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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더'의 봉준호 감독 인터뷰

익스트림무비 익스트림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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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괴물> 그리고 최근 <마더>를 선보인 한국 영화계의 대표 감독 봉준호 감독과 익스트림무비가 인터뷰를 가졌다. 우리나라 최고의 흥행감독인 만큼 인터뷰 스케줄을 잡기가 힘들어 지각 인터뷰가 되고 말았다. 그 대신 <마더>라는 영화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또 익스트림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소 긴 분량의 글이긴 하나 봉준호 감독의 풍부한 해설로 <마더>에 관한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일러가 많으니 <마더>를 보고 나서 글을 읽으시길. (편집자 주)

 

 

인터뷰 일자: 2009년 6월 15일, 방배동 모 카페

인터뷰어: 이용철(ibuti), 류상욱(류상욱) / 김종철(구경꾼)

정리: 한청남 (golgo)

사진: 권혁래 

 

류상욱: 내가 제1회 제천음악영화제 때 프로그래머로 활동했는데 그때 <플란다스의 개>를 선정해 상영했었다.

 

봉준호: 아, 그랬나? <플란다스의 개>는 완전 망해서 DVD가 나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 시네마서비스에서 스펙트럼으로 일괄로 넘겨서 막 찍혀 나올려는 찰나에 김지운 감독님이 전화로 “봉준호 씨 꺼 만들고 있던데?”라고 해서 뒤늦게 알았다. 그래서 스펙트럼에 직접 전화해서 “코멘터리 좀 시켜달라” 했던 기억이...

 

일동: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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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안 시켜주면 어쩌나 걱정도 했는데 그때 자상하게 대해주셔서 서플먼트도 추가로 만들 수 있었다. 배급사에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는데 우리끼리 알아서 만들었다.

 

김종철: 그 당시에는 한국영화 DVD에 음성해설이 들어가는 경우가 드물었다.

 

이용철: 그땐 스튜디오도 없어서 조그만 녹음실을 몇 시간씩 빌려서 하고 그랬다. 그때 봉감독이 한 번도 안 쉬고 쭉 해서 다행이었다. 배두나 씨도 나중에 와서 인터뷰하고. 시간 초과될까봐 걱정도 했는데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봉준호: 그거 안했으면 DVD에 본편하고 예고편만 들어갈 뻔 했다. 그때가 <반칙왕>이 호화 패키지로 나와 화제가 되고 그랬던 시절이다. 김지운 감독님하고 같이 잘 챙겨주신 덕분에 <플란다스의 개> DVD가 잘 나올 수 있었다.

 

이용철: 어제 생각 난 김에 DVD를 다시 꺼내 봤다. (웃음) 요즘은 그게 레어 아이템이다.

 

봉준호: 마지막 남아있던 재고가 DVD 잡지 부록으로 쓰였던가 그랬다.

 

이용철: 외국에서 나온 DVD는 본 적 있나?

 

봉준호: <살인의 추억>이랑 <괴물>은 온갖 나라에서 다 나왔는데 <플란다스의 개>는 일본에서만 나온 걸로 알고 있다. 그러다 최근 어느 영화제에서 치와와 옆모습이 그려진 패키지 디자인으로 나온 걸 봤다. 정신이 없어 사인만 해줬는데 정확한 출처는 모르겠다. 일본 DVD가 가장 잘 나왔다. 디자인도 좋고 부록도 좋고 요즘도 꾸준히 팔리는 스테디셀러다.

 

이용철: 지금은 그 영화 구하려면 일본판이 최선이다.

 

이번에도 차 백미러를 아작냈다?

 

류상욱: 엉뚱한 질문일 수 있는데, <마더>를 보면서 봉감독은 혹시 자동차 백미러에 대해 안 좋은 추억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다.

 

봉준호: (웃음)

 

류상욱: <플란다스의 개>에 출연했던 고수희 씨도 (백미러 장면에서) NG를 많이 냈다고 하더라. 무거운 몸으로 그런 연기를 하려다 보니...

