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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계단(이만희, 1964)




개인병원 현광호(김진규 분)과장은 시쳇말로 잘 나가는 의사다.
나이는 좀 먹었지만 원장의 신임과 자신을 사모하는 원장 딸 덕분에
곧 신분상승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게다가 몰래 숨겨둔 애인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천하에 부러울 게 없을 지경이다.

그런데 잘 나가던 그의 탄탄대로에 적신호가 켜졌다.
그와 사귀던 간호원(간호사 아님 -_-) 남진숙(문정숙 분)이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현과장이 곧 원장 딸 오정자(방성자 분)과 약혼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그와 헤어지지 않기 위해 자신이 임신한 사실을 병원에 폭로하겠다고
그를 협박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말다툼을 벌이던 중
그녀는 병원 계단에서 굴러 사산까지 하는 큰 부상을 입게 된다.
현과장은 정신적, 육체적인 충격으로 더욱더 위험해진 그녀를
더 이상 회유할 수 없게 되자
비바람이 몰아치는 어느 날
수면제를 먹인 후 병원 뒤뜰에 있는 연못에 끌고 와 버린 뒤에 자살로 위장해 버린다.

그러나 정작 그의 인생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뒤틀리기 시작한다.
사건 6개월 후 악몽같은 그 일이 잊혀져 갈 무렵
그는 남진숙의 서명이 적힌 의문의 쪽지를 받게 되고
그때부터 그녀가 아직 살아있을지 모른다는 의혹이
신경쇠약과 피해망상을 만들어내면서
그의 인생은 서서히 파멸해간다.

영화 [마의 계단]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주인공과 간호원의 치정이 중심이 되는 통속적인 멜로드라마 스타일의 전반부와
살인이 일어나고부터 심리스릴러로 급선회하는 후반부.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은
미이케 다카시의 [오디션]처럼
전반부와 후반부의 리듬과 강약을 조절하여
장르의 이동을 자연스럽게 통제할 수 있었던 연출력이라고 여겨지며
그 중심에는 병원의 음산한 분위기를 멋들어지게 그려낸 촬영과 조명 뿐만이 아니라
신경쇠약직전의 살인자를 실감나게 연기한
한국의 제임스 스튜어트(?) 김진규가 있다.

재미있는 점은
[마의 계단]은 60년대 한국 스릴러의 출발점이었던
김기영 감독의 [하녀]와 흡사한 인물과 배경설정
([마의 계단]의 원작은 일본소설이라고 한다)을 가지고 있는데
[하녀]에 대한 글에서 많은 이들이 언급하듯
지식계급이자 중산층 이상의 남성(의사, 음악가)과
하층계급 여성(간호원, 가정부)의 대립 구도를 통해
당시 가파르게 발전하던 시대 상황 속에서
안정과 성장을 추구하던 중산층 가정의 파탄을 그리고 있는 점이나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은유로서
계단이 자주 사용되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

[하녀]의 여주인공이 직접적인 광기어린 행동을 통해 주인공을 파멸시켰다면
[마의 계단]에서는 ‘도둑이 제발 저리는’ 주인공의 심리 상태를 이용해
스스로 파멸해 가도록 덫을 놓는다는 면에서 [마의 계단]의 여주인공이
'하녀'보다 한수 위라고 볼 수도 있겠다.

깜짝 발견으로는
원장딸로 등장하는 배우 방성자로 펑퍼짐한 외모의 60년대
여배우들 사이에서 군계일학 21세기적 미모를 뽐내고 있다.
그녀가 출연했다는 공포영화 [관속의 미인화]를 다음에 꼭 찾아봐야겠다. ^^

PS. 그런데 가장 재미있게 본 한국의 스릴러 영화 세 편([블랙잭], [여자는 안개처럼
속삭인다], [마의 계단])이 다 표절 혐의를 받고 있다는게 좀...--;;

추천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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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니~^^v

유대열 유대열
6 Lv. 3393/4410P

유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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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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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박노협 2008.04.05. 16:11
EBS에서 저도 봤는데 무척 재미있게 봤습니다..다시 보고 싶네요..^^
댓글
2등 얼토당토 2008.04.05. 16:11
이만희 천재!! 예전에 프린트로 봤었는데 마지막 수술장면에서 긴장감..
감탄했었음..60년대 스릴러 명작이죠..정말 강추!!!!!!!!!
댓글
3등 키쿄우 2008.04.05. 16:11
스스로 파멸한다라.. 흥미롭군요 ㅎㅎ
댓글
지옥인간 2008.04.05. 16:11
그 전설의 영화군요.. 저도 빨리 구해서 감상해야하는데..ㅎㅎㅎ
댓글
정영욱 2008.04.05. 16:11
이만희 감독님이나 하길종 감독님같은 거장들의 작품들을 뒤늦게 접하다 보면 한국 영화의 진정한 전성기는 6,70년대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게 ......

전 아직도 이만희 감독님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을 능가하는 전쟁 영화를 보지 못했고 .. 하길종 감독의 <수절>을 능가하는 퓨전 사극을 보지 못했습니다 ..... ;;;
댓글
천용희 2008.04.05. 16:11
점점 영화를 보다보면 고전으로 간다는 예기가 있습니다. 제가 지금 그런 상황인데, 정말 옛날 영화를 보다보면 아무리 그 영화가 못 만들었다 하더라도 지금의 못 만든 영화들 보다는 훨씬 재미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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