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10
  • 쓰기
  • 검색

'캐롤' 이동진 GV 정리 - 4부(完)

메론맛다시마 메론맛다시마
14821 15 10

 

 

 

 

 

<캐롤> 이동진 GV 정리 - 4부(完)

 

 

 

 

 

경험의 유무와 사회적 시선

내가 보는 두 사람의 가장 큰 결정적 차이는 경험의 유무다. 이것이 이 사랑의 상당부분을 결정했다고 보는데, 캐롤은 경험이 있다. 유사한 경험이 있다. 애비와의 동성애적인 사랑. 남편은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애비의 애자만 들어도 기분이 너무 나쁜 상황이고 도끼눈을 한다. 반면에 테레즈는 경험이 없다. 이런 상상도 해볼 수 있다. 만약에 10년쯤 더 지나면, 둘이 헤어졌다고 치고. 캐롤은 또 다른 여자를 만날까? 내 생각엔 만날 것 같다. 하지만 테레즈는 10년즘 지나면 또 다른 여자를 만날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굉장히 큰 차이가 있다. 이럴 때 대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대방의 첫사랑이니 뭐니가, 테레즈의 입장에서는 이 사랑이 너무 신기하고, 해석할 수가 없는 거다. 한 번도 자기는 경험해보지 못한 사랑이고, 그 사랑 속에서 내가 막 빠져들고 있는데 대체 이게 뭘까 라고 곰곰이 생각하며 상상하고 있는 거다.

 

반면 캐롤 입장에서 보면 이 사랑을 약간은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사랑이 어떤 귀결에 도달할 것인지 예상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불안한가 하면 당연히 캐롤이 더 불안할 것이다. 그 경험을 해봤고, 그런 경험이 어떻게 되는지 상상을 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모든 일은 원을 그리기 마련이에요 라고 말을 하고 마지막에 떠나는 것이다. 반복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테레즈 입장에서는 대체 여기가 어딘가, 워싱턴인가 워털루인가도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이 극심한 감정적인 격랑 속에서 대체 내가 무슨 일을 겪고 있는 거지 하고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 중이다. 이렇게 두 사람의 사랑이 큰 차이가 있고, 누가 언제 왜 떠나고 돌아오는지도 사실은 이거랑 너무 결정적인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이 끝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캐롤은 당신을 놓아준다고 말을 하는 거고. 그것이 무엇에 도달할지 알 수 없는 테레즈의 입장에서는 막무가내로 전화해서 보고 싶다고 말을 하는 거다.

 

당연히 시각적으로, 아까 상대적으로 <파 프롬 헤븐>보다는 덜 시선의 감옥이라는 문제를 이 영화가 다루고 있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도 그런 부분들에 대한 자의식이 당연히 들어가 있다. 감독 자체가 동성애자로써 그런 영화를 만들어오기도 했고.

 

 

 

(오프닝 맨 첫장면, 벽에 낀것처럼 보이는 장면, 차 안의 장면 등 다양한 장면 자료)

첫 장면을 보면 그런 두 사람의 사랑이 놓여있는 맥락을 너무나 명확하게 시각적으로 묘사를 한다. 이런 것도 아까 보여줬지만, 일반적으로라면 바로 차 옆으로 이동해서 찍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일부러 2차선 바깥에서 찍어서 차 너머 레즈비언적인 사랑을 했던 과거의 두 연인을 찍는 다던지.

 

이런 장면도 다르게 찍을 수 있는 수만 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저 치우친 앵글, 벽과 벽 사이에 인물이 꽉 끼어서 폐쇄 공포증을 느낄 것 같은 앵글들도 이 사랑이 사회적으로 어떤 시선에 놓여져 있는지 시각적으로 계속 코멘트 하는 거다.

 

이런 장면들이 굉장히 많다. 이 장면도 마찬가지다. 인물들이 왼쪽으로 치우쳐져 있고, 가운데를 가르고 있고, 반투명하게 보일 정도의 유리창 바깥. <파 프롬 헤븐>에서는 이런 장면이 굉장히 많았는데. 이 영화에서는 많지는 않지만 역시 레즈비언적인 이야기를 애비와 호텔에서 나누고 나서 편지를 받은 테레즈가 일어나면 익명의 어떤 사람, 즉 체제가 갖고 있는 수많은 익명의 시선 중 하나가 그들을 돌아본다. 힐끗. 뭐야 저 여자 둘이 사귄다는 거야? 그런 부분을 코멘트 하고 있다.

