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 (약스포) 콜바넴과 위플래쉬가 떠올랐던 시간..

보면서 크게 두 가지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위플래쉬’요.
아무 정보 없이 보러갔고, 조지아 국립무용단이 나오길래 ‘춤’을 매개로 예술 이야기가 나오겠거니 하고 봤는데요. 메라비가 처음 이라클리를 마주하는 순간 이라클리에게서 아미 헤머의 느낌이 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보니 두 주인공이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엘리오와 올리버와 느낌이 비슷하더라고요. 예상대로 흘러갔고, 서로에 대한 감정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보다 더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춤’에 대한 평가를 하는 분에게서 ‘위플래쉬’의 플레쳐 교수가 오버랩됐어요. 플레쳐 교수처럼 몰아붙이지는 않지만, 못처럼 뻣뻣하다는 평가나 특히, 2인무의 멤버를 이라클리로 교체하는데서 플레쳐 교수의 스멜이...
할머니, 아버지에 이어 춤을 추는 형제, 하지만 형은 재능을 인정받지만 노력하지 않는 인물인 반면, 메라비는 연습도 열심히 하며 국립무용단에 들어가려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죠. 춤은 그만두고 일이나 배우라는 주변의 말에도 굴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도우면서도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꼭 목표를 이루었으면 좋겠다고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제목 그대로 이 영화에서 춤은 아주 다양하게 여러 장소에서 나왔습니다. 국립무용단 연습이 진행되는 공간 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파티라는 사적인 공간에서도 이들은 춤을 추죠. 사실 ‘위플래쉬’에서 박자가 맞고 안 맞고를 구별 못 했던 것처럼,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에서도 어떤 춤 동작이 조지아 국립무용단에 맞는 제대로 된 안무인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위플래쉬’에서 플레쳐 교수의 멈춤 동작을 보고 알았다면, 여기에서는 플레쳐 교수만큼 칼같이 끊어주지는 않아서 분위기 보고 유추할 뿐이었죠. 저는 오디션 때 잘 췄나 헷갈렸던 게 북장단은 계속 맞춰주길래 제대로 추고 있다고 헷갈렸었어요. 춤은 모르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에서 형이 메라비에 대해 험담(형의 입장에서)을 하는 애들을 흠씬 패주고 와서 하는 말이 감동적이었네요. 조지아에서 그토록 중시하던 전통을 깨고 현대적으로 재창조해내는 것에 대한 가치를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들의 성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콜바넴에서 위로의 아이콘은 아버지였다면 그우춤에서 위로의 아이콘은 서사구조상 의외의 인물인 형이었어요.
조금 공감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콜바넴에서랑 같은 부분이었어요. 콜바넴에서도 여자친구가 쿨하게 용서하고 악수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는데, 그우춤에서도 너무 쿨한 메리의 모습에서 콜바넴이 떠올랐고요. 메라비의 형이 갑자기 결혼하는 것도, 이라클리가 가족을 위해 춤을 포기하고 귀국한 것도 콜바넴에서 올리버가 결혼소식을 전해온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네요.
메라비가 소문의 주인공이 되는 사건의 계기도 길거리에서 처음 보는 인물에 이끌려 춤추러 가고, 택시비를 빌리게 되는 일행의 복장도 심상치 않아서, 보수적이라면서 이런 설정이 가능한지도 살짝 의문이었고요. 이라클리가 떠나고 벽에 있는 포스터를 다 떼다가 단 하나만 남겨두었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네요.
조지아라는 곳이 보수적이어서 반대가 심했다는 걸 영화보고 나서 알았어요. 이런 사회를 변화시키는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의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마티아스와 막심’은 호평을 이해해보려고 두 번이나 봤지만, 시끄럽고 이해 안 되고...의 투성이였는데, ‘그리고 우린 춤을 추었다’는 공감되는 부분도 꽤 있고 마지막 형의 마음이 전달되는 게 좋았습니다. 그토록 호평받는 라라랜드의 감정도 덜했던 걸 보면 사랑보다는 가족애가 저에게 더 감동을 주는 것 같네요. 연애세포가 다 죽어버렸나...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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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들 외모도 뭔가 느낌이 비슷하다 싶었는데, 메라비가 십자가 목걸이를 입에 물고 십자가를 입 안에 숨기는 순간 엘리오의 유대인 상징 목걸이가 떠오르면서 '이 장면 콜바넴에 나왔던 장면 아닌가?' 싶었어요. 석류가 영화 내내 (특히 주인공이 이라클리를 생각하거나 바라보는 장면에서) 나오는 것도 그렇고 러브씬의 구도도 그렇구요.
영화 속에 나오는 대사들로 미루어 보면 조지아 전통춤은 '여자는 더욱 더 여자답게, 남자는 더욱 더 남자답게' 추어야 하는 듯한데, 영화 초반에 "동작만 정확하다고 해서 훌륭한 무용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 것과 동작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춤이라는 걸 생각해봤을 때 '상대 여성 무용수에 대한 사랑이 담기지 않은' 메라비의 춤을 단장이 계속 잘못되었다며 끊었던 것 같아요.
영화 후반부에 포스터를 떼는 장면에서 무용과 관련된 포스터는 (사실 이건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다 떼어버리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포스터만 남겨 두었는데 금지된 행위를 해서 다른 세계에 갇혀 버린 치히로처럼 조지아에서 인정되지 않는 행위를 함으로써 더 이상 무용수로 살아갈 수 없게 되어버린 주인공의 상태를 보여 주는 것 같았어요. 국립 무용단에서 퇴출된 후 수도원에 가게 되었고 결국은 거기에서 도망나와 매춘을 하고 있다는 결원 무용수의 이야기를 곱씹어보면 메라비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게 이후 상황이 전개될테니까요.

조지아 전통춤에 여자는 여자답게도 있었군요~
맞아요. 센과 치히로 포스터만 떼려다가 남겼어요. 아... 센과 치히로 영화가 그런 내용이었군요! 오래돼서 기억이 안 났어요. 의미 진짜 맞는 것 같아요!! 메라비도 조조처럼 된다고 생각하니 슬프네요ㅠ 해피엔딩 좋아하는 1인으로ㅠ 형의 바람처럼 자신만의 춤을 춰서 성공했으면 좋겠어요ㅜ
좋은 댓글 감사드려요~ 영화를 더 깊게 생각하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
아무래도 영화는 주인공인 메라비에게 집중하다 보니 여성 무용수에 대한 대사는 생략한 것이 아닌가 싶어요.
콜바넴 아버지와 그우춤 형의 연결고리는 생각하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 국화님 덕분에 깨달음을 얻었어요!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제목만보고 댓글써요^^
콜바넴은 못봤구요ㅠㅠ 위플래쉬는 동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