 

봉준호: 맞다, 아주 힘들었을 거다. (웃음) 유리창을 부술 수도 있는데 이번에도 왜 백미러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 백미러 2개를 하나는 진태가, 하나는 도준이 부수지 않는가. 유리창으로는 그렇게 하기 힘드니 백미러를 선택한 것 같다. 어릴 때 아파트에 살면서 그런 걸 인상적으로 봤던 기억이 있다. 밤에 잠이 안 와서 복도에 나와 보니 주차장에서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애들이 경비 아저씨 몰래 백미러를 우드득우드득 뜯어서 가져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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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철: <마더>에선 좀 덜했는데 <플란다스의 개>에서는 그 장면을 볼 때 보는 사람 입장에서 공격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봉준호: 상처 받는 느낌? (웃음)

 

이용철: 불특정한 사람의 차를 그렇게 부수는 걸 보니 마치 내가 발길질 당하는 기분이랄까.

 

봉준호: 차에 애착이 많은 건가? (웃음)

 

이용철: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나는 차도 없다.

 

봉준호: 발길질 하고 끝나는 게 아니라 백미러를 들고 다니기까지 하니까. 지하철에서도 들고 있고. 어렸을 때 고등학생들이 들고 갔던 게 내겐 굉장히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그땐 포니 자동차의 조랑말 딱지 떼 가는 게 유행이라 반 애들이 하는 걸 많이 보기도 했다.

 

이용철: 봉감독은 그런 짓 안 했나? 

 

봉준호: 나는 뭐... 부정하진 않겠다.

 

일동: (웃음)

 

김종철: 그 포니 딱지가 돈이 된다는 소문도 돌고 그랬다.

 

봉준호: 나도 기억나는데 그걸로 누가 돈 받았다는 얘긴 못 들었다.

 

이용철: <마더>에 대한 반응들을 어떻게 보고 있나?

 

봉준호: 평론가들이 무척 좋아해주시더라. 네티즌 쪽은 반반씩 갈리는 것 같고. 반면 영화를 1년에 한 두 번 보는 분들은 또 좋아하시는 모양이고. 좀 특이한 현상인 것 같다. 아줌마 분들이 좋아하시는 것 같던데, 그런 것 같지 않나?

 

류상욱: 아줌마 단체 관람이 많은 것 같긴 하더라.

 

이용철: 평이 갈리는 게 영화가 불편하다는 의견들 말인가?

 

봉준호: <괴물> 같은 영화를 기대한 케이스인 것 같다. 블로그에 장문의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있지 않나. 길게 쓰는 분일수록 영화를 좋게 보는 것 같고 짧은 글일수록 가차 없이 “뭐야 씨발” 이런 식으로 별 한 개 주더라. (웃음) 그래서 블로그 글을 읽으면 굉장히 흐뭇하다. 이 블로그, 저 블로그 가서 읽으면 ‘이야~’ 하게 되는데, 반대로 20자평이나 네티즌 별점 쪽을 보면 심할 정도로 까이고...

 

이용철: <마더>에 낮은 평가를 내린 사람이 많나?

 

봉준호: 포탈 사이트 별점 평균이 한 7.67정도 되는 걸로 아는데. 9나 10점 준 사람들 가운데에 1점씩 주는 사람들이 끼어 있다. 개봉 초기에는 제작사쪽에서 19세 관람가라서 보고 싶었는데 못 본 학생들이 삐져서 그런 걸 거다, 라고 위로해줬는데, 정말로 별을 한 개, 두 개 준 사람들도 많은 모양이더라. (웃음)

 

이용철: 사실 <괴물>과 연결되는 영화도 아니고 똑같은 작품을 기대할 상황이 아닌데도 <괴물>의 인상이 워낙 컸던 것 같다.

 

도덕적인 딜레마에 빠지는 게 당연하다

 

봉준호: 불편하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불편한 스토리와 불편한 주제를 나는 명확하게 전달하려고 했다. 영화 자체가 난해하다기 보다는 스토리에 불편한 요소가 있는데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 ‘인생이란 복잡하고 씁쓸하구나’ 하고 영화를 보고 난 뒤 소주 한 잔 마시면 되는 건데 그건 어른의 관점이고. 팝콘을 먹으면서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팝콘 맛이 떨어지는 영화였을 거다. 팝콘 취향인 사람들에겐 영화가 무겁고 또 ‘우리 어머니께 보여드리고 싶지 않다’하는 반응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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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철: 평소 영화 취향이 비슷한 동생하고 같이 영화 보곤 하는데 <마더>의 경우는 나와 그의 의견이 갈렸다. 영화에 대해 말을 잘 안하려고 하더라. 나는 영화 속의 어머니와 실제 내 어머니는 별개라고 생각하니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는데, 그 동생의 입장은 달랐던 것 같다. 영화의 어머니와 자기 어머니를 동일시했다고 할까. 그것이 굉장히 불편했던 모양이다.

