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사촌 극 불호 후기 (블라인드 시사회 후기, 스포O)

읽기 전에.
* 저는 블라인드 시사회 편집본을 통해 이 영화를 접했습니다. 정식상영되고 있는 버전은 보지 않고 작성하는 내용이에요.
그러다보니, 정식상영버전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제 감상후기입니다. 영화가 얄미운건, 남들이 재밌었다고 해도 내가 재미있을지 재미없을지는 보기전까지는 모른다는 거에요.
개인차가 꽤 큰 취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국.. 직접 보고 판단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 2번때문에 스포일러입니다.
1. 스토리
자. 예고편에 드러난 주요 설정은 이렇습니다.
가택연금중인 예비 대선주자A와 그를 도청하는 안기부 직원B가 등장합니다.
재선을 노리던 기존 대통령은 안기부를 통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A를 대선에서 떨어뜨리고 재선에 성공하려고 하구요.
안기부 직원B는 국정원 소속으로써 예비 대선주자를 불법도청하면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철저히 감시한다고 해요.
그럼 어떤 스토리가 튀어나올 수 있을까요?
"아! 처음에는 나쁜 안기부 직원이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집어내기 위해 철저하게 대선주자A를 감시하지만,
아무리 감시해도 청렴결백하고 착한 대선주자A의 일상생활모습을 보고 감동받아서 직원B에게 심경변화가 생기겠구나!"
심지어 제목도 "이웃 사촌"이에요. "직원B는 감시대상으로 삼은 대선후보A와 결국에는 (원수지간에서) 이웃사촌이 되겠구나!" 가능하죠?
안기부직원B가 대선주자에게 감화되면서 행동변화가 일어났어요. 이야기 진행이 되려면 국정원상사에게 언젠가 들킬거고 쫓겨나야겠죠.
그런데 국정원에서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을 쫓겨난 안기부직원B가 우연히 알게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A가 정말 착한사람이고 B는 A에게 감화되어서 착한 사람이 되었잖아요. 음모를 막으려고 하겠죠. 음모를 막을때 실감나는 추격전/액션씬 넣으면 영화의 클라이막스로 적격이겠죠?
엔딩은 어떻게 내면 되겠어요. 이건 진짜 빈칸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어떻게 끝내면 될까요?
전 여기까지 설정을 통해서 근거가 빈약한 추론을 했습니다.
제가 지나치게 상상력이 풍부한가요? 아니면 영화를 이미 봤기때문에 이건 상상이 아니라 보았던 내용을 그대로 베낀거같은가요?
그냥 영화 설정만 보면, 이야기가 어떻게 굴러갈지 짐작이 가는 영화들이 있어요. 근데 또 영화를 다 보기 전까지는 모르잖아요.
내 예상대로 굴러갈지 아니면 그 이상의 무언가, 발상의 전환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여주면서 흥미진진한 영화가 나올지.
전 그래서 2점입니다.
2. 등장인물의 멍청함.
이 영화에서 안기부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합니다. 언론통제는 물론이고, 불법도청 및 감금, 테러까지 자행하는데요.
만약 그렇게 강력한 권력이라면, 그리고 멀쩡한 경쟁후보를 위기에 빠뜨릴 정도로 인정사정봐주지 않는 야비한 집단이라면 왜 진작 죽이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뭐... 여론을 의식해서 죽이기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언론통제를 하는 상황에서 여론을 신경쓸 이유가 있나 싶기도 하네요. 제가 박정희시대를 살아보지 않아서 모르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아무도모르게 쓱 하고 사고로 위장해서 죽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니까 후보를 살해할 각오로 테러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거구요.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생겨요. 죽이기로 마음먹었다면, 철저하게 했어야하고 안기부 권력을 생각하면 쥐도새도모르게 쓱싹 하는 것이 가능했을텐데, 너무 엉성해서 계속 실패해요. 안기부직원B가 대선후보A에게 감화되어 위기를 막아내는 그림이 나와야 하니까요. 동시에 생각해보면 현장에서 뛰는 일개직원B가 어떻게 윗선에서 투입한 작전을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런 초법적인 작전을 실패한 일개직원B를 왜 안기부에서는 바로 짜르지 않고 여전히 도청작전에 냅두는가? 안기부에는 인물이 없나 싶어요.
우리는 이유를 알죠. 대선후보A에게 닥친 위기를 A에게 감화된 일개직원B가 이웃사촌A에게 닥친 위기를 전력을 다해 막아내는 장면을 보여줘야 하니깐요. 그 장면 하나를 위해 달리는 영화니깐요.
기본적으로.. 등장인물들이 철저하지 못하고 너무 멍청하고 엉성해요. 이 영화를 계속 보게끔 긴장을 유지시키는 것은 잇따른 안기부의 공격과 대선후보의 생존인데, 생존하는 방법이 등장인물들이 멍청하고 엉성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는거죠. 그리고 안기부 직원은 뭐 서너명만 있나요? 한놈이 불법적인 일을 하다가 짤렸는데, 그 사람이 계속 담당관리자에요. 참고 봐야할 요소가 왜이리 많은지 모르겠어요. 다 떠나서 "불법도청"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그렇게 엉성해도 될지 모르겠고, 24시간 도청감시당하는 입장에서, 그리고 그걸 알아차린 입장에서 그렇게 엉성하게 행동해도 될지 모르겠어요.
