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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감독, 김새벽 인터뷰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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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14년 2월 중순에 장건재 감독과 가진 인터뷰를 다시 정리한 것이다. <한여름의 판타지아>의 첫 번째 편집본만 본 상태에서 가진 인터뷰였다. 정리는 일반적인 인터뷰처럼 하지 않았고 통글 형식을 취했다. 원문은 이것보다 몇 배나 긴 글이었다. 지금 굳이 익스트림무비의 인터뷰와 별개로 이 인터뷰를 소개하는 이유는, 그가 일본에서 느낀 소감과 다 완성되지 않은 영화에 대한 초기 인상을 엿볼 수 있어서다. 익스트림무비 인터뷰를 읽기 전에 미리 읽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이용철 ibuti)
 
<회오리 바람>과 <잠 못 드는 밤>으로 국내외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장건재 감독이 세 번째 작품을 거의 완성 중이다. “외국에서 작업했기에 몇 가지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생각보다 수월하게 끝난 편이다”는 그의 말에서 신작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난다. 신작 <한 여름의 판타지아>는 그가 2년 전에 ‘나라영화제’에 참여한 인연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당초 연출만 맡을 예정이었던 그는 제작과 배급에 대한 의지가 생겨 공동제작자로도 참여했다. 역시 그는 영화적 욕심이 많은 감독이다. 영화제 측의 규정에 맞춰 일본 현지에서 촬영해야만 했는데, 때마침 해외에서 한 번쯤 영화를 만들고 싶었기에 즐겁게 작업에 임한 눈치다.
 
그동안 주변에서 외국과의 합작 프로젝트가 중도에 무산되는 것을 보아왔던 그는 “유연한 태도로 작업을 완수하겠다는 마음을 품었다”고 밝혔다. 현장에서 배우들과 오랫동안 소통한 끝에 촬영에 들어가는 특유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도 11회차 촬영이라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한 데서 그의 뚝심이 드러난다. 촬영감독을 비롯해 거의 일본인으로 구성된 현장 스탭과 작업한 느낌은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촬영을 준비하는 시간이 빨라서 체감적으로 레드1 카메라가 번거롭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효율적인 스케줄 관리였다” 낯선 스탭과 작업하는 게 쉽지는 않았을 텐데 일본 측의 숙련된 관리 덕분에 신뢰를 쌓아 나간 모양이다.

 

“1부와 2부로 나뉜 형식의 영화다. 1부는 한국 감독이 나라현 고조시에서 영화를 찍기 위해 리서치하는 내용이고, 2부는 감독이 1부에서 얻은 영감을 한국 여자배우와 일본 시골 청년의 로맨스로 풀어낸다는 이야기다. 한국 배우로는 독립영화 진영에서 주로 활동해온 임형국, 김새벽이 출연했고, 일본 배우로는 개인적으로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이와세 료를 캐스팅했다.” 그간 두 편의 드라마를 연출한 그는 <한 여름의 판타지아>에서 몇 가지 형식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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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선 다큐멘터리 장르를 끌어들였고, 장면마다 다른 효과를 얻어내기 위해 컬러와 흑백을 섞어 촬영하기도 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영화의 제작을 지휘한 가와세 나오미와 나라현의 관계다. 가와세가 나라현을 배경으로 지속적으로 영화를 찍어왔기에, 장건재는 처음 현장에 도착한 순간 '남의 세트장‘에 도착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가 평생 영화를 찍었던 공간에서 다른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이 나에게는 도전 같았다. 로케이션보다 인물에 더 관심을 뒀다”는 그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공간이 갖고 있는 역사성을 담아내고 싶었다고 한다.