 

봉준호: 공격받는 느낌일 수도 있다.

 

이용철: 그래서 그 동생은 영화를 나중에 다시 볼 수 있을지 몰라도 지금 현재로선 영화 자체에 대해 언급하기 힘들다고 했다.

 

봉준호: 그만큼 보는 사람을 공격 내지 심란하게 만들었다, 마음을 뒤흔들었다, 는 점에서 애초의 내 의도는 성공했다고 자위한다. (웃음) 사실 편안한 결말은 아니지 않나. <괴물>과 비교해도 어두운 편이고. <괴물>도 딸이 죽긴 하지만 대신 혈육이 아닌 애가 살아남아서 함께 밥을 먹으면서 끝나는데, 이 영화는 반대로 자기 아들은 구해냈지만 자기 아들보다 더 약자인 애는 감옥에 놔둔 채로 끝나지 않나. 도덕적인 딜레마가 있고 심란해지는 게 당연하다.

 

류상욱: 나도 영화를 보면서 서늘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괴물> 이후 봉감독이 세상을 보는 관점의 변화가 있었는지?

 

봉준호: 일시적으로 힘든 세월을 보내다 보니... (웃음) 그런 건 아니고. 사실 <마더>의 스토리와 결말은 2004년부터 생각했던 거다. 마지막 30분의 내용이나 결말, 엄마가 처하는 운명은 그때부터 구상했던 걸 그대로 찍은 거다. <괴물>을 찍고 준비하면서 변화가 생긴 건 아니다. 강렬하고 비극적인 스토리를 쓰고 싶은 충동이 강했다. 그 스토리 속에 김혜자 선생님이 복판에 서있는 느낌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다. 그래서 <마더>를 범죄 드라마나 스릴러 장르로만 본다면 오히려 덜 불편하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워낙 김혜자 선생님의 (국민 어머니로서의) 상징성이 강하기 때문에 말씀하신 동생분의 입장처럼 몰입되는 것 같다. 자신의 엄마 같은 사람이 그런 운명에 처하니까 좋게 말하면 충격이고 나쁘게 말하면 불편함이 된 것 같다. 예를 들어 <세븐>의 결말에서 (<세븐>의 스포일러 주의) 기네스 팰트로의 목이 잘려서 상자로 배달돼 와도 불편하게 느끼진 않는다. 엄청나게 충격을 받을지라도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서 고통과 불편함을 느끼는 건 아니다. 잔인함은 10배 100배 더 하겠지만. <마더>에선 장르 영화적인 충격보다도 ‘우리 엄마가 저런 상황에 처하면 어떨까?’ 하는 식의 불편함이 있다. 그런데 정작 아주머니들은 보시면서 십중팔구 ‘나라도 저랬을 것 같다’는 식으로 본인 입장으로 투사해버리니까 오히려 불편해하지 않더라. 의외로 딜레마가 없으시더라.

 

이용철: 본인 입장이면 오히려 편하겠지만 아들이나 주변 사람 입장에선 그것을 도덕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니까 달라지는 것 같다.

 

봉준호: 특히 종팔이 앞에서 엄마가 우는 장면은 장면 자체가 슬프긴 하지만 그걸 냉정하게 살펴보면 엄마가 울면서도 진실은 안 밝히지 않나. 그런 게 섬뜩하고 나쁘게 보일 수도 있다.

 

이용철: 영화를 처음 볼 때는 그 장면에서 많이 울었는데, 두 번째로 보니 전혀 눈물이 안 나오더라. 그건 다시 봐서 그런 게 아니라 가만히 생각해보니 다르게 읽히는 부분이라서 그런 것 같았다. 엄마가 종팔이 앞에서 자기 아들의 죄를 숨기는 거니까.

