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 넷플릭스의 선택은 옳았다

'콜'은 저의 친한 친구(tmi : 이동휘 배우 팬)와 제가 영화관 가서 손 꼭 잡고 보자고(둘 다 무서운거 못 봄) 약속했던 영화입니다. 그 약속을 한 지 1년도 더 지난거 같은데 결국엔 넷플릭스로 혼자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처음 든 생각은 '평소같은 시기에 개봉했으면 손익 분기점 정도는 무리없이 넘을 수 있었겠구나' 였습니다. 2시간 러닝타임을 조금도 허투로 쓰지 않고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꽉 채운 솜씨는 넷플릭스라는 손쉽게 감상을 중단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더라도 해당 작품에 계속 빠져들어가게 만들었습니다. 요런 흡인력이면 충분히 입소문 흥행이 가능했을거란 생각이 들었네요. 물론 비코로나 시국일때의 이야기이지만요ㅠㅠ
우선 단점부터 말하자면 첫번째로는 신엄마와 영숙에 대한 배경 설명이 부족했던 점이 아쉬웠습니다. 설명이 과하게 친절해서 이야기의 진행 속도를 늘어뜨리거나 상상의 여지를 줄이는 것보다는 나았지만 두 케릭터의 관계가 꽤나 흥미로웠기에 좀 더 둘의 과거애 대해 알고싶었어요. 특히 신엄마는 무채색 느낌의 건조한 분위기와 가혹한 행동의 묘한 언밸런스함이 매력적이었지만 행동의 정당성과 이유가 케릭터의 개성보다 약하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어요.
두번째 아쉬움으로는 타임루프물의 고질적인 한계인, 논리상 허점이 눈에 띤다는 점이었습니다. '콜'이라는 영화 세계 한정으로 뒤틀려 흐르기도 하는 시간과 공간, 물리력의 연동은 테넷에서의 명대사, '이해하지말고 느껴라'라는 말을 떠오르게도 합니다.
마지막 아쉬움은 cg의 어색함이었습니다. 이야기를 설명해주는 기능성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한듯한 cg 퀄리티는 조금 아쉬웠네요.
아쉬움을 먼저 적었지만 강점들이 더 크고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우선 재미있습니다. 진행이 군더더기없이 깔끔하고 빨라서 시간가는줄 모르고 지켜보게 만드는 맛이 있었습니다. 가볍게 시선을 끌다가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들어 순식간에 작품의 끝까지 달려나가게 만들었어요.
이야기가 한쪽으로 잘 뻗어나가다가도 휙휙 커브를 꺾어버리는데 그 이야기를 쥐락펴락하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습니다. 전종서 배우의 연기야 거의 모든 리뷰에 빠짐없이 나올만한 압도적인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좀 이상하지만 안타까운 느낌도 들게 했던 소녀에서 영화의 마지막까지 관객의 머리 속에서 저런 미친..!을 외치게 하는 소름끼치는 인물에 이르기까지 그 괴랄한 케릭터를 말이 되게 만드는 전종서 배우의 연기는 누가 봐도 대단하단 생각을 할 것입니다. 전작 '버닝'에서의 모습이 전혀 생각나지 않게 하는 연기었어요. 저는 거기에 더해 주인공 서연의 부모님, 특히 김성령 배우의 연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출연 분량은 적고 두 주인공들에 비해 전형적인 역할들이기도 했지만 그 부분부분마다 결정적이며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어 영화의 기둥 역할을 톡톡히 해주었습니다.
영숙 시간대의 고증 보는 재미 또한 쏠쏠했습니다. 서태지의 팬인 영숙, 요즘은 레트로 유행-그때는 찐유행이었던 6공 투명 다이어리, tv 속 치킨 광고, diy 2색 볼펜, 영숙이 패션쇼하던 그시절 유행 옷과 메이크업.. 특히 영숙이 취향대로 집을 디자인했던 장면은 찐 복고, 찐 레트로 감성이 팍팍!
서연과 영숙의 상태를 대변하는 의상과 컬러의 사용도 읽어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행복한 시간대의 영숙이 입는 촌스럽기까지 한 연보라, 핑크 파스텔톤의 의상과 그 이후 무채색으로 변하는 의상, 그리고 영숙의 상태와 싱크로되는 흰색-빨간색의 의상은 그 자체로 두 케릭터의 상태를 읽을 힌트가 되기도 하는듯하였습니다.
이 영화가 극장 상영 없이 넷플릭스로 바로 온 것은 아쉬웠지만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로 보아 더 좋았던 점도 있었습니다. 우선 쫄보로는 1~2등급 정도는 되는 저에겐 무섭고 마음이 쫄려 견디기 힘든 부분에선 잠시 쉬고 한숨 돌릴 수 있는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는 점이 큰 장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속 단서와 지나가는 텍스트 등의 정보를 보고싶을때 바로 다시 짚어볼 수 있다는 점 또한 좋았습니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고, 친구와 감상 겸 수다 시간을 즐길 수 없게 만든 이시국이 참 야속하지만 넷플릭스로 편하게 볼 수 있게 된 영화 '콜'은 영화관이 아닌 다른 모든 곳에서 능력있는 신인 감독과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배우를 만나게 해주었습니다. 극장이 아닌 플랫폼을 선택하게 하는 이 상황은 영화관이란 공간을 좋아하는 저에게도 참 아쉽습니다. 그러면서도 사냥의 시간과 콜을 선택하고 승리호까지 픽을 한 넷플릭스의 다음 선택들을 기대하게도 하네요.
저는 몰입도가 상당해서 사냥의시간도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