 
가와세는 제작자이기에 앞서 세계적인 감독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런 그녀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냐는 질문에 “공간이나 사물을 보는 시선이 탁월하다.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그 이면을 보는 데 능한 감독이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짧은 시간이나마 가와세로부터 한 수 배운 건 분명해 보인다. 이쯤에서 방향을 바꾸어, 한국에서 감독으로 사는 것이 어떤지 물었다. 서른 후반의 나이에 접어든 그는 전업 감독으로 살기를 꿈꾼다고 한다. 물론 현실은 그의 꿈과 딴판이다. 몇 명의 감독을 제외하면 대다수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것 이외의 수입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현실에 대해 내내 고민하거나 경제적이고 심리적인 문제에 에너지를 뺏기는 대신, 그는 삶과 직업의 균형을 잡아가는 방향으로 길을 걸어가기를 원한다.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삶의 변화가 아무래도 직업에 영향을 미친 모양이다.
 
<한 여름의 판타지아>는 막 편집을 끝낸 상태이며, 늦어도 4월 경에는 작업을 끝낼 것이라고 한다. 어떻게 첫 공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연내에 한국에서 개봉하는 게 우선 목표다. 장건재는 영화의 편수와 정비례해서 작업의 결과가 반드시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이미 알고 있는 감독이다. 그래서 매 작품마다 안간힘을 다해 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다. 그런 태도를 지닌 감독의 신작이 궁금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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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판타지아> 장건재 감독, 김새벽 익스트림무비 인터뷰
인터뷰 일시와 장소: 6월16일 종로 청운효자동의 모 북카페
인터뷰어: 김종철, 이용철


영화 내 소제목이 처음과는 달라졌다.

장건재: 원래는 1부 제목이 ‘한여름’, 2부가 ‘판타지아’였는데, ‘첫사랑 요시코’, ‘벚꽃 우물’로 각각 바꿨다. 처음에는 1부의 배경이 한여름이고, 2부 분위기가 판타지해서 그렇게 정했는데 자연스럽긴 해도 관객들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들어오게 하기엔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 유인도 할겸 다른 키워드를 찾다가 바꿨다

영화 제목도 한여름, 배경도 여름인데 그 계절을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장건재: 우선 ‘판타지아’란 단어를 쓴 이유부터 설명하겠다. 영화 촬영 기간 중 김새벽 씨와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하루 촬영이 끝나면 숙소 주변을 함께 산책하며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했는데 그때 어느 골목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리더라. 잘 치는 연주는 아니었는데 골목의 분위기와 잘 맞았다. 한참 듣다가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집을 무작정 찾아서 들어갔다.

가정집에?

장건재: 그렇다. 은퇴한 할머니가 동네 사는 중학생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그 곡이 하이든의 ‘판타지아’였다. 그 느낌이 너무 좋아서 우리가 경험했던 것처럼 영화에서 유스케(이와세 료)와 혜정(김새벽)이 골목을 걷다가 피아노 소리를 듣는 장면을 찍어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할머니한테 나중에 영화 찍으러 올 테니 허락해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렇게 공들여서 찍었는데 결국 편집 때 잘랐다. 중학생이 친 피아노 연주도 쓰려고 했는데 빠졌고. 하지만 판타지아라는 제목만은 못 버리겠더라. 마침 영화 찍을 당시의 계절이 여름이었고 제목 정할 때 ‘한여름의 판타지아’가 어떠냐는 제안이 있어서 그걸로 정했다.

하이든의 환상곡 C장조 말인가?

장건재: 원래는 무척 빠른 곡인데 학생이 천천히 치는 연주가 골목길 산책할 때 들리는 것이 꿈꾸는 듯한 기분이 들게 했다. 그래서 그 집을 찾아가 어설픈 일본어로 부탁했다. (웃음) 일본의 지방 고조시에서 야심한 밤에 갑자기 한국 사람이 찾아와서 영화를 찍는다고 하니 신기해 하더라.

김새벽: 감독님이 하도 궁금해 하셔서 내가 들어가서 물어보겠다고 했다. (웃음)

장건재: 지금의 영화에는 불꽃놀이가 1부와 2부 사이의 연결 장면으로 돼있는데, 원래 촬영 중에는 그 하이든의 피아노곡을 듣는 장면을 그렇게 써먹으려 했다.

왜 삭제했나?

장건재: 장면도 음악도 영화랑 안 맞더라. 찍을 때는 나도 촬영감독도 확신에 차서 찍었지만...