 

봉준호: 보는 사람의 온도에 따라서 볼 때마다 차이가 나는 것 같다. 나도 편집하면서 거기서 울컥 할 때도 있고 싸늘해질 때도 있고 그랬다. 원래는 그 장면에서 음악을 삽입시키려 했었다. 이병우 감독님이 만든 구슬픈 기타 음악이 있는데 최종 믹싱에서 그 음악을 뺐다. 음악이 너무 감정을 좌우하는 것 같았다. 음악이 없어도 김혜자 선생님의 눈물 연기가 워낙 슬프고 또 그 자체로 음악 같아서 충분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음악이 없는 편이 종팔이에 대한 마지막 예의가 아닌가 싶었다. 극중 혜자는 그 바로 다음 장면에서 도준(원빈)이가 석방될 때 마중을 안 나간다. 혜자는 그것으로 종팔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준 것이다. 종팔이를 감옥에 두고 차마 마중을 나갈 순 없는 거다. 

 

사회풍자라기보다 한국사회의 리얼리티

 

류상욱: 봉감독의 영화를 보면 힘없는 개인들이 공권력에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일을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가. 어떻게 보면 권력자들 입장에서 가장 위험시할 영화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부분을 봉감독 영화의 정치성으로 해석해도 되겠나?

 

봉준호: 공권력에 대한 직설적이고 본격적인 풍자는 <괴물>에서 많이 보여주려고 했고. <살인의 추억>은 국가나 공권력 내에서 살아 움직이는 개인들에 대한 나의 입장이 약간 분열적으로 나타났다고 할까. ‘이 사람들도 당대의 어둠과 피로 속에서 쪄들어 있다. 그들을 동정할 순 없지만 최소한의 연민은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김뢰하가 다리를 잘리는 장면도 처음 시나리오 쓸 때보다 촬영할 때는 좀 더 동정적으로 연출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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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나 힘이나 빽이 없을수록 공권력의 통제를 당하는 입장이 되고 그 반대의 경우일수록 공권력의 혜택을 보게 된다고 생각한다. <마더>에서는 그걸 풍자하거나 서브텍스트로 삼을 목표는 사실 없었지만 마치 병풍 그림처럼 한국 사회의 리얼리티로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것 같다. 뭐, 나홍진 감독님에 비하면 (공권력에 대한 풍자는) 새 발의 피가 아닌가 싶은데. 거기선 패트롤카에서 낮잠 자는 경찰도 나오지 않나. (웃음)

 

이용철: 봉감독의 영화들을 보면 늘 두 가지 이상의 사건, 범죄가 잇달아 연결되는 것 같다. <플란다스의 개>에서는 배두나에게 죄는 없지만 강아지를 빨리 못 찾아줘서 할머니가 죽게 되고 <살인의 추억>에선 주인공에게 죄가 없지만 범인을 못 잡아서 또 다른 살인이 발생한다. <괴물>에서도 괴물이 벌이는 사건과는 별도로 아들 잘못으로 아버지가 죽는다. <마더>에서는 사실 소녀를 겁탈한 아저씨들이 가장 문제가 아닌가. 소녀를 그렇게 괴롭히지 않았다면 소녀가 도준에게 그런 반응을 안보였을 거고 살인도 없었을 거다. 그렇게 범죄가 이중적으로 연결되는데 가장 나쁜 놈들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나중에 범죄자가 된 사람들이 죄의식을 갖는다. 배두나도 그렇고 송강호도 그렇고 혜자도 원래는 살인자가 아닌데 말려들게 된다. 

 

봉준호: 문아정이라는 소녀는 굉장히 불쌍한 캐릭터다. 그런 그 애와 또 나름 불쌍한 도준이가 우발적으로 서로 상처를 건드리게 되고 그 과정에서 아정이 살해당한다. 그 죄를 또 더 불쌍한 종팔이가 뒤집어쓰고 그 모든 사실을 다 아는 불쌍한 엄마는 춤을 추면서 끝난다. 보통 힘이 없는 사람들은 삶의 조건이 좋지가 못하다. 나쁜 조건에 있으면 더 악에 받치게 되고. 무척 슬프긴 하지만 나는 그게 현실이라는 생각을 한다. 약한 사람들끼리 오히려 더 서로를 할퀴는 것 말이다. 힘이 있고 돈이 있고 센 사람들은 사실 우리랑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동선이 다르니까. 길에서 재벌회장 본 적 없지 않나? (웃음)

