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의 미스터리 키친(이치모시 아사미)-RHK
번역소설에서 독보적인 출간량을 자랑하는 언어권은 영어입니다. 과거는 제가 이 분야 출판량을 집계하고 통계를 냈습니다만. 요즘은 귀찮아서 하지 않고 있기는 하네요. 이러한 영어권을 딱 두 해, 앞질렀던 나라이자 언어권이 일어, 즉 일본이었습니다. 그즈음 출간 되었던 소설이 <화차>나 <백야행> 등입니다.(아 적고 보니 화차는 그즈음이 재출간이었네요.)
이때에 출간이 어마어마하게 이루어지며, 독보적인 출간량을 자랑하는 작가들에 이어 상당히 넓은 작가군의 소개가 이루어집니다. 이치모치 아사미 역시 2009년, 상당한 작가의 신작이 러쉬를 이룰 때 출간된 작가입니다. 조금은 억지스런 트릭을 보여주었던 <문은 아직 닫혀 있는데>와 살인자가 되어버린 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그리고 적군파가 비행기를 납치했던 사건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듯했던 그러나 판타지적인 결말을 보여주었던 <달의 문> 등을 잇달아 한국에서 출간해 화제가 되었던 게 떠오릅니다.
반면.
그의 작품이 가진 관심사는 다양하지만 정합성이나 적합성 등, 미스터리 소설에서 가장 적극적이어야 하는 부분에서 조금씩 빗나가는 터라, 정통 미스터리 독자에게는 무언가 약간은 모자란 작가였다는 판단도 하게 했습니다. 영화도 마찬가지이지만 소설도 주례사 비평은 그저 소개 정도로만 생각하면 되는 터라, 실제 읽어보면 상당한 괴리감을 주는 작가들도 많거든요. 특히 본격 미스터리 작가라고 포장을 하던 때여서, 그런 작가가 아니었음에도.
최근에 당근 마켓에서, <청부살인, 하고 있습니다>가 화제가 되기도 했지요. 책 제목이었는데 실제 청부살인을 한다는 당근 글인 줄 알고 말이죠.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은 <나가에의 심야상담소>에서 이어지는 작품이었네요. <나가에의 심야상담소>에서도 그랬지만 사건이 조금은 대중성이 약하고, 정말 재미있어서 궁금하다기보다 작가가 이렇게 쓰고 이렇게 해석하는구나, 하는 해석과 개입의 여지가 없는 글이라 상당한 약점도 보유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번 <한밤의 미스터리 키친> 역시 식사 자리에서 오고 가는 이야기를 사건화해 풀어가는 방식이라, 경우에 따라 난센스 같은 생각마저 듭니다. 그러나 잠자리 들기 전에 물 한잔을 마시듯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러한 일상 미스터리 분야에서 가장 먼저 두각을 나타냈던 작가는 가노 도모코인데, 상당히 재미있답니다. 비교적 최근에 대히트를 친 요네자와 호노부의 고전부 시리즈도 떠오르네요.)
일상 미스터리는 주의를 끌 만한 사건이라기보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에서 착안해 이를 사건화하는 터라, 상당한 반전이나 캐릭터성이 부각되고는 하는데, 그런 면이 약하기도 합니다만, 오히려 그래서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잘 만든 도시락 하나를 집어드는 기분을 주는 소설집입니다.
이치모치 아사미가 아직 나오키 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는 것은, 음, 뭐 아직은...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여하튼.
작가의 변한 작풍이 상당히 눈에 들고, 그러한 까닭에 과거처럼 무게감을 주던 것과 달리 마음 편히 읽을 수 있다는 것도 맘에 듭니다. 일곱 가지 이야기를 일곱 가지 술, 음식과 함께 곁들여 자기 전에 마시는 그런 기분으로!
편하게 읽기 좋은 소설집이었습니다. 맥주 한 잔 마시며 자기 전에 읽으면 금상첨화겠습니다.
추천인 7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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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워요, 폭염주의보라고 하니 조심해서 다니세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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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