제목만 남았군

내 다른 영화 <회오리 바람>(2009)도, <줄 앤 짐>(1962)에 나오는 노래 ‘인생의 회오리바람’에서 따온 거다. 원래 그 곡도 영화에 쓰려고 했지만 저작권료가 비싸서 못 썼다.

노래를 이용하려다가 버리고 제목만 남았네. (웃음)

버림받은 거다. 저작권 때문에.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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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씨는 이 영화에 어떤 계기로 출연하게 됐나.

김새벽: 처음엔 김경묵 감독님 소개로 장감독님을 만나게 됐다. 인사만 하는 자리라고 했는데 질문을 엄청 하시더라.

장건재: 사적인 질문도 했다. (웃음)

예를 들면?

장건재: “남자 친구 있어요? 얼마나 사귀셨어요?” 등

김새벽: 나중에 초면에 그런 질문해서 미안하다는 메일을 보내셨다. 그리고 7월쯤 됐을 때 일본에 영화 찍으러 일주일 정도 가는데 같이 갈 수 있겠냐고 하시더라.

장건재: 원래는 가을이나 겨울쯤 찍으려 했는데 일정이 앞당겨졌다. 그때 경묵 감독 영화에 출연할 예정인 새벽 씨를 “일주일 뒤에 반납하겠다”고 하고 빌렸다. (웃음) 경묵이 제때 반납 안 할까 엄청 걱정하더라.

김새벽: 일본에서 1부 찍고 있는 중에 갑자기 감독님이 찾으시더니 2부도 같이 하자는 거다. 그래서 “전 어떡할지 모르겠어요. 경묵 감독님과 얘기하세요” 했더니, 장감독님이 남의 핸드폰 빌려서 한 시간 넘게 통화하시더라. (웃음) 한참 뒤에 경묵 감독님이 “알았다, 그럼 촬영 잘 해라” 하셔서 2부까지 마칠 수 있었다.

촬영이 얼마나 걸렸나?

장건재: 3주, 11회차로 끝냈다.

2부를 어떻게 찍을 계획이었나?

장건재: 1부를 바탕으로 한 2부 이야기를 생각해두고 있었다.

너무 무책임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처럼 마냥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일본에 바쁜 배우를 데려다가 무작정 찍으려 하다니.

장건재: 예리한 질문이다. (웃음) 1부 촬영하기 전에 사흘 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그 사이에 배우도 찾아야 했다. 그때 일본 제작진이 후보자를 골라주겠다고 해서 오사카에 있는 배우와 화상 통화까지 했다.

일본 배우들?

장건재: 재일교포도 있었다.

원래 일을 즉흥적으로 하는 편인가?

장건재: 그렇지는 않은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다. 평소엔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이 영화를 찍을 땐 일본 고조시 측에서 가을, 겨울 넘어가면 자기네 지역에서 할만한 행사가 없으니 그 전에 와서 영화를 찍어달라더라. 또 가을 되면 일본쪽 스탭들이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영화제 스탭으로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일손을 빌릴 수가 없다. 그들의 일정대로 움직여야 해서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영화가 무산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일단 찍기로 하고, 대신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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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이미 만나서 아는 사람들이, 2부에서 다시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연기하는 게 신기하더라. 

김새벽: 1부 찍을 때도 유스케와 인터뷰할 때 처음 만나듯이 하는데, 사실은 그 전에 이미 그 배우와 만났던 거다. 그 배우와 같이 맨날 밥 먹고 그랬던 건데 처음 만난 것처럼 연기했다. 그와 비교하면 1부와 2부의 연기 연결은 똑같은 것 같다. 일단 상황이나 설정이 있으니까 그것을 생각하면서 하는 편이다.
 
장건재: 1부와 2부 사이에 3일정도 쉬는 시간이 있어서 그동안 리프레시 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김새벽: 맞다, 그 부분의 힘이 컸다. 그 사이에 임형국 선배는 한국으로 떠나시고 뭔가 환기되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때 이와세와 좀 더 친해질 수 있었다. 그 전에는 임형국 선배와 더 많이 이야기했는데, 3일 동안 이와세와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일본어도 좀 더 익숙해지고 서로 소통하는 것도 편해졌다.

