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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킹] - 한재림의 헛발질

파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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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한재림은 봉준호도 아니고 박찬욱은 더더욱 아니며 차차리 김용화라면 좋겠지만 그도 아닌 조금은 묘한 혹은 못미치는 위치에 있는 감독이다. 그의 전작인 <연애의 목적>, <우아한 세계>, <관상>은 세 작품의 맥락이 다 다르지만, 볼만한 상업영화였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그의 작품 중 가장 좋았던 것은 <관상>이었다. 역사의 흐름과 한 인물의 개인사를 잘 엮어놓은 작품이었다. 본인이 해놓고도 뿌듯했던 것일까? 그는 <더 킹>으로 비슷한 시도를 또 한다.

 

이번엔 검사다. 소싯적에 학교 일진으로 날렸지만 어느날 문득 개과천선하여 사법고시에 패스까지 해버리는 매우매우 슈퍼한 남자 박태수의 이야기다. 그는 목포의 시골에서 출생해 양아치 도둑인 아버지 밑에서 성장하여 대한민국의 검사가 된다. 이렇게 한 문장을 써넣고 보니 이걸로 영화 한편 만들어도 될 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이건 초반 30분의 이야기다. 이후의 이야기는 대한민국의 1985년부터 (아마도) 2012년(총선을 치룬 햇수를 따져봤을 때 지지난 총선이 맞다고 본다)까지를 다룬다. 그 안에 실제로 본적은 없지만 익숙해 보이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검찰은 어떤 조직인가? 이 영화는 99%의 선량한 검사와 1%의 특별한 검사가 존재하는 조직이라고 말한다. 평범한 검사였던 박태수는 어느날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이 부분은 '뒤돌아보면'도 아니고, 매우 힘을 주어 갈림길임을 대놓고 보여준다. 선량하게 남을 것이냐, 더러워도 앞으로 치고 나갈 것이냐) 여기서 그는 <타짜>의 고니와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된다. 싸나이 엑세레다 풀로 땡겨봐야하는거 아입니까!

 

유치하다. 영화의 묘사는 대부분 유치하다. 매우 직접적이며, 나도 모르게 스크린에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여러번 만든다. 어쩌자고 이렇게 찍었을까? 한재림은 지금까지 상업영화의 최전선에 있으면서도 도발적이거나 생각치 못한, 그러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루거나 근작에 와서는 상당한 원숙미를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킹>도 기대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이 언제나 발전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시 들고나온 결과물이 한 발짝이 아니라 열 발짝의 후퇴를 보인다면 게으름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 이걸 혹평으로 받아들이면 안된다. 이 영화에 대한 최악의 혹평은, 영화가 시대를 훑어가듯이 <더 킹> 역시 그 안에서 시대를 타고 반사이익을 얻으려 했다 는 결론이다. 나는 그렇게 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생각은 한다. 이 영화는 짐작컨데 올 해 말에 개봉하려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개봉일을 앞당겼을 것이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마지막 대사는 너무 명백하다. 나는 이와 같은 광경을 오래된 영화에서 본 적이 있다. 바로 남기남 감독의 1988년 작 <영구와 땡칠이>다. 한국 영화 최초의 인터렉티브 연출. 스크린에는 닫힌 미닫이 문이 보인다. 그리고 보이스 오버. "여러분 영구를 불러볼까요? 영구야~~ 아이 참. 소리가 작아요. 조금 더 크게 불러볼까요? 영구야~~~~~ " 이 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영구는 문을 열고 말한다. "영구 없다~~~~~"

 

이 영화가 <영구와 땡칠이> 같은 영화라는 얘기는 아니다. (맥락과는 별개로 나는 <영구와 땡칠이>를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농담이 아니다.) 하지만 후반 30분의 이야기는 이상하다. 차라리 앞의 2시간을 과 후반 30분의 이야기가 자리를 바꾸었다면 훨씬 더 좋은 영화가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검찰의 부패를 고발하고 정치권에 가서 뭐 어쩌자는 얘긴가? 관객들은 검찰의 이야기보다 정치권의 이야기를 더 잘, 많이 안다. 이런 결말이 스크린 밖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투표합시다? 그건 영화가 아니더라도 많은 곳에서 한다. 아. 그래. 영화도 그런 얘기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이야기는 영화의 방식이 아니다. 이건, 우리가 TV를 틀면 나오는 캠페인의 방식이다.

 

한재림은 그의 커리에서 가장 떨어지는 영화를 만들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여러가지 생각은 들지만 짐작은 하지 않겠다. 딱 한 가지. 만약 한재림 감독이 대중의 시선을 이 정도라고 생각하고 만든 영화가 <더 킹>이라면, 앞으로의 영화는 점점 더 나빠질게 뻔하다. <관상>은 얻어 걸린 것으로 남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가 온전히 혼자 각본을 쓴 영화는 <더 킹>이 유일하다. <연애의 목적>과 <관상>은 시나리오 공모를 통한 것이었고, <우아한 세계>는 작가 둘이 붙어 함께 작업했다.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p.s : 정우성의 연기를 욕하는 사람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정우성은 연기를 잘했다. 그는 어느 정도 현 정치권의 누군가를 모사(묘사 말고 모사)하고 있다. 정우성은 이 영화에서 어느 정도 시절, 세월과 조금 떨어져있는 연기를 하는데 그것은 당연하다. 어느 시점에서도 그는 조금 시대에 뒤떨어진 말투와 표정을 해야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85년부터 2012년의 세월을 지나는 영화에서 외모에는 아무런 변화도 주지 않는다. 이것은 캐릭터들의 외양이 시간이 아니라 그들만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으로 이해 가능하다.

 

p.s 2 : 이상할 정도로 조연, 단역진이 화려하다. 이걸 이상하게 여긴 것은 김응수의 도살장에 있는 여비서가 어라? 싶었기 때문이다. 저건 분명 고아성인데. 아니야. 저렇게 작은 역으로 고아성을 쓸리가 없잖아. 얼굴도 제대로 나오는 장면이 하나도 없는데. 그러나 크레딧을 확인하니 고아성이 맞다. 그녀 외에도 정인기, 박정민, 류태호, 최귀화 등등... 세상에. 단역이 이렇게 화려한 영화도 흔치 않을 것이다. 김의성, 정채원 등의 애매한 조연들을 빼고서라도 그렇다.

 

p.s 3 : 다시 생각해도 이 영화는 관객의 시선을 너무 낮게 잡았다. 그래도 '그럭저럭'이라는 평을 준 이유는 이 유치한 이야기가 지루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파손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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