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극장
서울극장은 넷플릭스가 지금처럼 한국에 자리잡지 않았던 시절에 옥자를 상영했던 몇 안 되는 극장 중 하나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봉준호 감독을 좋아하기 때문에 신작은 보고싶고, 넷플릭스라는 낯선 신문물은 그리 내키지 않기도 하여 서울극장을 방문했습니다.
서울극장의 나이나 명성에 비해 꽤 늦게 접한 셈입니다. 옥자를 관람한 후로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가끔씩 영화를 보러 가곤 했습니다. 그 당시엔 CGV나 롯데시네마 같은 멀티플렉스 영화관만 이용했었는데, 제 취향은 아늑하고 소박한 분위기의 소형극장에 더 가깝다는 걸 서울극장 덕분에 알게 되었습니다. 제 기억엔 그때 계셨던 직원 분들의 연령도 그리 젊은 편은 아니었는데요. 그것 역시 유서깊은 극장의 매력을 더해주는 요소였습니다. 마치 오래된 문화유적지를 찾는 것과 같은 기분이었죠.
물론 두 손으로 횟수를 세지 못할 정도로 방문한 이후에는 그런 신기하고 흐뭇한 느낌은 점차 사그라들었습니다만 영화관을 찾을 때마다 기분좋은 안락함은 매번 느꼈습니다. 삶을 살아가며 알게 된 보편적 진리 중 하나인 '모든 사람이 크고 화려한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걸 몸으로 깨달은 것이죠. 되도록 회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서울극장에서 모 독립영화 한 편을 관람한 후 여자친구와 헤어진 적도 있습니다. 이렇듯 많은 가르침이나 불쑥 떠오르는 기억도 있을만큼 제게는 뜻깊은 공간이 사라진다니 굉장히 아쉽습니다.
시대가 흐르면서 영세한 극장들은 생존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존재해주길 바라는 욕심을 갖고 있었는데 어쩌면 어떤 이들에게는 힘겨운 분투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서울극장운영에 애써온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저처럼 끝없는 아쉬움을 안고 계실 많은 관객분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되찾을 수 없는 것을 잃는 건 언제나 적응 되지 않는 슬픔인 것 같네요.
니콜라요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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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서울극장이 지금의 멀티플렉스의 위상을 차지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영원한 강자는 없다고 이번에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멀티플렉스라고해서 영원히 잘 나가라는 법이 없듯이 언젠가는 서울극장을 바라보듯이 멀티플렉스 극장들도 바라보는 날이 오지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애정하는 공간을 원없이 즐기려고합니다.
언젠가는 추억이 될 그 공간을 말이죠.
아쉽네요
글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