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빨래방에서 생긴 일
비오는 일요일 밤 셀프 빨래방에 갔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밤 11시가 넘었는데도 사람이 많았어요. 제가 들어와서 빨래 넣을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제 뒤로 초등학생 쯤으로 되어보이는 딸과 함께 들어온 여자가 갑자기 속도를 내서 빈 세탁기로 달려갔습니다. 분명 제가 먼저 와서 세탁기 이용할 준비를 하고 있는 걸 알았을텐데 말이에요. 그 속도는 정말... 새치기하려고 서두른 것이 분명했습니다. 기분이 나빴지만 머 싸울 수도 없으니 저는 다른 기계를 기다렸어요. 다행히 거의 끝나가는 세탁기가 있어서 금방 세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세탁이 끝나면 건조기에 가는데요... 코스 설정 때문인지 새치기한 여자의 세탁기가 제 세탁기보다 2분 정도 늦게 끝나더라구요. 건조기만큼은 내가 먼저 가야겠다 하는 오기가 괜히 생겼습니다. 새치기 한 여자도(바로 옆 기계) 건조기를 더 빨리 차지하려고 서두르는게 눈에 보였어요. 제 세탁이 끝나고 바구니에 세탁물을 담는 사이 그 여자의 세탁도 끝났는데 속도를 엄청 빨리 내더라구요. 에휴 그래 먼저 써라 하는 마음으로 빈 건조기를 그 여자가 쓰게 두고 저는 다른 건조기에 줄을 섰어요. 고작 몇분 빨리 쓰겠다고 경쟁하는 것도 웃겨서요. 여전히 기분은 안좋았지만요.
그 여자의 건조가 당연히 먼저 끝나고, 그 여자는 세탁물을 잘 개서 정리하고 딸과 함께 셀프 빨래방을 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때부터 제 마음이 안좋아졌어요... 생각해보면 저는 원래 늦게 자는 사람이구요. 그 여자는 초등학생인 딸과 함께 왔잖아요. 아마 저보다 할 일이 많겠죠. 아이도 얼른 재워서 내일 학교 보내야 하겠구요. 세탁기 조금이라도 빨리 쓰는 것이 어쩌면 그 여자에게는 중요한 일이었겠죠. 그러니 포드V페라리 같은 속도로 세탁기를 차지하러 갔겠죠... 그런 사정 조금도 생각 안하고, 새치기 당했다는 마음에 기분 나빠했던 것이 아주 부끄러워졌습니다.
좀 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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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쟈철 탈때 내리기도 전에 먼저 타는 사람들 이 떠올랐어요. 좋은 생각 하셨으니 월요일에 행운만땅요~~
내가 직접 그 상황에 처한 경험이 없으면 역지사지라는 게 쉬운 게 아닌 것 같아요.
처해본 적이 없음에도 그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훌륭한 거고요.
아유 그래도 역지사지 하시며 좋은 맘을 쓰셨네요. 내일은 좋은 일이 어마어마하게 많으시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