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파이널 컷] 익무시사 후기 - 오랫동안 기다려 온 전율
익무의 은혜로 압구정CGV ART2관에서 관람하고 왔습니다.
아래는 짧은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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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제대로 ‘보았다’고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25년간 유사품을 본 것이다. 비디오로, TV로, DVD로, 모니터로....
현존 최고의 비쥬얼리스트가 차린 압도적인 ‘미술’앞에 그저 무릎 꿇을 수밖에 없었다.
시작하자마자 불을 뿜는 LA의 야경과 함께 반젤리스의 ‘Main titles’가
극장 스피커를 통해 침범하는 순간엔 조건반사적인 소름.
이 영화는 한마디로 “아비를 죽인 자가 원수를 살리는 찰나의 이야기”다.
물론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표면상 주인공이지만,
나에게 이 영화의 진주인공은 로이 베티(룻거 하우어)다.
마치 15분 밖에 출연하지 않았지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앤서니 홉킨스에게 안긴 <양들의 침묵> 한니발 렉터 박사처럼.
영국 일간지 <가디언> 과학자 조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SF영화로 <블레이드 러너>가 뽑혔다.
(2위가 무려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다!)
보이트-캄프 테스트는 신경과학 분야가 연구하고 있는 것과 그다지 동떨어진 것이 아니며,
그 밖에도 이 영화의 시대는 다양한 과학적 근거가 마련되어 있는 대안미래상이다.
리들리 스콧은 하나의 세상을 창조했다.
그는 영화속 타이렐 박사만큼이나 창조주다.
그러면서도 시대를 초월하여 인류의 고민과 비전을 동시에 제시했다.
그때 던졌던 질문은 21세기인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나는 <2049>가 가답을 제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질문들을 증폭하고 확장시켰다고 생각한다)
로이 베티의 대사(라고 쓰고 ‘시’라 읽는다)는
그것을 듣는 데커드를 포함해 관객인 우리에게조차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광대하다.
우리는 그것을 상상할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다.
그의 ‘애드립’이었던 그 대사는 지극히 문학적이다.
“그 모든 순간들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눈물처럼.”이라고 했지만
내게 이 영화는 “내가 삶을 다하고 사라지기 전까지” 기억될 것이다.
내 인생의 끝자락까지 함께할 것이다.
★★★★★
텐더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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