장건재: 1부는 인물도 그렇고 카메라도 그렇고 지켜보면서 이야기를 듣는 입장이었지만, 2부는 영화 속 상대와 계속 이야기하고 가까이 들어가는 식이라 연기하는 입장에서 달랐을 것 같다.

김새벽: 그렇다. (웃음)

2부에서 누군가와 같이 지내다 헤어질 때, 남는 사람은 좀 더 애틋한 기분이 되겠다 싶더라.

김새벽: 요즘 ‘혜정이 나쁜 년’이라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그런 생각 들더라. (웃음). 남자의 호의를 즐기는 듯하기도...

김새벽: 그게 다 감독님 탓이다.

장건재: 극중에서 혜정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호의를 가지고 선을 지키는 여자다.

그래도 남자가 적극적으로 접근할 때, 그 남자의 감정을 알면서도 처음에 가만히 있다가 나중에 가서 남자친구가 있다고 하는 건...

장건재: 그게 자연스럽지 않나. 예를 들어, 초반 안내소 장면에서 상대가 “감 하나 드실래요?” 하는데, “남자 친구 있어요”하면서 거절할 수도 없잖나. (웃음) 양다리라기보다는 국내에 있는 연인하고 멀어지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극중에서 혜정은 필요한 순간에 명백하게 거절한다. 불꽃놀이 가자고 할 때도 같이 가면 자길 좋아하는 남자의 감정을 흔들 수 있어서 안 가는 거다.

이와세 료는 이전까지 잘 몰랐던 배우다. 1부에선 진짜 공무원처럼 나오다가, 2부에선 시골 아저씨처럼 자연스럽게 연기 잘하더라. 애틋하고 미묘한 느낌을 잘 살려서 인상적이었다.

김새벽: 장건재 감독과 친한 분이라고 소개받기 전까지 나도 이와세 료라는 배우에 대해서는 몰랐다.

같이 연기하니 어땠나.

김새벽: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 같았다. 1부에서 예의바른 모습으로 나오다가 2부에서 짓궂은 면도 보이는데 일단 착한 사람 같다. 나만 나쁜 사람인 듯. (웃음) 누가 이 영화에 대해 착한 사람이 만든 영화라고 그러더라. 감독님 성향도 그렇고, 만든 사람들의 면모가 많이 드러났다.

감독이 개구쟁이 같다.

김새벽: 그렇긴 하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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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 때 1부가 지루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장건재: 우리 스탭들도 영화제에서 상영할 때마다 반복해서 보는데 매번 반응들이 갈린다. “오늘은 1부가 괜찮았어. 아니야, 지루해. 2부가 나았어.” 등등. 나도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어떤 날은 1부가 답답할 때도 있고. 임형국 선배의 의견도 종종 달라진다. 홍콩영화제 때는 1부가 좋다고 하고. 그날 GV 때는 또 지루했다고 하고. 임형국 선배는 1부 끝나고 2부 출연이 없다고 하니 “나 탈락한 거야?”하면서 아들 선물 사갖고 돌아갔다. 그래서 농담반 진담반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걸지도. 

배우로선 그럴 수 있겠다. 그날 그 얘길 반복하길래 쌓인 게 있나 싶었다. (웃음)

장건재: 어젠 또 무슨 이야기를 했냐면 ‘감독, 조감독이 둘이서 술 마시는데 왜 성적 긴장감이 없냐. 이건 말이 안 된다.’고 하더라.

김새벽: 1부 찍을 때 약간의 로맨스적인 감정이 생기는 걸 원하셨다. 그래서 잠깐 헤어지는 장면을 여러 번 반복해서 찍기도 했고.

1부에선 없는 게 맞는 것 같다. 만약 그 장면에서 로맨스가 생기면 2부로 넘어갈 때 안 맞았을 거다.

