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이웃사촌> 리뷰

이웃사촌 익스트림무비 GV 시사회에 이어 일반 시사회와 개봉 후 관람까지 하고,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심으로 리뷰를 작성해봅니다.
코미디 장르답게 웃음을 유발하는 대사나 행동이 많았는데, 여러 장면 중에서 특히 조마조마하면서도 웃긴 상황들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도청팀이 갑자기 이상을 일으킨 도청 장치를 확인하기 위해 담벼락 근처를 어슬렁거리다가 건너편에서 날아온 흙손과 ‘이의식’의 목소리에 숨느라 허둥지둥하는 장면, ‘이의식’의 집에 간 ‘유대권’이 몰래 간첩 조직도를 서재의 책 사이에 숨겼다가 책을 빌려주네 마네 하면서 가벼운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 ‘이의식’의 집이 빈틈을 타 간첩 조직도를 숨기러 들어온 도청팀원들이 갑자기 귀가한 ‘여수댁’과 침묵의 숨바꼭질을 하는 장면 등 웃긴데 초조해서 왠지 손으로 입을 틀어막게 되는 상황들이 유쾌하고 인상깊었습니다.
<7번방의 선물>에서도 교도소에 들어온 ‘예승’을 간식 박스나 세탁물 운반 카트에 숨겨 옮기거나, 들키지 않기 위해 교도소 내에서 이리저리 감추는 등 비슷한 느낌의 장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이처럼 긴장감과 코믹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것이 이환경 감독님의 유머 코드인 듯한데, 개인적인 취향에도 맞았고, 관람하면서 관객들 반응을 들어보면 꽤나 대중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이 넘치고 평화로운 1980년대의 향수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도 많았지만, 반대로 억압적인 분위기도 공존하는 시대라는 특성이 영화에 긴장감을 부여해주었습니다. 특히 김희원 배우가 연기한 강렬하고 사나운 국가안보정책국 ‘김실장’ 캐릭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의식’이 나미의 ‘빙글빙글’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지정하고, ‘돌고 돌고 돌고’, ‘돌아가는 삼각지’ 등 도는 가사가 들어가는 노래들을 금지하면서도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각하의 18번이라는 이유로 제외하는 등 국가의 권력을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남용하는 장면이 뭔가 우스우면서도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빙글빙글’은 금지곡을 받은 적이 없고, 몇몇 노래는 타임라인에 맞지 않는 등 실제와는 다른 설정이 있기는 하지만, 당대의 정치적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었습니다.
간첩 조직도를 심어두었다는 '유대권'의 보고를 받고 ‘이의식’의 집으로 온 ‘김실장’이 ‘도대체 당신이 생각하는 빨갱이가 뭔데요?’라는 ‘은진’의 반항적인 질문에 ‘나랑 다른 새끼’라고 하는 대답은 당시 정치의 실태를 매우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 대사였습니다. 무고한 사람을 데려다가 패고 고문하고, 데모하는 학생들도 모조리 잡아가고, 민간인까지 사찰하는 등 강압적이고 폭력적이며 비인권적인 정치 권력의 행태를 보여주는 장면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