 

이용철: 봉감독도 길에서 보기 힘든 사람이다. (웃음)

 

봉준호: 아니다. 난 밤 12시쯤에 이런 데서 술 마시고 다닌다. (웃음) 아무튼 몇 년 전 한 서민 가족의 차가 재벌회장의 고급 승용차를 긁었다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그렇게 마주칠 확률은 도준이와 아정이가 만날 확률에 비해서 극히 적을 거다. 그런 불행한 만남이 어둡긴 해도 현실인 것 같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이성재와 배두나도 강아지 사건으로 인해 엉뚱하게 조우를 한 거지만 뒤에 이성재는 교수가 되고 배두나는 관리 사무소에서 해고되면서 그들의 간격은 점점 벌어지게 된다. 아마도 그들이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다. 

 

이용철: 그런데 죄의식을 왜 자꾸 다른 사람이 짊어지는 건가?

 

봉준호: 슬프니까. (웃음) 이 인터뷰하기 전에 아침방송에서 병원의 의료사고로 아내를 잃은 남자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 그 병원에서 진료를 받자고 한 게 남편이었던 거다. 그 남편이 병원을 원망해 소송을 걸면서도 자꾸만 자기가 아내를 죽인 것 같다고 말하더라. 비극이나 슬픈 일이 벌어졌을 때 한국 사람들은 개인화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괴물>의 송강호도 마찬가지다. 영화 처음에 딸의 손을 놓치고 다른 애를 데리고 뛰었던 것이 전체적인 맥락에서 볼 때 작은 한 부분일 뿐이고 순간의 아수라장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데도 죄책감은 자신이 느낀다. 미국이 버린 포름알데히드 때문에 괴물이 나왔고 정부가 우리를 보호 안 해줘서 이렇게 됐거다, 라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빠 입장에선 오로지 딸의 손을 놓친 그 순간만 생각하게 된다. 그런 식으로 죄책감을 내면화시키는 것이 내겐 슬프게 다가온다. 과거 대구지하철 사건 때 유족들의 이야기 중에도 그런 내용들이 있었다. 아버지가 대학 들어간 딸에게 차를 사주려다 가격이 안 맞아서 계속 알아보던 중에 딸이 지하철을 타다 변을 당한 거다. 그건 분명 아버지의 잘못이 아닌데도 자기가 차를 늦게 사준 탓으로 여기더라.

 

어두운 세계를 많이 동경해 왔다

 

이용철: 그나저나 봉감독은 영화를 너무 안 찍는 것 같다. (웃음)

 

봉준호: 3년마다 찍는 셈이다. (웃음)

 

이용철: 처음엔 영화가 나올수록 어두워졌다고 생각했다. 모범생 같은 이미지의 감독이 사회를 비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건가 싶었다. 그런데 가만 보니 원래부터 봉감독은 우리 사회에 대해 비관적인 입장을 가진 거라고 생각을 바꾸게 됐다. 점점 어두워진다기 보다 원래 가지고 있던 본색을 드러냈다고 할까. (웃음)

 

봉준호: 어두운 감수성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다. 음악만 해도 긍정적인 건 못 견디는 편이고 (웃음) 뮤지컬 보다가 뛰쳐나오기도 하고. 서로가 서로를 축하하는 분위기를 잘 못 견딘다. 우울한 구석이 있으면 되레 마음이 편해지고. 아직은 젊어서 인생은 잘 모르지만 어두운 면을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오히려 서로 위로가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두운 세상에서 아주 가끔씩 즐거운 일로 위로를 받는 것이 인생이니까. <괴물>에서 현서는 죽었지만 모르던 애가 현서로 인해 살아나서 같이 밥을 먹듯이 말이다. 희망은 실낱처럼 보이는 것이라서 더 돋보이는 게 아닌가. 온통 밝고 즐겁다면 짜증나지 않나? 그런 영화나 소설을 읽으면 오히려 더 마음이 어두워진다. ‘다들 우아하게 사는군, 제기랄’ 하면서. 어두운 진흙탕에 몸을 한번 담궈 보고 ‘내가 이거보단 낫구나, 아직 저렇게까지는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범죄소설이나 추리소설, 공포영화를 어렸을 때부터 워낙 좋아해서 그런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런 쪽으로 생각할 때 머리가 더 잘 돌아간다. 