 

말한 대로, 이 남자 리차드가, 동성애적인 사랑에 대해 그녀가 묻자, 동성애적인 사랑을 한다면 그것은 이유가 있다 라고 말을 한다. 그러니까 완전히 다른 사람들이라고 이야기 하는 거다, 리차드 같은 사람들은. 그러자 다시 묻는다. 이상한데, 왜냐하면 나는 굉장히 평범하고 이전에 자기가 느끼는 성적 정체성, 레즈비언으로써의 정체성을 느껴본 적이 없고,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소설은 조금 더 그게 더 묘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그 전에 그런 게 없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거지? 라고 반문을 하는데 거기에는 의문을 갖고 테레즈가 묻고 있는 거다.

 

 

 

(파티장에서 다른 여성과 시선이 교차하는 장면)

이게 문제의 장면일 텐데, 지금 그녀의 마음 속에는 캐롤 밖에 없다. 돌아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라고 괴로워하는 상황에서 파티장을 갔는데, 그 상황에서도 파티장의 한 여자와 시선 교환이 된다. 그리고 아마 이 두 사람의 시각이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히 어떤 동성애적인 맥락일 것이다. 그랬을 때, 이런 구도 같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그 맥락을 아까처럼 그런 시선으로 코멘트 하고 있다. 양쪽에서 말을 하다가 그녀가 이쪽으로 가서 말을 하게 되는데. 그 때 캐롤(테레즈인 것 같은데 잘못 설명한 듯)의 태도를 보면 캐롤(이것도 테레즈)은 그녀에게 관심이 있느냐, 관심이 있다. 최소한 캐롤(이것도 테레즈)도 그녀를 보고 동성애적인 필을 받은 것이다. 소설에서는 그게 비교적 자세하게 나온다. 소설이 반드시 맞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소설에서는 보는 순간 캐롤을 처음 봤을 때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 우리는 이런 파티에서 만나서 30분 말한 게 끝일 것이고, 나는 그녀를 사랑할 일이 없을 것이고 라는 식으로 서술한다. 소설도 모호하지만 영화는 더 모호하다. 이 상황에서 두 사람이, 적어도 영화에서만 국한해서 이야기 한다면 동성애적인 필을 받은 건 사실이지만 그녀는 그것을 전혀 진전시키지 않는다. 상대방은 진전시키고 싶어한다. 하지만 테레즈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리고 화장실에 쳐 박혀서 아무하고도 어울리지 못하고 있다가 바로 나가서 캐롤에게 가게 된다.

 

이 장면은, 내가 느끼기엔, 그냥 내가 느낀 거다. 내가 느끼기엔 테레즈한테는 동성애적인 사랑이 필요한 게 아니고 캐롤이 필요한 거다. 그런데 하필이면 캐롤이 여자였을 뿐 이라는 거다. 그러니까, 어떤 동성애를 다루는 영화에서는 상대방이 여자라는 게 핵심일 수 있다. 동성애적인 정체성에서 내가 여자를 사랑하는 사람이야 라는 것이 그 사람을 말하는 가장 중요한 정체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최근에 개봉을 앞두고 있는 <데니쉬 걸> 같은 걸 보면 그 영화가 바로 그런 영화다.

 

그런데 이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최소한 소설은 몰라도 영화는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캐롤이 아닌 테레즈는 누군가를 너무 사랑하고 이 경험이 신비하고 아름답고 자기 인생을 걸면서까지 달려들고 싶은데 그런데 그 사람이 그냥 여자인 거다. 그렇게 본다면 이 영화는 두 여자의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인데, 두 사람이 생물학적으로 여자다. 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이야기가 아닌가 라는 추측이 든다.