장건재: 이상야릇하게 찍힌 컷이 있었다. 내용은 같지만 묘한 긴장감이 있는. 하지만 얘기한 대로 전체적인 면에서 이질적이라서 빼버렸다.

1부만 떼어놓고 본다면 남녀 간에 긴장감이 있는 것도 좋지만, 함께 이어서 본다면 지금 1부의 마무리도 좋다.

장건재: 2개의 에피소드를 생명체처럼 그리려고 애썼다. 배우들의 감정을 따라가면서도 다른 이야기로 뻗어나갈 가능성을 살리려 했다. 즉흥적으로 찍기도 했지만 당시엔 그렇게 찍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컬러 / 흑백으로 할지는 미리부터 정해놓고 찍었나?

장건재: 1부는 컬러로 찍고 흑백으로 변환할지, 아니면 아예 흑백으로 찍을지 하다가 후자를 택했다. 어떤 흑백이 좋을지 테스트도 했고.

그 두 가지 방식의 차이는?

장건재: 컬러로 찍으면 촬영 때 컬러로 화면을 봐야한다. 흑백으로 어떻게 나올지 가늠하기가 힘들다.

흑백으로 찍은 이유는?

장건재: 내가 고조시에 대해 가졌던, 사람이 적어서 쓸쓸하고 생명력이 없는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또 인터뷰하면서 찍는 화면 프레이밍이 흑백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풍경보다도 공간이 가진 고전적인 느낌이 적절히 담긴 흑백으로 담고 싶었고. 촬영감독님이 필터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우아하게 잘 찍어줬다.

원래 전공이 촬영이어서 더 잘 아는 것 같다.

장건재: 촬영감독님이 내 이력을 알고 있어서, 나중에 스탭 숙소에서 ‘검사 받는 기분이었다’고 하셨다. (웃음)

이 영화는 어딘가 다른 장소가 나올 때 툭하고 낯설게 들어가는 장면이 특이하다. 

장건재: 지금 영화에선 사운드가 미리 깔리지만, 원래는 (들어가는) 소리조차도 칼로 자르듯이 툭하고 나오게 하고 싶었다. 엔딩 크레딧까지 포함해 모든 것이 화면 안에 존재하는 식으로. 로고도 없이 화면으로 시작해서 화면으로 끝나게 해볼까도 했지만 여건상 그렇게까지는 못했다. 관객들이 스크린 안의 세상을 믿게 하려는 의도적인 연출이다. 영화가 끝날 때 그 영화의 세계를 잃어버린 듯한 감흥이 들도록 말이다.

영화에 나오는 찻집, 샌드위치가 나오는 카페가 인상적이었다. 만약 고조시에 가게 된다면 들러보고 싶을 정도로. 그 집들을 어떻게 섭외하게 됐나?

장건재: 겉에서 보면 한적한 고조시에서 가게들도 장사를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디 가서 쉬고 싶어도 들어가야 그곳이 영업 중인 걸 알 수 있는 데가 많다. 오프닝에 나오는 카페도 그런데 헌팅 중에 발견하고서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와 한참 이야기하다가 나중에 영화 찍으러 와도 되겠냐고 했더니 처음엔 거절하셨다. 그래도 꼭 찍고 싶어서 일본 스탭에게 부탁해서 섭외했다.

1부와 2부가 각각 흑백과 컬러인 것이, 1부에는 고조시의 나이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2부에는 젊은 사람들이 중심이어서 그런 차별화를 의도한 건지 궁금하다.

장건재: 그런 명확한 의도는 없었다. 나중에 완성한 뒤에 그렇게 보이긴 하는데, 1부에선 고조시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그 공간을 지켜보고 담아냈던 태도와 다르게 2부에선 인물을 쫓아가는 영화로서 카메라도 좀 더 동적이고 색채감 있게 대비되도록, 계절감도 드러나게끔 컬러로 찍었다.