 

이용철: <플란다스의 개>나 <살인의 추억>까지만 해도 ‘그냥 저런 면을 그리고 싶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괴물>과 <마더>를 봤더니 과거 이만희 감독의 <검은 머리>처럼 실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사람들과 감독의 마음이 겹쳐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봉준호: 그렇다면 ‘작년에 내가 사람을 두 명 죽였는데...’ 같은 얘기가 나와야하나. (웃음)

 

이용철: 그저 밑바닥의 삶을 그린다, 가 아니라 심정적으로 겹쳐지는 느낌이 들어서 영화가 더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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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에 근원적으로 해결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가 있었다. ‘이런 건 원래 안 되는 거구나, 그냥 받아들여야한다’ 라는 걸 느꼈다. 또 취향적으로도 어두운 소설이나 그림, 만화 같은 걸 좋아했다. 어렸을 때 <바벨 2세> 같은 만화를 읽으면서 파괴적이며 극단적이기까지 한 내용에 매혹됐었다. 비 오는 날 어디 짱박혀서 동서추리문고 읽는 것이 낙이었고. 그런 식의 어두운 세계를 많이 동경했다. 

 

이용철: 왜 보통 평론가들이 구분 짓기를 좋아하지 않나. 감독의 1기가 어떻고 2기가 어떻고 하는 식으로. 나 역시 그런 생각이 드는 게 <플란다스의 개>와 <마더>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뭔가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존재하고. 그 사람 바로 곁에 있으면서도 그가 범인이라는 걸 모르는 여자가 주인공이고. 그런 관계가 영화의 분위기와는 별개로 흡사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봉감독의 차기작(<설국열차>)은 그와는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가 아닌가. 내가 보기에 <플란다스의 개>에서 <마더>까지가 한국 사회에 대해 감독의 생각을 정리한 1기에 해당하는 영화들이 아닐까 싶은데.

 

봉준호: 그런 식으로 구분 짓기에는 작품을 구상한 시점들이나 제작 스케줄을 맞추는 시기 등이 서로 겹친다. 사실 <설국열차>의 제작은 <괴물>을 찍기 전에 결정했던 거다. <괴물> 작업 하다가 또 옴니버스 연출 제안을 받아서 <도쿄!>를 연출을 했던 거고. 그런 식으로 뒤엉켜있는 상황이라서 무슨 3부작 같은 연작의 개념으로 영화를 찍은 건 아니다. 스토리든 인물이든 이미지든 매순간 내가 원하는 충동에 이끌려서 생각해냈다. 특히 <괴물> 같은 경우는 어렸을 적부터 갖고 있던 아이디어로 구상했던 영화였고. 그래도 찍어놓고 보면 결과적으로는 영화들마다 반복되는 부분들이 있긴 있더라. <플란다스의 개>에서도 <마더>의 종팔이의 경우처럼, 김뢰하가 연기한 부랑자가 대신 감방에 들어가는 장면이 있다. 시나리오를 쓰고 또 연출하는 것이 나 한 사람이다 보니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것 같다.

 

<설국열차>는 내 영화들 중 가장 색다른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기차 안에서 계층이나 계급이 나눠진 부분에서 비슷한 구석이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게 또 전부는 아니니까. 원작과 다르게 갈 부분도 있고. 그나저나 슬슬 <설국열차> 시나리오를 써야하는데 쓰기는 싫고...

 

일동: (웃음)

 

봉준호: 지금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 장소의 다른 테이블에서 <마더> 시나리오를 썼다. 여긴 낮에 사람도 별로 없어서 자주 이용하는데 앞으로 <설국열차> 쓸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암담하다. 시나리오 쓰기가 제일 싫은 것 같다. 누가 대신 써줬으면 좋겠다. (웃음)

 

도준은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

 

류상욱: 원빈이 연기한 도준 캐릭터는 농약을 먹고 모자라게 된 애처럼 보이지만, 자기 기억을 조금씩 끄집어내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걸 보면 실제로는 가장 영악하고 무서운 인물이 아닌가 싶다.