 

 

 

만남의 형식

마지막으로, 영화가 얼마나 꼼꼼하게 잘 축조되어있느냐는 부분인데, 두 사람이 만날 때 모든 장면에서 항상 테레즈는 특정한 자리에 먼저 와서 기다리거나 항상 그 자리에 놓여있다. 그리고 거기로부터 항상 캐롤은 늦게 나타나거나 나중에 나타나서 그녀에게 다가오는 형식으로 두 사람의 만남이 항상 이루어진다. 그 만남이 끝나면 항상 테레즈를 놔두고 떠나는 방식으로 장면이 짜여져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상당수는 가다가 꼭 뒤돌아본다. 마찬가지로, 첫 데이트를 했을 때도 늦은 것은 캐롤이다. 물론 두 사람의 권력관계와도 관련이 있겠다만, 그리고 먼저 떠나는 건 역시 캐롤이고, 역시 차에 타서 돌아보는 구도를 갖고 있다. 여기서도 결국 여행을 가서도 먼저 떠나는 건 캐롤이고 남겨진 건 테레즈다. 결정적인 순간에 만나게 해달라고 했을 때 그때도 기다리고 있는 것이 테레즈고 다가온 것이 캐롤이고, 잭이라는 남자가 왔을 때 역시 먼저 자리를 비운 것도 캐롤이다.

 

그런데 이 원칙이 한 번 깨진다. 한 번 깨지는 게 가장 중요한 마지막 장면이다. 마지막 장면은 처음으로 테레즈가 캐롤을 향해서 다가가는 장면이다. 캐롤은 미리 앉아서 기다리고 있다. 이 장면은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다. 영화에서 사실상 가장 우리를 기억하게 만드는 라스트 씬이 될 텐데, 이 테레즈라는 인물의 어떤 가장 중요한 인생에서 결단을 하는 장면이기도 하고, 아까 봤을 때 테레즈의 성장 영화라고 본다면 정점을 찍는, 드디어 어떻게 보면 주최로써 완전히 우뚝 서는 장면이라고 볼 수 있다는 거다.

 

 

 

(여기서부터 이해가 안되실텐데, 마지막 둘이 만나는 장면에서 쇼트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사진을 봐야 더 쉬운데...)

마지막으로 시선에 관한 부분인데, 이 영화를 시선의 문제를 빼 놓고 이야기 할 수 없지 않은가. 이 부분에서도 영화가 너무도 아름답고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쪽인데, 소설 자체가 테레즈가 캐롤을 묘사하는데 테레즈의 마음의 시선을 통해서 캐롤을 이해하는 쪽으로 소설이 쓰여져 있다면, 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양쪽을 다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 부분들 중 이 영화에서 둘 중에 더 신경을 쓰는 것은 테레즈로 보인다.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시선의 문젠데, 소설에서는 백화점에서 두 사람이 처음 눈이 맞을 때, 눈이 맞았다고 하니까 이상하지만, 눈이 마주칠 때 동시에 마주친다. 소설에서는.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묘사하지 않는다. 잘 보면 테레즈가 먼저 본다. 사실상 멀리서 봤는데도 반한 거다. 아니, 저런 여자? 하고 확 사로잡혀 있는데 처음에는 상대방이 의식하지 못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녀도 보게 되고 상대방에게 사로잡히게 되는, 다시 말해서 시선을 먼저 보는 것은 테레즈라는 거다. 그리고 끝까지 보는 것도 테레즈다. 그 장면에서 뒤돌아서 가는 것이 캐롤이기 때문에. 캐롤의 뒷모습을 계속 보고 있는 것, 이런 건 시점 쇼트다. 먼저 보고 끝까지 보는 게 다 테레즈라는 이야기고.

 

마지막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들어와서 걸어갈 때 먼저 발견한 사람은 당연히 테레즈다. 이 상황에서 상대방을 확인하고 쳐다보고 가고 있는 거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캐롤은 아직 테레즈를 생각 못했다. 보여지지만 자기는 보고 있지 않은 거다.

 

그리고 영화의 맨 마지막, (인상적인 마지막 쇼트를 생각하면) 이것도 시점 쇼트라는 걸 생각하면 캐롤이 보고 있는 모습을 보지만, 우리는 누구의 눈으로 보느냐? 테레즈의 눈으로 본다. 그러니까 이 때도 가장 마지막까지 먼저 보고 끝까지 보는 것이 테레즈라는 거다. 이렇게 본다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인상적이고 흥미로운 부분이 나에게 있다.

