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라는 이름
하나뿐인 남동생은 안부전화를 자주 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부드럽고 착한 동생인데 전화는 이상하게 자주 하지 않는 그런 성격이죠. 수다가 많이 없다고 할까요?
그런 동생이 전화가 먼저 올때는 정말 정해진 용건이나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할때가 많습니다.
어제 회사업무를 집에 가지고 와서 일을 하던 늦은 시간에 전화가 먼저 왔습니다.
불긴한 생각이 살짝 머리를 스쳐갔는데 동생이 엄마의 입원소식을 전했습니다.
당뇨를 오래 앓아오신 분인데 폐렴증상이 와서 평소에 다니던 병원에 갔고
페쪽에 결정이 발견되서 큰 병원으로 옮겼다고 하더라구요.
응급실에서 이런 저런 검사하고 최종 검사 소견 (폐쪽의 결정이 결핵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것인지)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엄마가 저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서 말 안하고 있다가
1인 병실이 나서 정식으로 입원했다는 전화를 받고 고민끝에 저한테 알렸다고 하네요.
(제가 일주일에 5-6번 엄마한테 전화를 하는데 목소리만 듣고는 몰랐고 동생은 조카때문에 영상통화를 하다가 병원인걸 알았다고 합니다)
제가 사실 이럴때 의외로 담담합니다.
사고가 터지면 우선 침착하게 수습이 먼저라고 배운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차분히 동생이 말하는 과정들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머리속으로 정리를 했습니다.
그리고 "알겠다. 전주에서 부산 갔다오느라 고생했다:"라는 안부를 전하고 전화 통화를 끝냈죠.
그리고 10분정도가 흘렀을까?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를 않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훨씬 더 적지 않은 나이를 가진 엄마의 상태를 애서 참기에는 그 감정의 소용돌이가 컸던 거죠.
사실 살아가면서 제대로 된 효도보다는 항상 사고만 치는 장남이었기에
엄마의 당뇨도..지금의 아픔도 모든게 제 탓 같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제가 저절로 그걸 느끼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긴 밤이 지나고 아침에 출근해서 영업회의를 하고 덤덤한 척 엄마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애써 웃으면서 아픈거 말하지 말란다고 그게 감춰지냐?고 장난치듯 엄마한테 말을 걸었습니다.
아프지 말라고, 제가 걱정하면 더 안 좋아지실까봐 요즘 약 좋다고 금방 나을꺼라고 너스레를 떨었죠
그렇게 짧은 듯 긴 통화를 마치고 나니 또 가슴이 저립니다.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마음이나 어느 덧 다 자라 늙은 부모님을 걱정하는 자식의 마음이나
후회와 애틋함이 먼저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이따가 결과가 나온다니 다시 전화드려야겠습니다. 최대한 밝게 웃으면서요.
무척 버겁고 마음도 아프지만
열심히 일상생활하며 꿈극장님처럼
담담하게 일을 처리하다보면 어느덧
더 단단해져있을거라고 믿어요.하루빨리 쾌차하시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