영화를 보면 여행 중의 로맨스를 기대하게끔 하는데 막상 가보면 그런 건 잘 없다. (웃음)

장건재: 새벽 씨는 혼자서 여행 잘 다니는데, 난 가면 외롭고 심심하더라. 그런 로맨스를 기대하면 더 괴롭고 초라해진다. (웃음) 그렇다고 아예 생각 안 하면 너무 심심한 여행이 될 테고. 자신에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은 되겠지만 하루 종일 몰두하면 또 피곤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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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불꽃놀이를 지켜보는 세 캐릭터의 입장이 각자 다르다. 세 배우들에게 어떤 표정들을 요구했는지 궁금하다. 특히 새벽 씨는 창을 열고 바라보는데 어떤 생각이었는지?

김새벽: 남자를 따라갈걸. (웃음)

장건재: 고조시에서 그 불꽃놀이가 그 지역 최대 행사인데 한 20분 쏘고 끝난다. 영화 찍는 입장에선 한두 컷 정도 밖에 못 찍는다는 얘기다. 일정에 맞춰서 빨리 찍어야 하고, 2부가 또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새벽 씨에게 무작정 유카타 입고 불꽃을 바라보라고 했다. 뭔가 지시하긴 했는데 기억이 잘 안 난다.

김새벽: “한번 해봅시다.”라고 했다. (웃음)

장건재: 유카타 차림을 하면 왜색 지적도 나올까 걱정도 했지만 평상복이면 그림이 좀 아쉬울 것 같았다. 임형국 선배가 불꽃놀이를 보는 장면에선 사실 불꽃이 없었다. 갑자기 소리가 들리니까 그쪽을 쳐다보는 건데, 박수소리로 그 갑작스런 상황을 연출했다.

이와세가 본 불꽃놀이는 고조시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다른 지역에서 벌어진 행사였다. 운 좋게 배경으로 잘 찍혔다. 그때 이와세는 버림받은 개처럼 연기하더라. 아무래도 불쌍한 입장이니까. (웃음)

김새벽: 그때 비가 와서 불꽃놀이가 취소될 뻔했다. 스탠바이한 상태에서 취소되면 어쩌나 하는데 안내방송으로 ‘합니다’ 해서 후다닥 찍었다. 혜정 입장에선 갑갑한 상황에서 한국을 떠나왔는데 다시 돌아기가 아쉬웠을 테고, 그런 가운데 불꽃이 화려하게 피었다가 사라지는 것이 심란한 기분을 대변해줬을 것 같았다. 그런 감정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1부와 2부의 연기 차이는 어땠나.?

김새벽: 1부 때는 실제 촬영장의 통역자분이 감독님과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많이 참고했다. 또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조감독의 이미지가 여성스럽다기보다는 사무적인 느낌이어서 그 이미지를 살리려고 했고.

2부에선 완전히 주인공이 되는데, 극중 캐릭터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떤가? 본인이 실제로 그런 상황에 처한다면?

김새벽: 한국에 돌아가면 남자친구와 잘 안 됐을 것 같기도 하다. 유스케와도 깊은 감정까지는 아니어서 한국에서의 삶을 다 버리고 고조에 사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중에 유스케와 다시 만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장건재: 내 생각에 혜정이가 적당히 즐기려고 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그런데 ‘나쁜 년, 어장관리녀, 밀당녀’란 얘기까지 하더라. (웃음) 입맞춤하는 건 작별인사인 거고.

1부에서 2부로 넘어가면서 1부의 할머니가 사라진 것이, 시간상으로 5~10년 흐른 것 같았다. 인구가 없는 일본에서 사람들이 더 사라진 느낌이어서 쓸쓸하고 슬픈 기분이 들었다.

장건재: 그 얘길 들으니 정말 그런 것도 같다. 이와세의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 할머니라는 느낌도 들고. 북적북적했던 카페와 불꽃놀이 축제 때 사람들도 2부에선 안 보이고. 의도한 건 아니지만 그런 느낌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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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진한 햇살이 내려쬐는 무덤 장면 같은 경우에는 실제 그 온도가 느껴지는 듯했다. 더우면서도 상쾌한 느낌이랄까. 밤골목 장면에서도 습한데 견딜만한, 로맨스 분위기에 도움이 되는 그런 느낌이었고.