 

 

 

(마지막에서 똑같은 앵글로 테레즈를 두 번 보여주는 시점이 나오는데, 하나는 객관적 쇼트, 하나는 시점 쇼트라는 의미)

내가 느끼기엔 이 장면을 나중에 다시 보게 된다면, 영화가 좋아서 두 번 세 번 다시 볼 분들이 있을 텐데, 보게 되면 유심히 한 번 보길 권하고 싶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 테레즈가 걸어올 때 카메라가 이동 카메라로 잡고 있다. 잡고 있을 때, 이 장면은 시점 쇼트가 아니다. 인물을 잡는 객관적인 쇼트가 있고 주관적인 시선이 있다고 할 때 시점 쇼트라는 것은 극중에 등장하는 특정 인물이 바라보는 눈을 카메라를 빌려서 대신 그 사람의 눈으로 보게 하는 시점, 그게 시점 쇼트다.

 

그런 면에서 봤을 때 지금 이 장면에서는 캐롤이 테레즈를 보고 있지 않다. 테레즈가 오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걸 카메라가 뒤에서 찍지 않았겠는가. 그렇다면 이 장면은 객관적인 쇼트다. 캐롤의 눈으로 보는 게 아니니까. 그냥 인물이 캐롤을 향해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묘사하는 객관적인 쇼트다. 근데, 그 순간 쇼트가 바뀌면서… 이건 당연히 주관적인 시점 쇼트다. 인물에게 다가가는 테레즈의 눈으로 우리는 보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 장면에서 캐롤은 아직 눈치를 못 채고 있다. 이 장면에서 끊기지 않고 조금 더 다가가면 눈을 돌리다가 아니, 그녀가 왔네 라고 알아본다. 이 때 알아보는 시선도 테레즈의 시점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대한 역쇼트를 보면, 다시 테레즈가 나오게 된다. 그럼 이 때부터는 누구의 눈으로 보는 거냐, 캐롤의 눈으로 보는 거다. 캐롤의 시점 쇼트가 되는 거다.

 

그리고 나서 한 번 더 보면, 다시 테레즈의 시선, 캐롤을 보는 마지막. 결국 세 번의 시점 쇼트로 이루어졌다고 보이는데, 나에게 흥미로운 건 이 부분이다. 이 장면(두번째로 테레즈 잡은 장면)은 아까 시점 쇼트라고 말을 했다. 왜냐하면 캐롤이 상대가 오고 있다는 걸 알고 자기의 시선으로 보니까. 이 장면(첫번째로 테레즈 잡은 장면, 두번째와 앵글이 동일함)은 시점 쇼트가 아니라고 말 했다. 왜냐하면 아직 알아보지 않은 상태에서 카메라가 비추고 있는 객관적 쇼트니까. 그런데 이 두 장면 앵글차이가 있는가? 똑같다. 그래서 내가 드리고 싶은 말은, 일반적으로 이런 장면을 찍는다면 앞에 객관적 쇼트는 또 다른 방식을 통해서 앵글 묘사를 하고, 상대가 보는 순간 거기에 대한 역쇼트는 그녀의 시선에 맞게 앵글을 바꿔서 찍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렇게 안 찍었다. 다가갈 때 인물을 평범하게 설명하는 그런 객관적 쇼트와 그녀가 알아보고 쳐다봤을 때 그녀의 시선으로 보게 되는 주관적 쇼트가 똑같은 앵글이라는 거다. 나는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냐면, 인물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 혹은 관객의 시선과 인물 속에서 인물이 상대방을 바라 보는 시선을 일치시키는 거다. 앵글이 똑같으니까. 그것은, 영화가 펼쳐내는 텍스트와 그 영화 바깥에서 그걸 보는, 혹은 영화 촬영 현장에서 그걸 찍는 카메라, 이런 것들이 합일이 되는... 나로써는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마지막에 테레즈는 서 있는데 테레즈 시점 쇼트의 카메라가 테레즈처럼 멈추지 않고 계속 캐롤을 클로즈업 하면서 시점 쇼트가 객관적 쇼트화 된 장면에 대한 설명)

