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경악의 몬스터 영화 '클로버필드'

유튜브와 9/11 시대를 맞이한 첫 번째 블록버스터
사상 최대의 떡밥이었다. 2007년 7월 미국 <트랜스포머> 시사회에서 갑자기 티져 예고편 하나가 공개됐다. 값싼 캠코더로 찍은 듯 거친 입자의 흔들리는 화면에 담긴 예고편은 아파트에서 송별파티를 하는 일단의 친구들을 담고 있다. 홈 비디오인가? 그런데 갑자기 지축이 울리고 건물이 정전된다. 사람들이 옥상으로 올라가자 맨하탄 끝에서 무시무시한 폭발이 일어난다. 누군가의 손에 들린 카메라는 더욱 심하게 흔들리고 사람들은 길거리로 뛰쳐나간다.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나고. 그들 옆에 무언가가 떨어진다.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 비명소리가 지축을 흔든다. "오 마이 갓! 오 마이 갓!"
대담무쌍한 트레일러가 유튜브로 흘러 들어가자 난리가 났다. 거칠고 조악한 홈 비디오로 찍힌 재난의 현장은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소름이 끼쳤다. 도대체 누구의 프로젝트인가. 구체적인 정보들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이것이 J.J. 에이브람스가 제작중인 영화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런데 J.J. 에이브람스가 어떤 인물인가. 21세기 최고의 ‘떡밥의 제왕’아니던가. 그가 창조한 드라마 <로스트>는 구체적인 것은 하나도 보여주지 않은 채 끝없이 떡밥만을 던지며 3시즌을 계속해왔다. 그의 할리우드 데뷔작 <미션 임파서블 3>도 마찬가지다. 이단 헌트가 목숨을 건 스턴트와 액션을 벌이면서 훔쳐냈던 ‘토끼발’의 정체는 영화의 가장 거대한 맥거핀이었다. 문제는 영화가 끝나도 토끼발이 뭔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모두가 J.J. 에이브람스의 떡밥에 걸려들었다. 전 세계 수백만 사람들이 저마다의 이론을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기 시작했다. 누구는 H.P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을 실사화한 영화라고 했다. 러브크래프트의 소설에 나오는 괴물 크툴루라면 맨하탄을 완전히 휘젓고 다닐 수 있을 테니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이야기였다. <트랜스포머>의 시사회에서 첫 공개된 터라 (한국에서는 <백수왕 고라이온>으로 잘 알려진) 로봇 아니메 <볼트론>의 실사화라는 추측도 있었다. 그 외 유력했던 설은 <고질라>의 새로운 속편과 <로스트>의 스핀-오프 극장판이라는 것이었다.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는 정신이 홀린 듯이 정보를 수집했지만 J.J. 에이브람스와 파라마운트는 완전히 입을 닫고 비밀 마케팅을 계속했다.
없던 제목은 곧 <클로버필드>(Cloverfiled)라는 가제로 바뀌었고, <슬루쇼!>(Slusho!), <치즈>(Cheese), <제목 미정의 J.J. 에이브람스 프로젝트> 등으로 끊임없이 변했다. 그리고 2007년 10월16일이 되어서야 좀 더 구체적인 장면들이 덧붙은 두 번째 트레일러가 공개됐다. 제목은 가장 처음에 등장했던 <클로버필드>였다.
<버라이어티>는 영화의 감독이 J.J. 에이브람스(오른쪽 사진)와 함께 드라마 <펠리시티>를 만들었던 맷 리브스이며 제작비는 3천만 달러라고 보도했다. 배우들의 인터뷰도 슬금슬금 등장했다. 그러나 그들도 아는 게 별로 없었고 말할 수 있는 건 더욱 없었다. "제작자들은 캐스팅하면서도 어떤 영화인지 제대로 말해주지 않았다. 대본은 모두 밝은 붉은 색의 수위표(水位標)라서 복사 불능이었고, 그날 그날 찍을 분량의 대본만 현장에서 받고 나중에는 다 거둬갔다"
도대체 <클로버필드>는 무엇에 관한 재난 영화일까. 떡밥의 정체는 무엇인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J.J. 에이브람스는 우리 모두를 멋지게 한방 먹였다는 거다. 영화는 첫 공개된 트레일러로부터 시작된다. 뉴욕의 한 아파트에서 다음날이면 일본으로 떠나게 될 주인공 롭(마이클 스탈-데이빗)을 위한 깜짝 송별파티가 열리고 있다. 파티를 개최한 릴리(제시카 루카스)는 허드(T.J 밀러)에게 카메라를 맡기며 "롭에게 전할 마지막 인사를 담으라"고 부탁한다. 물론 그때부터 허드는 <클로버필드>의 모든 재난을 담아내는 우리의 카메라맨이 되고, 모두가 기다리고 있었던 그 순간이 다가온다. 갑자기 천지를 흔드는 괴성이 들려오고, TV에서는 자유의 여신상 근처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유조선이 전복했다는 뉴스 속보가 들려온다. 그리고 트레일러에서 익히 본 것처럼 맨하탄은 지옥으로 변한다.
