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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루지 2 - The Grudge 2 (2006)

  • 김종철
  • 4


<링> <주온>의 등장은 심령 공포 영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지만,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발전이 아닌 퇴보만이 이어졌고, 아시아 공포 영화는 그야말로 재난 상황으로 바뀌었다. 이른바 사다코와 가야코의 끝없는 복제가 이루어지는 저주가 걸린 것이다. 덕분에 공포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이들 캐릭터는 심령 공포 영화의 발전을 가로 막는 두꺼운 벽이 되었다.

<주온> 비디오판으로 무서운 공포 영화 신예 감독으로 주목을 받은 시미즈 다카시는 그 자신을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에 단단히 발목을 잡힌 상태다. 제 아무리 할리우드 리메이크 영화로, 일본 감독 최초로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는 기적을 만들었지만 그게 어쩌란 말인가? 이 재능 있는 감독은 이제 그 스스로 가야코의 저주가 걸린 듯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루지 2>는 그야말로 재앙의 영화다.

<그루지 2>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프다. 무엇이 이 재능 있는 공포 영화감독을 이렇게 망가뜨렸을 까란 의문이 든다. <주온> 비디오판의 소름끼치는 공포는 우연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번뜩이는 재능과 연출의 힘이었다. 그러나 <그루지 2>는 그 무엇도 없는 영화다. 마치 졸속 제작된 충무로 공포 영화들처럼 형편없는 쇼크 효과들만을 남발한다. <그루지 2>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할 공포 영화의 나쁜 것들을 모두 쓸어 담고 있다.

과장된 영화 홍보 문구를 흉내 내면 <그루지 2>는 "3분에 한 번꼴로 가야코를 만나 보세요"가 된다. 그 만큼 가야코의 출연 빈도가 높다. 더 문제는 그들 장면이 비슷하다는데 있다. 쇼크 효과는 반복적으로 이어지면 둔감해진다. 끊임없이 출몰하는 가야코는 모습의 변화도 없이, 긴 머리카락과 치켜 든 두 눈을 앞세우고 지겨울 정도로 끄으윽 소리를 내며 짜증을 유발한다. <그루지 2>의 반복적인 이미지와 음향은 그 어떤 누구라도 한숨을 쉴 만한 수준의 것이다.

단 하나 위안이 있다면 가야코의 과거와 관련한 이야기다. 황당하지만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는 가야코 어머니의 등장과 그 어머니가 가야코에게 했던 일들은 그 자체로는 매우 흥미가 있다. 그러나 애초에 캐릭터 구축에 있어 선행되지 않고, 두 번째 할리우드 리메이크에 와서 갑작스레 그녀의 과거를 만들어 집어넣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더욱이 과거 회상은 <링>에서 다카야마 류지가 사다코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과 똑같이 이루어지고 있다.

시미즈 다카시의 할리우드 진출은 흥행 실적으로는 대단히 성공적이지만, 영화 자체만의 완성도로 보자면 완벽한 실패다. 그의 차기작으로 <주온 3>가 거론이 되고 있지만, 솔직히 조금도 기대되지 않는다. 사다코 이후 최고의 심령 공포 영화 캐릭터를 창조하고, 그 스스로 완벽하게 망쳐 놓았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주온>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를 바란다. 그것만이 시미즈 다카시가 가진 재능이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선택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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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박노협 2008.04.05. 16:11
귀신들도 이제는 2개국어 시대가 온건가...
댓글
3등 지온 2008.04.05. 16:11
ㅡㅡ..............................
댓글
키쿄우 2008.04.05. 16:11
그루지2는 시작부터 가야꼬의 등장이 너무 많아서

공포영화를 못보는 제 동생도 즐겁게(?) 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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