이게 설명이 안됐을 수도 있는데, 나한테는 그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조금 더 이야기를 하면, 이 장면도 마찬가지다. 맨 마지막에 자세히 보면 테레즈가 걸어가다가 더 이상 걸어가지 않는다. 마지막 순간에 서게 된다. 선 채로 그녀를 본다.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테레즈의 시점 쇼트로 그녀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움직임을 보자면 그럼 카메라는 멈춰야 한다. 시점 쇼트인데 인물이 멈췄으면 서서 찍어야 한다. 그런데 계속 캐롤한테 다가가게 되고, 이렇게 클로즈업에 가깝게 진행이 됐을 때 영화가 끝나게 된다. 그 말인 즉, 이 장면은 애초에 테레즈의 시선으로 되어 있으니까 캐롤이 나오는 장면도 시점 쇼트다. 그런데 시점 쇼트에서 어떻게 보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카메라가 진전한다. 그것 자체가 여기서 다시 객관적인 쇼트가 들어가게 된다는 거다. 그러니까 정 반대로 주관적 쇼트로 시작해서 객관적 쇼트가 첨가가 된다는 이야기고, 캐롤이 테레즈가 올 때는 그 반대로 객관적 쇼트에서 주관적 쇼트가 일치되는 부분이 있다는 거다. 내가 너무 형식적으로 말해서 이해가 안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분들은 사실상 이 영화에서 굉장히 중요한 마지막 장면의 어떤 영화적인 마술처럼 나에게는 느껴졌다. 그래서 이야기를 드렸고, 혹시 이해가 안 가신다면 그냥 넘어가면 될 것 같다. 그렇게 느끼시지 않아도 영화는 충분히 감동적일 수 있으니까 말이다.

 

 

 

테레즈의 성장

그리고 사진에 관한 부분만 첨언을 한다면, 원래는 인물을 못 찍던 여자다 테레즈는. 인물을 찍으면 뭔가 이상해서 새 찍고 나무 찍고 창문 찍는 여잔데, 어느 순간 처음으로 사람을 찍게 되는데 그게 캐롤이다. 그리고 나서 맨 마지막으로 만나게 되는데 이 장면을 보면 결국은 이 영화가 성장 영화로 보이게 된다는 거다. 어떤 측면에서, 사람을 못 찍는 사람이었다. 사람에게 못 다가가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사람이 캐롤이라는 여성을 통해 드디어 누군가를, 사람에게 관심을 두고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람을 찍게 된 거다. 그런데 사람을 찍는다 하더라도 카메라라는 매개체가 있지 않은가. 간접적인 방식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에 다가가는 순간에는 더 이상 카메라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다가가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영화 자체가 굉장히 성장 영화적인 부분들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이후 QA는 제가 배터리 문제로 빠르게 메모만 한 기록 뿐인데요.

그래도 내용이 좋아서... 짤막하게 정리한 것만 올리자면 (메모입니다! 여기서부터는 녹음 아님!)

 

* 남쪽과 동쪽은 남자들이 가자고 주장하는 방향. (캐롤 남편 부모님의 집, 리차드가 여행 가자고 하는 방향)

거기서 캐롤과 테레즈가 간 서부는 완전 다른 방향

* 영화 제작비가 1200만불, 굉장히 적은 편. 진짜 멘하탄 느낌을 줌. 로케이션 설정을 잘함.

 

* 아래는 좋은 질문이라 적어둔 것

Q : 딸을 포기한 건 사회적 통념을 받아들이는건가?

A : 캐롤은 마지막 순간에 사랑을 선택한 케이스. 사실 불법적인 방법으로 남편이 이기고 있었기 때문에 양육권을 얻을 수 있는 판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순간을 포기하는 장면이 나옴. 거기서 택한건 자신의 존재임. 엄마로써의 정체성, 동성애적 정체성 등 많은 정체성이 있는데 누군가에겐 어머니로써의 정체성이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다. 그 때 사회에서는 그게 당연시 된다. 또 다른 정체성인 동성애 정체성에 대한 권리는 사회적으로 억압받는 상황. 그 순간 동성애적 정체성을 선택한 것은 막 이야기하자면 린디보다 루니 마라를 택한 것. 테레즈는 사랑이기도 하지만 자기 존재를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존재. 딸의 양육권을 위해서는 자기의 존재를 부정해야 함. 그래서 그걸 드러내고 아이를 포기하는 걸 감수하게 된 것.