여기서부터 영화는 완벽한 9/11의 재현이다. 거대한 괴물이 빌딩 사이를 지나가자마자 빌딩이 무너지고, 9/11 당시 뉴스 화면처럼 무시무시한 연기가 사람들을 덮친다. 세상은 흐릿하고 공포는 먼지 사이를 감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재앙은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도 거대한 괴물이 맨하탄을 모래의 성처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을. 맨하탄 바깥으로 도망치려던 주인공들 앞에서 브루클린 다리가 산산조각이 나 무너져 내린다. 게다가 롭의 핸드폰에 남겨진 음성 메세지에는 미들타운에 살고 있는 연인 베스(오데트 유스트먼)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남겨져있다. "살려져. 롭. 살려줘". 이제 롭과 일행은 괴물이 본격적으로 도시를 파괴하고 있으며, 군대의 미사일과 탄환이 하늘을 가로지르는 맨하탄 중심으로 들어가 베스를 구해내야만 한다.

3천만 달러라는 겸손한 예산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은 <블레어 위치>의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 영화는 모든 재난이 끝난 뒤 센트럴 파크에서 군부에 의해 발견된 캠코더 테잎을 아무런 편집 없이 공개한다는 방식으로 상영된다. 화면은 촬영자의 숨소리마저 그대로 담은 채 흔들리고 야간 장면의 입자는 매우 거칠다. 하지만 <블레어 위치>와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J.J. 에이브람스와 그 일당이 결코 떡밥을 숨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주인공들은 무너지는 빌딩과 괴물의 다리 사이로 비명을 지르며 뛰어다니고, 그들의 눈(캠코더)으로 비일상적인 존재들의 광란이 여과 없이 담겨진다. <클로버필드>는 인터랙티브한 재난 블록버스터다.
편집 없는 캠코더에 담긴 맨하탄의 정경은 CNN으로 방영되는 9/11 뉴스의 장면들처럼 극도로 현실적이다. 모든 일이 실지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 손에 땀이 흐르고, 신경이 곤두서고, 비명이 목에서 스며나온다. 하지만 재난을 불러일으키는 괴물은 할리우드적인 평균과 비교하더라도 지나치게 크고 기괴하다. 이렇게 현실적인 배경과 비현실적인 소재가 아무런 경계 없이 뒤섞이는 지옥의 현장을 보고 있노라면 <클로버필드>가 새로운 장르를 하나 창조한 게 아닌가 싶다. 이름하야 재난-SF-시네마베리떼.

프로듀서인 브라이언 버크는 <클로버필드>가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고지라>에 대한 미국의 대답이라고 말한 바 있다. "J.J. 에이브람스가 <미션 임파서블 3>의 홍보 투어를 위해 일본에 갔을 때 였다. 아들 헨리와 일본 장난감 가게에 들어간 그는 고지라 장난감들에 탄복을 금할 수가 없었다. J.J.는 미국이 자신만의 고지라를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우리에게는 킹콩이 있지만, 그건 완전히 다른 종류의 괴물 아닌가. 고지라에게는 어떠한 익살도 없으니까". 하긴, <클로버필드>에 익살 따윈 없다. 마지막 장면까지 영화는 관객의 멱살을 끌고 불타는 맨하탄의 지하와 지상과 마천루의 꼭대기로 숨차게 내달리고, 믿을 수 없는 묵시록의 폐허를 눈앞에 던져놓는다. 지금 할리우드의 가장 창의적인 재능들이 만들어 낸 <클로버필드>는 유튜브와 9/11 시대를 맞이한 첫 번째 블록버스터다.
그러니까, 떡밥은 덥썩 물 만한 가치가 있었다.
맷 리브스는 낯선 이름이다. 그는 데이빗 쉼머 주연의 코미디 <졸업>(The Pallbearer)(96)로 장편 데뷔했으나 이후에는 오랜 친구 J.J. 에이브람스와 TV계에서만 활동해왔다. 그의 외신 인터뷰들을 조각조각 모았다.