장건재: 실제 촬영 당시의 온도에 비해 영화는 시원하게 찍힌 것 같다. 무덤 장면 찍을 때도 힘들었지만 2부에서 걷는 장면 찍은 날은 일본서 연중 가장 더운 날로 온도가 40도였다. 그날 이와세는 너무 더워서 황달기에 탈수 증세까지 보였다. 후덥지근한 모습보단 뙤약볕의 건조한 느낌을 담고 싶었는데 영화가 그보다 더 잘 나온 것 같다.

GV 때 연출 의도와는 다른 색다른 질문을 많이 들었을 것 같다.

장건재: 감독으로서 관객 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두려움이 많았다. 1부를 지루하게 보진 않았을까하고. ‘비포 선라이즈라고 해서 왔는데 이게 뭐야?’ 하면 어쩌나... (웃음) 영화를 지루하게 생각하고 이해 못할 사람도 반 이상 될 거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구조적으로 보시는 분들은 재밌어 하실 테고. 그런데 예상 외로 내 의도대로 영화를 잘 봐주시더라. 일반 관객분들도 영화제에 오는 적극적인 관객들과 크게 다를 바 없이 좋은 질문들을 많이 해주셨다. GV 때 혜정이가 좀 못됐다는 의견도 있긴 했지만.

요즘 관객은 스트레이트하군.

김새벽: 보는 사람마다 다르니 뭐. 그래도 내 캐릭터를 좀 이해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든다. 

장건재: 내가 보기엔 절대 밀당녀가 아니다. 상처받은 영혼의 남자들은 이해 못 할 수도 있지만. 남자친구 있는 여자는 아무데도 갈 수 없나?

반대로 애인 있는 남자가 일본 가면 아름다운 로맨스가 되는 건지. (웃음)

장건재: “좀 일찍 만날걸” 하는 대사 좋지 않나? 그때 새벽 씨의 리액션이 정말 좋더라. 여우처럼. (웃음)

원래 일본어를 공부했나?

김새벽: 하긴 했지만, 2부에 나오는 것처럼은 못한다. 나중에 이와세 씨 GV 때 통역도 해야 하는데 걱정된다.

장건재: 감독 입장에서 그런 고충을 잘 몰랐다. 연기자 입장에서 일본 사람에게 어떻게 들릴까 신경 쓰는 점 등. 뒤늦게 그걸 깨달았다. 배우로서 답답했을 텐데.

일본 개봉은 언제인가?

장건재: 배급사가 정해졌고, 올 가을쯤 개봉할 것 같다.

일본인들이 영화를 신기하게 볼 것 같다.

장건재: 나도 반응이 궁금하다. 일본에서도 고조가 비교적 생소한 도시라서. 아마 대도시의 미니 시어터 위주로 상영될 것 같은데, 이와세 료에게 있어 중요한 경력이 될 것 같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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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세 료

이와세 료는 어떤 배우인가?

장건재: 일본에서 전업 배우로 활동하면서 광고, 영화, 연극 등에 꾸준히 출연하는데 인지도가 크진 않다.


일본 스탭들이 소개해준 게 아니라, 먼저 알고서 섭외했다고?

장건재: <옐로우 키드>(2009)라는 어느 영화학도 졸업 작품의 주연배우였다. 그 영화가 밴쿠버 영화제에서 <회오리 바람>과 경쟁부문에 함께 올라서 그 감독과 친해졌다. 나중에 그 영화가 전주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감독, 배우들과 다시 만나 어울리면서 인연을 맺게 됐다.

앞으로 몇 년간 영화를 안 찍겠다고 하던데?

장건재: 힘들기도 하고. (웃음) <한여름의 판타지아>는 다른 곳에서 제안해온 것을 연출한 거지, 원래 내가 하려고 준비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앞으로는 하고 싶은 작업을 준비하려고 하는데 그러려면 시간이 좀 필요하다. 내년이면 나도 마흔인데 한편한편 마감하듯이 영화를 찍을 게 아니라 앞으로 10년, 20년의 테마가 뭔지 고민하면서 내 세계를 제대로 펼쳐보고 싶다. 또 그동안 제대로 못 했던 육아도 해보려고 하고. (웃음)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새롭게 작업해보려고 한다. 하다가 망하더라도 말이다.