3.
예전에 친구와 상업영화와 예술영화를 가르는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눈적이 있습니다.
영화를 만드는 것은 기본적으로 예술을 하는 행위잖아요.
그런데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고 예술적 가치를 살려 만든 영화가 왜 굳이 예술영화라 불려야 하고,
예술적 가치를 생각 않고서 만들었다 해도, 많은 사람들이 보고 좋아하는데 그걸 굳이 상업영화라고 불러야 할까요?
그런데 이 영화는 자신있게 상업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초반부 코미디 집중배치 + 후반부 감동 집중배치 + 민주주의를 우리 손으로 쟁취한다는 자긍심
이 세개를 적절히 버무려서 많이 팔기 위해 만든 영화 같았거든요.
예고편만 봐도 드러나요. 왜 예고편에서 대선주자를 가택연금시켜놨다는데, 계속 난처한상황을 보여주고 우스꽝스러운 사운드 효과를 넣었을까. 저 상황은 기본적으로 인권을 등한시하고 있는 엄청 심각한 상황 아닌가? 근데 왜이리 등장인물들은 엉성하고 코믹하지?
아. 장르가 코믹/감동/드라마 지?
아! 상업영화라서 그렇구나! 이 영화는 가택연금사건이나/후보의 도덕성과 절개 같은 이야기를 다루지만,
대중성을 획득하기 위해 코미디를 넣어야 하니까 진지한 내용의 이야기들을 진지하게 다루지 않을테고
대충 초반 코미디 후반 감동드라마보면서 웃고울고 하게 만든 영화구나!
그래서 2/10점입니다.
설문조사지에 적었던 많은 나쁜말들이 아직도 떠오르는데.. 익무 분위기를 생각하면 여기에는 도저히 적지 못하겠네요.
원문은 일기장에만 적어두도록 하겠습니다. 그래도 많이 순화해서 그중 하나만 적자면,
"감독이 관객의 수준을 우습게 여기거나, 감독의 수준이 관객의 수준을 따라오지 못했거나"
둘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이 영화를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둘다일수도 있어요.
4.
이 글은 블라인드시사회를 보고 나서 처음 완성하였고, 개봉일이 확정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한번 수정을 하고,
시사회를 한다고 해서 마지막으로 한번 더 수정한 글입니다. 오늘은 익무 시사회가 있는 날인데, 문득 제가 이 영화에 대해
지나치게 혐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처음 본 날 느꼈던 불쾌감이 너무나도 커서,
글에 그 감정이 많이 묻어있고, 이 영화에 대해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게 되었단 생각이 들었어요.
"모니터링 시사회때 호평이 많았다."는 기사와 이렇게 자신있게 대규모로 시사회를 하면서 영화 마케팅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블시 당일날 추측했던 것 처럼 (당시 성수에서 여러 관을 빌려서 진행했습니다.) 관별로 엔딩 버전이 달랐나?
진짜 호평받은 버전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생각해봤는데.. 모르겠어요. 이걸 재밌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나 싶어요.
제 생각에 구린 영화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테슬라처럼 보는 사람을 조용히 재우는 영화가 있고 이 영화처럼 보는내내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영화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그래서 다시 이 영화가 무슨 내용이었지 하고 떠올렸을 때 그 뇌절할때까지 슬픔을 유발하는 장면들과, 코미디상황을 연출하는데 동시에 민주주의억압, 인권유린의 상황이 보여지는 그 언밸런스함이 떠오르는거보면 정말 보는 내내 짜증이 났어요.
그리고 이 영화가 코미디가 아닌, 독재정치에 대한 풍자라고 주장하려면 그 행동의 모순성을 지적하면서 우습게 만들어야 풍자라고 생각합니다. 행동의 멍청함을 이용하여 행동이 우스꽝스럽고 멍청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풍자를 하는 것은, 풍자가 아니라 그냥 코미디장르에 충실한 것 아닐까요? 보는 내내 무슨 고민을 하고 만들었을까 싶었어요. 일단 인물이 너무 멍청해요 그냥..
그리고 다 떠나서, 정말 다 떠나서 앞부분을 다 좋게 봤다 쳐도 결말부분은 도저히 이해가 안가요. 왜 저렇게까지 신파에 집착할까?
코미디영화 할거면 그냥 코미디만 제대로 하면 안되나? 신파를 쳐 넣을거면 똑바로나 만들지 왜이리 억지부릴까?
영화가 후반가서 너무 억지로 울리려고 하고 억지로 감동코드 넣으려고 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재밌다고 할 수 있을까?
이 영화 개봉시기가 어찌보면 2월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과 유사한데, 지푸라기보다 관객수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까 싶어요. 두 영화 모두 코로나 급증하는 타이밍에 빼도박도못하게 개봉하는 상황이잖아요? 지푸라기쪽은 62만명이었어요.
저는 62만명 언더에 걸겠습니다. 그리고 "지푸라기... "가 훨씬 잘만든 영화였어요.
2/10
추천인 20
댓글 18
댓글 쓰기