 

Q : 기차가 가지는 의미?

A : 소설에서는 인형을 샀다가 다시 돌아와서 다른 인형을 사는게 소설 속 첫 만남임. 영화에서는 이걸 굳이 바꿨는데, 시각적으로 원형궤도를 표현하는 무력감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싶음. 영화 속에서 4살 때 가장 좋아했던 걸 물어봤을 때 테레즈가 기차를 말함. 아까 말한 과거와 미래 설정과 유사. 딸과 테레즈는 선택의 범주에 있음. 내 존재냐, 모성애냐. 테레즈는 사랑으로 돌아갈거냐, 이대로 살아갈거냐. 계속 이런 선택을 하도록 영화가 짜여져 있음.

 

 

 

 

 

 

이동진 GV를 한 번이라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게 결국 사람 말인데다가 대본이 없기 때문에

말의 내용이나 질을 떠나서 주저리 주저리 말을 합니다. 이건 사실 누구나가 다 그렇죠.

그래서 한 문장에서도 굉장히 여러 단어들이 불필요하게 반복되는데 이런 부분만 가다듬었고

그 외에 기존의 말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굉장히 노력했어요.

좀 정신없게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양해 부탁드릴게요. ^^;

 

도움이 되셨을지 모르겠네요.

텍스트가 워낙 많아서 그런지 익무가 계속 뻗어서 올리다가 날릴 뻔 했어요 ;ㅅ; 크흡...

 

 

 

간만에 장문 글을 정리하고 나니 지금 넉다운 상태라... 일 좀 하고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ㅎㅎㅎ

 

20150328_015638_1839161729.gif

(피드백이 없길 바라며 도망치는 중)

 

 

 

 

 

<캐롤> 이동진 GV 정리 1부 바로가기

http://extmovie.maxmovie.com/xe/9936938​

 

<캐롤> 이동진 GV 정리 2부 바로가기

http://extmovie.maxmovie.com/xe/9936942

 

<캐롤> 이동진 GV 정리 3부 바로가기

http://extmovie.maxmovie.com/xe/9940160

 

 

 

 

 

 

 

신고공유스크랩
hyoyaa hyoyaa님 포함 15명이 추천

댓글 10

댓글 쓰기
profile image 1등

그 문제시된 발언 나온 대목이네요.^^;

분량이 상당한데 정리하느라 수고하셨습니다.T_T

댓글
14:26
16.02.01.
profile image 2등

아. 정말 잘 읽었습니다. 읽는 저도 한참 걸렸는데 정리하시는데 얼마나 오래 걸리셨을지...

전체적인 맥락으로 보면 개인적으론 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멘트 같은데.. 

무튼 영화를 보고 이걸 읽어서 그런지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엔딩샷의 시점샷에 관해

이야기한 부분도 영화 보고 읽으니 흥미롭네요!! 

댓글
14:41
16.02.01.
profile image 3등
와! 어마어마한 분량일텐데 이렇게 꼼꼼하게 정리해 주시니 고마울 뿐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댓글
14:54
16.02.01.
profile image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ㅎㅎㅎㅎ

다시금 떠오르네요 ㅎㅎㅎ

댓글
15:25
16.02.01.

http://www.huffingtonpost.kr/djuna/story_b_9129014.html?utm_hp_ref=korea

댓글
15:59
16.02.01.
profile image
한심

아무 주석 없이 링크만 남기시는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여러 가지 의견이 나올 수 있다고 봅니다.

제가 올린 건 이동진 평론가의 생각 중 하나인거고, 이 기사도 듀나님의 생각 중 하나인거죠.

익무분들이 GV 내용 궁금해하셔서 정리해서 올린것 뿐입니다. 'ㅅ' 참고 부탁드려요.

댓글
16:07
16.02.01.
profile image

깔끔한 정리 수고많으셨습니다. 저도 다음주에 보고 꼭 읽어볼게요 ^^

댓글
17:32
16.02.01.
profile image

잘 읽었습니다 

꼭 보고 다시 읽을게요

애정영화는 그닥 안좋아하는데 너무 궁금해지네요 ㅎㅎ

댓글
19:28
16.02.02.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