팬 입장에선 자주 보는 게 좋지만, 작가 입장에선 그런 게 중요할 것 같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에서 꼬붕 무리들 중 한 명으로 출연했던데 다시 보니 신선하더라.

장건재: 까부는 찐따로 나오는데, 생각보다 출연 분량이 많다.

그때랑 비교해서 얼굴이 거의 안 변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신인 감독이라 여길 것 같다. 애아버지라고 하면 더 놀랄 거고. 너무 동안이라서 손해 볼 것도 같다.

장건재: 한국 사람들은 종종 나이를 따지곤 하는데 그런 것에 대한 거부감이 좀 있다. 가끔 너무 푸대접 받을 때 ‘내가 편하게 입고 다녀서 그러나’ 하는 생각은 들지만 크게 개의치는 않는다. 사진 찍을 때 사진작가가 막 데뷔한 감독처럼 이렇게 저렇게 ‘포즈를 취해 봐요. 웃어보세요’ 등등 이상한 것 시키고 하면 좀 그렇긴 해도. (웃음)

김새벽 씨의 차기작은?

김새벽: 올해 초에 여러 편 찍었는데 요즘은 좀 쉬고 있다.

장건재: <벌거숭이> 박상훈 감독의 신작 <유공자>가 기대된다.

김새벽: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촬영했고 현재 후반작업 중이다.

장건재: 파격 연기를 선보였다던데.

김새벽: 아니다. 나도 안 봐서 잘 모르지만. (웃음)

시간 내주셔서 감사하고 기억에 남는 영화로 오래 간직하겠다.

장건재, 김새벽: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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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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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독
여주가 나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GV에서 봤어요.
여주가 남자친구가 있으면서도
남자한테 여지를 남긴다는 점에서 그렇게 보시나봐요 (전 공감안됨)
댓글
01:49
15.06.25.
바바

전 이와세 료가 맡은 남자가 첨부터 왜 저리 들이대나란 생각이 먼저 들던데..^^
애인있다 그랬고 불꽃 놀이도 안간다 그랬고.첨부터 저 애인 있거든요 할수도
없는거 아닌가.먼저 전활 한건 그랬지만 시노하라 갈거면 전화하라 그랬고 저

남자가 나한테 맘 있다는 생각은 보통 안하지 않나요,도끼병 환자가 아닌 이상.

저도 공감이 쫌  안되네요.

댓글
02:01
15.06.25.
포인트팡팡녀!
해피독
축하해~! 해피독님은 50포인트에 당첨되셨어 ㅋㅋㅋ 활동 많이 해 +_+
댓글
02:01
15.06.25.
profile image 3등

궁금했던 게 해소됐습니다. 이와세 료라는 배우를 도대체 어디서 발견한 건지 너무 궁금했었거든요^^ 인터뷰 너무 좋습니다. 계속계속 부탁드려요~~~

댓글
20:18
1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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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고나서 흑백과 컬러를 모두 활용한 이유가 궁금했는데, 어느 정도 알겠습니다. ^^

이번 주 일요일에 참석하는 GV에서 물어보려고 했던건데, 다른 걸 물어봐야 되나요?ㅋㅋ

댓글
07:59
1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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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제 취향이 아니었는데 그와는 별개로 캐스팅이 참 좋더라구요. 이와세 료 자연스럽게 연기 잘 하더군요.. 김새벽 배우도 진짜 사람 냄새 나는 배우라 좋았구요. 이름 진짜 예쁘네요. 새벽이라니..
댓글
17:57
15.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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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배우분 단편 사려깊은밤에서 인상적이었는데 ㅎ
댓글
04:11
1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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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금방 보고나서 인터뷰를 보니
가슴에 있던 영화가 머리에서 정리되는 느낌이에요.
댓글
21:50
1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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