왜 제목이 <클로버필드>인가.
시작부터 제목은 <클로버필드>였다. 시놉시스를 처음으로 읽었을 때도 <클로버필드>였다. 첫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도 <클로버필드>였다. 그 제목은 정부와 군대가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해당 사건을 일컫는 이름이라고 설정된 것이었다. 우리가 계속해서 제목을 바꾸었던 이유는 정보 유출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트레일러가 공개됐을 때도 우리는 한창 촬영 중이었는데 사람들에게 발각될까봐 <클로버필드>를 더 이상 쓸 수가 없었던 거다. 그래서 <슬루쇼!>같은 가짜 제목들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클로버필드> 촬영장에서 맷 리브스 감독(왼쪽)
비밀 입소문 마케팅을 실행한 목표는 뭔가.
요즘 같은 미디어 환경에서 사람들은 영화가 나오기 전에 이미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신이 아이었을 때를 기억해보라. 극장에 가서 트레일러를 보고, "와 저게 대체 뭐야!"라며 놀랐던 기억 말이다. 우리는 그런 ‘발견의 감흥’을 되살리고 싶었다.
J.J. 에이브람스가 당신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나도 반문했다. 이건 특수효과가 엄청나게 나오는 거대한 규모의 괴물 영화잖아. 왜 날 선택하는 걸까. 하지만 J.J.는 내가 캐릭터가 중심이 된 리얼리즘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J.J.는 말했다. 괴물 영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감독들의 이름은 아주 많아. 하지만 니가 영화의 분위기와 캐릭터를 이용해서 어떤 걸 만들어낼지가 궁금해. 물론 그건 흥분되는 제의였다. 터무니없이 굉장한 아이디어를 사실주의적인 방식으로 만드는 것 말이다.
영화의 영감은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
J.J. 에이브람스에게 영감의 출발은 존 카펜터의 <뉴욕탈출>의 포스터였다. 자유의 여신상 머리가 빌딩 사이에 뒹굴고 있는 이미지 말이다. 정작 영화 <뉴욕탈출>에는 그런 장면이 나오지 않지만 어쨌거나 그건 아주 도발적인 이미지였다.
영화는 9/11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다.
오리지널 일본 <고지라>는 핵폭탄의 공포에 대한 은유였다. <클로버필드>도 우리 시대의 근심과 공포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영화다. 도대체 괴물영화가 우리에게 무엇을 보여줄 수 있나.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근심과 공포를 형상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게다가 그것은 우리가 현대의 삶을 사는 방식을 보여준다. 무언가를 끊임없이 기록하고, 그것들을 유튜브에 올리고, 유튜브에 오른 영상을 친구들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핸드헬드로 찍힌 영화라는 점에서는 <블레어 위치>와의 비교를 피할 수가 없다.
물론이다. <블레어 위치>의 재미있는 점은 하나의 캠으로 찍힌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화는 캠으로 찍은 장면과 흑백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어떠한 방식으로든 편집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은 정말로 하나의 캠으로 찍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모든 것이 진짜처럼 느껴지도록 하기위해 전혀 정리되거나 편집되지 않은 듯한 영화를 의도했다.
어쩌면 <블레어 위치>처럼 괴물이 전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나.
바로 그게 <클로버필드>와 <블레어 위치>의 다른 점이다. 괴물이 많이 나온다. 그저 주관적 시점으로 촬영되었을 뿐 엄청난 괴물과 거대한 파괴 장면을 보게 될 거다. 이건 스튜디오 영화다.
Damon
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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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 a 브람스의 전작을 생각한다면 거대하 낚시질 같다는...
덥썩 물어도 후회없는 선택이 될 듯 싶습니다.
근데 왜 이 순간 D-war가 떠오르는건지 아놔......
정말 맘에 드는 사람이에요 -0-/ 초초 기대중!!
그만큼 기대에 부합하는 영화였으면 좋겠네요..^^
제 개인적인 이 영화에 대한 느낌은 아주 괜찮다는 겁니다. 꼭 보세요.
방사능오염지역 이란 뜻이 아닐지요 ..
검은색과 노란색으로 이뤄진 방사능오염지역 마크를 보면 클로버와 많이 닮아있습니다
뭐 자세한 것은 영화를 보신 분들을 위해 쓰기 어렵지만
그렇단 생각이 듭니다
출처 명시하고 감사히 담아가겠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