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흥미롭게 사용된 "언어"
콜바넴을 보면서 흥미로웠던 점이
각각의 언어가 엘리오의 각각 인물들과의 관계와 감정선을 전달하는 장치로 쓰인다는 겁니다.
영화 초반에는 엘리오가 주로 프랑스어를 쓰다가 올리버와 가까워질수록 영어 대사가 많아지죠.
주요 언어는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3가지고
그밖에 독일어, 살구의 어원 얘기할때 라틴어, 그리스어, 아랍어, 희랍어 단어 등등이 나오죠.
주로
올리버와 영어
아버지와 영어
어머니와 프랑스어
마르치아와 프랑스어
마팔다 등 나머지와 이탈리아어를 씁니다.
되돌아보니
영어는 지혜와 성장을
프랑스어는 가족과 친구의 안식처를
이탈리아어는 일상을
각각 표현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제가 확대 해석하는 걸수도 있구요ㅎㅎ)
1.
예를들어 앞부분에 올리버가 저녁식사에 나타나지 않자
엘리오가 올리버의 "Later!"하는 말투가 거만하지 않냐면서 이탈리아어로 얘기합니다.
그러자 아버지가 영어로 거만한게 아니라 수줍어서 그런거다라고 답하죠.
이내 엘리오도 영어로 얘기하기 시작하죠.
이때 언어가 이탈리아어에서 영어로 바뀌면서
마치 엘리오가 속마음을 애써 감추어 포장하려다가 들킨거 같아 보였습니다.
2.
그리고 정전됐을 때 어머니가 독일어로 헵타메론의 공주와 기사 이야기를 읽어주는데
(참고로 헵타메론은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에 영향을 받아
프랑스의 공주이자 프랑스 르네상스의 큰 획을 그은 '나바르의 마르그리트'가 쓴 책입니다.)
이 부분을 보면서 왜 프랑스인이 쓴 책을 독일어로 읽을까 숨겨진 의미가 있을까 의문이 들었는데
이 이야기에서 강조되는 단어가 freundschaft (우정) 인데
프랑스어로 우정을 뜻하는 amitié 라는 단어보다
영어 friendship 단어가 연상되서 그런 것 같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즉 원어와 다른 언어로 재해석해서 엘리오와 올리버의 "특별한 우정"에 힘을 실어준 것이죠.
3.
이외에도 특히 가장 눈에 띄었던 순간은 마르치아가 나중에 찾아와
"Tu as disparu pendant trois jours.(며칠동안 안 보이더라)"라고 프랑스어로 얘기했을 때
엘리오가 영어로 "I.. had to work.(바빴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자 마르치아도 자포자기한듯 영어로 "Am I your girl? (우리 사귀는거 맞아?)"라고 묻죠.
둘의 언어인 프랑스어를 배제하면서 두 사람의 거리감을 더욱 강조하는 듯해서 마음이 더 아팠습니다.
이처럼 콜바넴에서 언어는 인물간의 교감과 감정을 표현하는 도구로서 다양하게 활용됩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엘리오는 이 많은 언어를 할줄 알면서도 올리버를 향한 감정을 말로 쉽게 전달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둘이 "알러뷰!" 이런 대사 한 번 안하고도 서로를 향한 감정을 누구보다 강하게 확인하죠
말로는 표현 못할, 말로는 초라해지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는거죠.
마치 영화 삽입곡인 수프얀 스티븐스의 Futile Devices 가사처럼요.
"And I would say I love you
But saying it out loud is hard
So I won't say it at all"
사랑한다고 하고 싶지만
막상 말로하긴 어려워
그래서 하지 않을거야
"I think of you as my brother
Although that sounds dumb"
널 형제처럼 생각해
말도 안되는 소리같지만
"And words are futile devices"
말은 쓸모없는 장치일뿐이야
추천인 29
댓글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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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사가 너무 좋네요...^^
영화를 위해 쓴 곡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완전 딱 맞죠ㅎㅎ
저도 언어적인 부분이 은유를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은 했지만 이런 구체적인 생각까진 정리 못했는데 완전 와 닿네요 ^^
마치 이글의 결론처럼 저도 이걸 막연하게 생각만 하다가 글로 적으려니까 어렵더라고요 ㅎㅎ
언어에 대해서 이렇게 분석하신 게 놀라울 따름.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부분이 다르네요.
전 프랑스어인지도 몰라서 ㅋㅋㅋㅋ영어빼곤 다 같은 언어인줄 알았네요 ㅋㅋ독일어로 책 읽을 때 빼곤
오오 정말 공감되는 해석입니다! 저도 마르치아랑 얘기할 때 그걸 이제서야 알아챘거든요...(오늘 3차....;;)
이 영화 진짜 매력의 끝이 없네요 ㅎㅎ
와 좋은 해석이네요~ 1번 해석 특히 흥미로워요ㅎㅎ
그 장면에서 참 귀엽긴 했죠ㅋㅋㅋ
오늘 낮에 보고 왔는데...공감됩니다!
너무 멋진 해석이십니다 ㅠㅠㅠㅠ
언어에 대해 생각 안 해봤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설명도 잘 하시는 것 같아요ㅎㅎ
진짜 멋진 해석이네요 감탄하며 읽었어요ㅠ
이렇게까지 홀릭하게 될줄 몰랐는데 처음 볼때도 참 좋았지만 자꾸 장면장면 곱씹게 되고 이것저것 찾아보면서 여운이 더 길어지는 작품이네요ㅠㅠ 멋진 해석 감사합니다ㅠㅠ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F.R. David 의 words 첫가사도
words don't come easy to me 죠.
말할 것인가 죽을 것인가 인용도 너무 좋았고
ㅎㅏ 또 보러 가야죠 뭐 . .ㅠㅠ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해석에 너무 공감되네요. 추가적인 제 생각도 있는데 댓글로는 혹시 스포가 될까봐 따로 글 파서 남겨보도록 하겠습니다ㅎㅎ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잘읽었어요:)
와 좋은글 감사합니다!!
와.. 정말 너무 좋은글!!!
언어가 왔다 갔다 할때 무슨 이유가 있겠지 하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가려운 부분을 시원히 긁어주시다니!!!
좋은 글감사합니다!!!
뭔가 언어적으로 있을 거라고 유추는 해봤지만 이렇게 구체적으로는 생각을 못했는데 감사합니다! 조만간 곱씹어보며 눈에 불을 키며 n차관람에 나서야 겠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N차 할수밖에 없을 정도로 이렇게 요소와 장치들이 하나 하나 의미있어 보이는 영화는 오랜만입니다 ㅎㅎ
와 멋진 해석이십니다
영화 보면서는 다양한 언어들의 ‘사운드’를 듣는 것 만으로도 뭔가 아름답고 귀호강 하는 느낌이었는데 그 안에 이런 의미까지 찾아볼 수 있는거였군요 !!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사운드’만으로도 의미있어 보이는 마법을 부린 영화 입니다 ㅎㅎ
와 생각도 못했던 부분이에요!!! 저는 단순히 상대방의 언어를 쓴다고만 생각했는데!!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