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맹크] 후기 - 반짝반짝 빛나지만은 않은 그 시절의 그 곳

*<맹크>와 <시민 케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맹크>는 영화사 불후의 걸작으로 꼽히는 <시민 케인>의 각본가 허먼 J. 맹키위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시민 케인>하면 많은 사람들은 오슨 웰즈의 영화로 알지만 공동 각본가인 허먼 J. 맹키위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실제로 <시민 케인> 각본은 허먼 J. 맹키위츠가 다 썼다고는 하지만 현재까지도 각본가는 두 사람의 이름이 올려져 있습니다. 이 위대한 걸작의 숨은 비하인드, 그리고 이 영화가 만들어진 1930년대 할리우드에 대해서 이 영화 <맹크>는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맹크>를 보기 전에 <시민 케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궁금했을거 같은데 이 영화는 그런 <시민 케인>을 만든 허먼 J. 맹키위츠, 그리고 그를 둘러싼 당시 사회와 주변 인물 간의 관계에 대해서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허먼 J. 맹키위츠, 맹크는 당시 할리우드 주류 인물들과는 약간 어긋나있던 인물입니다. 품위와는 거리가 멀고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사는 인물입니다. 권력에 순응하던 당시의 할리우드와는 다른 소신을 가진 사람이죠. 사회주의에도 부정적이지 않았고 부자에 대해 그리 좋은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낭만주의에 찌들어 있는 할리우드에서 냉소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죠. 그런 성격과 행동이 훗날 <시민 케인>을 쓰는 데 많은 영향을 줍니다. <시민 케인>의 주인공인 찰스 케인이 자신의 고향 시골에서 재력가에 의해 도시로 오며 언론계를 주름잡다 잦은 이혼과 사업 부도로 끝에는 폐인이 되어 최후를 맞이하는 이야기는 욕망에 찌든 주인공의 파멸을 보여주는데 그 속에서 당시 부자들과 권력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찰스 케인의 모델이 언론계의 거물인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이고 그 때문에 허스트가 <시민 케인>의 개봉을 방해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죠. 그의 소신 있는 행동이 비록 할리우드에서 잊혀져 가는 영화인이 되게 하였지만 지금도 회자되는 위대한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1930년대와 1940년대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역마차>, <오즈의 마법사> 등 할리우드 최고의 걸작들이 배출된 시대이자 나치의 탄생과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 대공황과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운 시대였습니다. 그런 시대 속에서 위대한 예술가가 위대한 예술을 만드는 것을 지켜보게 만드는데 간혹 자신과는 맞지 않는 부분은 타협하지만서도 끝까지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굽히지 않은 예술가의 위대한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권력과 부에 순응하고 영화라는 예술을 자기들 입맛대로 다루려고 한 주류들을 보여주며 완벽해 보였던 할리우드의 어두운 뒷면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데이빗 핀처는 이런 할리우드의 양면을 보여주며 잊혀져 가는 영화인들을 경배하고 할리우드의 그림자에 대해 반성하는 태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각본을 쓴 사람이자 아버지인 잭 핀처에게도 경의를 표하는 영화이기도 하죠.
데이빗 핀처는 할리우드 고전 영화의 기법을 이 영화에서 고스란히 쓰고 있습니다. 페이드 인/아웃과 <시민 케인>의 대표 기법인 딥 포커스, 오프닝 크레딧과 조명의 사용, 고전 영화 풍의 음악, 필름의 탄 부분까지 디지털로 디테일하게 재현한 것을 보면 그만의 완벽주의 면모가 제대로 드러나있습니다. 맹크를 연기한 게리 올드만은 <다키스트 아워> 처칠에 이어서 실존 인물의 디테일을 제대로 살리면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겹쳐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실상 이 영화를 원톱으로 이끌어가듯 하며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릴리 콜린스도 고전 영화의 분위기를 풍기며 제대로 녹여들고 있습니다.
<시민 케인>이라는 위대한 걸작을 탄생시킨 허먼 J. 맹키위츠, 그리고 그를 둘러싼 시대와 시대 속의 사람들을 통해 할리우드의 빛과 그림자, 그리고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데이빗 핀처는 전작들과는 또 다른 스타일의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많은 대사량을 데이빗 핀처답게 잘 풀어내며 스토리텔링의 대가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위대한 영화인이 만든 위대한 영화와 그 영화를 만든 위대한 예술가의 이야기를 극장에서 보기를 잘한 거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