(존 조)이 들여다보는 화면과 일치된다.
여기서 이 영화만이 갖는 개성들이 표출된다. 모든 정보를 쓸어 담으려고 하지만 평범한 아버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정된 데이터들, 영화 카메라로 본 시선이 아니라 때론 조악한(동시에 신선하고 생생한) 디바이스의 화질, 거칠게 건너뛰는 사건의 중계, 한눈에 조망할 수 없는 시점통제, 누벨바그의 21세기적 장난처럼 보이는 점프 컷들. 이러한 요소들이 전에 경험하지 못한 신선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디지털 문물을 활용한 그 모든 가능한 방법을 다 동원한다. 그것도 기가 막힌 방식으로. 마우스의 움직임, 드래그와 클릭, 멈춤마저 서사의 일부분이 될 정도로 끊이지 않는 긴장감. 이런 영리한 시도가 101분간의 상영시간이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긴장을 유지시킨다. 그리고 강력한 한방도 있다.
<서치>는 모르고 보는 것과 알고 보는 것이 완전히 다른 영화다. 어떤 디스플레이(모니터) 화면도 허투루 낭비되지 않고 촘촘히 복선과 힌트를 깔아둔다. 만약 당신이 이 영화를 두 번째 보면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최후반부에 범인이 자신의 입으로 너무 친절하게 사건을 재구성하는 장면에서 맥이 풀리기는 한다. 차라리 다른 사람이 넘겨짚듯이 흘리는 편이 반복관람을 유도하고 여운을 주는데 효과적일지도.
이 영화는 내내 사건 자체에만 목매지 않는다. 그랬다면 보고 난 다음 기억의 휘발성이 강할 것이다. 서두에 이 감독이 야심이 가득 차있다고 했다. 아니쉬 차간티는 이 영화로 말미암아 인터넷이 삶의 필수요소가 된, 전 세계가 네트워크화 된, 그리고 사람들이 SNS에 경도된 현재의 세태를 꼬집는 문제의식을 슬며시 들춰낸다.
현대의 젊음들은 어떻게 단절과 고립을 온라인을 통해 풀어나가고 자구책을 모색하는가. 또한 사이버 세상을 뒤덮고 있는 허세와 가식은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는가. 오프라인과 온라인 관계의 괴리가 딸의 행방을 찾는 과정 속에 담겨있다. 기성세대들에게도 아랫세대는 지금 현재를 어떻게 살아가는가 이해하는 데에 이 영화는 하나의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이 작품은 미국에서 살아가는 유색인종 이민가족을 조명한다는 측면에서 시의성이 있다. 요즘 작품의 타율이 좋은 존 조는 아버지의 고뇌와 혼돈, 절규, 가족을 향한 애틋함을 연기했다. 자신이 아니면 그 누구도 타인을 알 수 없다. 심지어 가족도.
개인적으로도 반성하게 된 계기. 스마트한 기기들을 가지고서 정작 스마트하게 사용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가하고 묻는다면 부끄러워질 따름. 나는,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21세기 디지털 세상을 살아갈 역량과 자질이 있는가? 어쩌면 일상을 넘어선 서바이벌의 문제일수도 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니까.
한줄평: 21세기의 스릴러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가능성을 확장한 혁신적인 좌표.
★★★★
텐더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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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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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 기대 되네요 ㅎ 관람평 잘 봤습니다.
아 기대되네요 관람평 잘 봤습니다!!
좋은 영화 좋은 리뷰!!
정말 기대되네욛ㄷㄷ
인상깊은 관람평이네요.
기대합니다
되게 평이 좋네요
호오... 잘봤습니다. 기대되는군요.
이렇게 기발한 영화를 만든 감독이 저랑 동갑이라니 ㅎ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