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AN] 걸리보이- 힙합영화로서는 손색이 없다
- 이번 부천에서 제일 재밌게 본 작품을 꼽으라면 <호신술의 모든 것>입니다. 정말 부천스러운 영화더군요. 하지만 두번째로 재밌는 영화 <걸리보이>를 먼저 소개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재미있는데다가 다른 영화제에서 틀기를 바라는 영화거든요. 인도영화를 영화제에서 매해 보고 있는데, 올해 인도영화가 정말 좋은 작품들이 우리나라에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 영화는 빈민가에 사는 남자의 랩퍼 도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개만 보면 전형적인 인도산 음악영화아닌가 싶겠지만, 반은 사실이고 반은 사실이 아닙니다. 영화는 힙합이라는 문화에도 충실하지만, 인도영화가 최근 주목했던 사회적 현실도 충실합니다. 1세계 백인들부터 빈부격차, 가정폭력, 여성의 지위등 <걸리보이>는 인도의 사회적 문제를 최대한 담으려고 합니다. 사실 그래서 영화가 조금 늘어진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 (물론 극장에서 오래 즐기려는 인도인들 덕분에 상영시간을 길게 맞췄겠지만)
- 영화는 의외로 힙합문화와 랩에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랩이라는 기본적 요소를 주인공의 시선으로 따라가면서 관객들에게 친절하게 전달해줍니다. 그래서 랩을 잘 모르시는 분들도 랩이라는 음악에 담긴 가사의 의미와 시적인 라임에 공감하면서 즐기실 수 있습니다. 영화제 번역도 한글로 다시 라임을 짜면서 번역했는데, 잘 짜인 라임도 있어서 랩퍼분을 모셔서 감수하셨는지가 궁금하네요. 음악도 신나는 비트가 대부분이라 몸을 끄덕이면서 보면 더 재밌습니다. 물론 힙합 리스너분들은 더 만족하실수도 있습니다.
- 앞서 설명하듯이 이 영화도 인도의 사회적 현실을 많이 다루는데, 저는 최근 인도영화의 발전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직도 인권이 떨어지는 지역도 있을만큼, 인도는 여행오지 말라는 말만큼 문제가 많은 국가입니다. 하지만 인도의 영화인들이 직접 카메라로 사회비판을 한다는것이 어찌보면 담대하면서도, 배우고 싶은 부분이 많다고 봅니다. 특히 <당갈>도 그렇고 여성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영화들이 많아진 느낌입니다. <걸리보이>에서도 음악을 배우는 여성이나 사회적 관습에서 벗어나려는 여성등 다양한 여성들이 나옵니다.
- 저는 극중 나스의 공연이 열린다는 대사 때문에 살짝 나스가 나오는게 아닐까 들떴지만 아쉽게도 그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엔딩곡이 주연을 맡은 라비나 싱과 랩 메이킹을 한 인도의 유명 랩퍼 디바인, 그리고 이 둘과 나스가 콜라보를 해서 예상치 못한 감동이 느껴졌습니다. 나스는 제작에도 참여했더군요. 나스의 음악은 힙합계에서는 고전이니 한번쯤 들어보셔도 괜찮습니다.
- 제일 짠했던 순간은 걸리보이가 아디다스 삼바라는 신발을 선물로 받고 행복할때였는데, 사실 이 신발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하지만 가난한 땅 인도에서 아디다스 신발이라는 가치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는게 아닐까요? 우리나라 랩퍼들은 이지부스트에 에어 조던 같은 한정판 스니커를 신으면서 스웩을 뽐내지만, 걸리보이는 작은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끼고 계속 사회를 향한 외침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차이가 있달까요. 물론 누가 옳다 그르다 그런건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보내 준 스니커즈 잡히는 대로 비닐 뜯고 그냥 입어'라는 이센스의 랩이 영화를 보고 계속 생각이 납니다. 어쩌면 걸리 보이야 말로 힙합의 뿌리를 닮은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도영화 파는 사람으로서 매년 영화제를 다니며 인도영화를 접하지만 부천에서 《세 얼간이》 이후 이렇게 반응이 뜨거운 인도영화가 있었나 싶습니다.
그만큼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고 더 많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