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마왕'에게 바치는 '봉별기'
우리에게 ‘마왕’이 있었다.
귀청을 찢는 날카로운 쇠 소리로 무장한,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듯 표정을 띤 ‘마왕’.
오늘 그의 목을 통해 들리는 음의 하나하나가 새롭게 피부를 진동케 한다.
그래서 지금, ‘눈’가를 간질이는 ‘물’을 그의 음악이 끝난 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1988년 한 가요제의 마지막 참가자로 무대를 장식했던 '무한궤도'의 리드보컬 겸 퍼스트기타(일렉트릭 기타)를 다루던 신해철.
후에 고스트스테이션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마왕’이라는 칭호는 그의 본명과 또 다른 ‘신해철’을 지칭하는 고유명사가 된다.
그리고 이름보다 모든 악마들의 마왕보다 더 ‘마왕-스러운’ 그의 음악과 행보가 시대의 조류 속에 뚜렷하게 들어있었다.
서강대 철학과 출신의 음악인으로 곡 하나하나에 지적유희를 부리던 나름 멋스런 ‘마왕’.
넥스트(N.EX.T:New Experiment Team) 시절 ‘비트겐슈타인’을 들고 나와 자신의 사상을 너무 이르게, 혹은 설익게,
하지만 자신의 음악 안에 녹여 던진 ‘마왕’.
위독하다는 소식도 잠시, 모든 죽음은 대비하기도 전 갑자기 찾아드는 악마라고 했던가.
‘마왕’인 그가 자신의 죽음을 관장하지 않은 채 그를, 그의 음악을, 그의 정신을, 사랑하던 이들을 뒤로 한 채 하늘로 ‘소풍’을 갔다.
남은 자들이 해야 할 일, ‘그의 음악은 영원히 남았다’는 것으로 안위하며 녹음된, 혹은 기록된 영상으로 이제 ‘마왕’의 존재를 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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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이 처음 우리에게 선보인 첫 순간, 그의 메시지를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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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나는) 그대 숨결을 느낄 수 있어요/ 내 삶이 끝나는 날까지/ 나는 언제나 그대 곁에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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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_
신해철 1집 카세트 테입 사서 릴이 늘어질 때까지 들었었다.
왜? 그때 그게 유행, 한 마디로 트렌드였으니까.
아무리 유행이라지만 지겹도록 한 음악을 듣는다는 것은,
누군가의 잔소리 이상만큼의 고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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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해철의 음악은 분명 그 이상의 '뭔가'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고백'을 좋아한다. 그리고 '안녕', '연극 속으로', 그리고......
난 방금 쓸데없는 짓을 하고 말았다.
그의 음악에 어떤 순위를 매긴다는 것은 이제 의미없다는 걸.
'마왕'은 '마왕스럽게'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이라는 도구를 빌어 말했을 뿐,
우리는 그에 대한 '감상'으로 빠져들기만 하면 된다.
<어거스트 러쉬>에서 위저드(로빈 윌리엄스 분)는 말한다. 어린 어거스트에게 '음악'에 대해서.
“음악이 뭔지 아니?
이 우주에 우리 말고도 다른 것이 존재한다고 신이 살짝 알려주는 거지.
음악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을 연결하는 조화로운 연결 고리란다.
심지어는 별까지도 말이야.”
"Do you know what music is?
It's God's little reminder there's something else besides us in this universe.
Harmonic connection between all living beings everywhere,
even the st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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째즈카페가 나왔을때 ...그 새로움이 놀라웠죠 그때만 하더라도 랩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