저는 후기 남겨주신 것처럼 결말 신파 강한 부분만 빼면 생각없이 보고 저랑 웃음코드가 맞아 재밌게 관람했어요. 웃음코드 안맞으면 힘들겠더라구요. 호불호가 많이 나뉠 것같다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그래서 참 영화가 얄미워요. 남들이 다 좋다길래 봤더니 별로인 것도 있고..별로라길래 안봤는데 나중에 보니까 좋았던 것도 있구요.
제가 코미디영화에 신파나 무거운 주제의식같은 것을 같이 섞어놓으면 아주 낮게 평가하는 것 같아요. ㅋㅋㅋ
이 영화를 보면서 그렇게 느꼈어요.





1번에 적어주신 것중에 비슷한 길을 갔던 게 《택시운전사》였죠
다만 차이가 《이웃사촌》은 시대의 가해자 역할이었고 《택시운전사》는 관찰자 입장이었는데 이 점에서 관객이 개입하기 쉬운 쪽은 후자입니다.
어차피 상업적 루트를 탈 거였으면 후자쪽이 안전하겠지만 전자는 대신 폭발력을 지니고 있겠죠. 그걸 믿고 간 영화일테고 시놉부터 결말까지의 내용이 빤히 보이긴 하지만 전 이런 영화들이 나오는 거 가지곤 뭐라고는 안 합니다.
그런데 2번이 되게 걸립니다. 상업영화를 만드는 사람 중에는 왜 '대중적'인 영화를 만든다면서 왜 가장 낮은 단계의 이해력을 가진 영화가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까요.
어차피 여러 이유때문에 거르고 싶은 영화인데 봐도 화만 날 것 같네요 ㅎㅎㅎ




솔직히 익무 시시회가 점수가 좀 후한편이긴 해요 감독의 전작이 무려 7번방의 선물이라 1도 보고 싶은 맘이 없네요...


사실 익무시사였나 시사평이 너무 좋아서 저랑 다른 영화 보신줄 알았습니다..


전 이영화에 싫어하는 요소가 있어서 안볼거지만 2번에 안기부가 무소불위의 권력이 있다면 야권대선주자를 왜 안죽였나는 실제로 있었던 사건입니다. 김대중후보를 납치해서 해상에서 죽일려고했는데 미국둥에서 반대로 살았죠. 당시 감금이 3일이상되어서 다들 죽을줄 알았었는데 정말 물밑협상이 아니였으면 그렇게 됬을겁니다.
그리고 실제로 야권인사중에 장준하 사건이 있는데 이것도 타살이 99프로추정이만 추락사로 무마되서 현대사의 유명한 의문사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서술한 줄거리를 보니 코메디의 한계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