 

봉준호: 가장 무서운 건 사실이다. 영악하다고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 명확한 의도를 갖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나 또한 계속 그 인물에 대해 추측하면서 영화를 찍었으니까. ‘도준이가 이런 사람이다’라고 미리 촘촘하게 짜놓고 일부분씩만 보여주는 식으로 접근한 적은 없다. 미리부터 속속들이 파악하고 표현해가는 캐릭터도 있지만 <마더>의 도준이나 <살인의 추억>의 박해일의 경우는 나도 궁금해 하면서 찍는 캐릭터다. 실제 우리 삶도 그렇지 않나. 아주 친한 친구 말고 어정쩡하게 여러 번 만나는 친구는 오랜 세월 동안 여러 번 마주쳤음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실제 생활에서도 자주 만나는 사람인데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 있지 않나. 그런 느낌을 도준을 통해 살려보려고 했다. 특히 <마더>는 엄마의 관점으로 진행되는 영화인데 엄마가 보는 아들인데도 알 수가 없는 것이 슬프고 무서운 거다.

 

그런 식의 줄타기가 무척 어려웠다. 까딱 잘못해서 너무 섬뜩하고 영악하게 보이면 <프라이멀 피어>의 에드워드 노튼처럼 돼서 영화의 두께 같은 게 너무 줄어들 우려가 있다. ‘그동안 바보인척 한 거야?’ 라는 소리가 나올 수도 있으니까. 원빈 군 입장에선 어려운 연기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무척이나 어려운 캐릭터를 맡았는데 정말 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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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준에겐 여러 가지 여백들, 행동과 행동 사이의 이상한 순간들이 있는데 아정에게 돌을 던진 뒤에 바로 ‘학생, 왜 이런 데서 누워있어?’라며 거의 혼잣말을 하잖나. 그게 도준의 본질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거다. ‘저건 뭐지? 자기가 자기 자신을 속이는 건가? 자기도 자기에게 마취를 거는 건가? 스스로 정당화하는 걸까?’ 의문이 드는 거다. 또 그 뒤에 엄마와 밥 먹을 때도 왜 아정을 옥상에 걸어놨는지에 대해 자신의 이론을 설명한다. 자기가 한 일을 제3자의 이름을 빌려서 변명하듯이 하는 걸까? 아니면 정말 정신이 오락가락해서 종팔이가 했을 거라고 믿는 걸까? 그 점이 나도 사실 궁금했다. 그런 식의 알 수 없는 인물이 갖고 있는 무서움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억을 못한다는 것은 책임을 안 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더욱 무서운 것 같다. 어떤 행위가 선행이건 악행이건 거기에서 빠져있다는 거다. 그것이 무책임하고 무섭다. 특히나 엄마의 관점에서 본다면 굉장히 무시무시한 거다.

 

어떻게 보면 <마더>는 엄마가 아들을 통제하려다 실패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마지막엔 그들의 관계가 역전된다. 아들이 엄마에게 침통을 건네주면서 말이다. 한쪽이 한쪽을 통제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완벽하게 좌절되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좀 과장해서 부풀리면 모 네티즌이 쓴 화제의 글처럼 ‘원빈의 복수’로까지 볼 수 있는 거고. (웃음) 나도 시나리오를 쓰면서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꼭 그렇게 의도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거다. 동반 자살을 동반 살인으로 되갚은 셈이니까. 그렇다고 그렇게 미리 의도한 것도, 바보인 것처럼 가장하도록 설정한 것도 아니다. 넓게 봤을 때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거야말로 가장 어두운 해석이 아닐까 한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던 해석이다.

 

이용철: 영화를 두 번째로 보면서 놀랐던 것이, 처음에는 도준이 엄마의 범죄를 알고 침통을 주는 건가 했는데, 두 번째 보니 또 그렇게 보이지가 않았다. 그냥 엄마가 야매로 침 놔주고 다니는 게 창피해서 그렇게 챙겨 준 것 같았다. 바로 뒤에 도준이 엄마를 바라보는 게 ‘엄마가 갑자기 왜 저래?’ 하는 식이라서 말이다.

 

봉준호: 창문 너머로 슬며시 말이지?

 

이용철: 봉감독 영화에선 꼭 바보 캐릭터가 나오지 않나. 배두나도 그렇고 송강호도 그렇고. 이 사람들이 무섭게 보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그냥 순수하게 바라보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성재나 김혜자 같은 캐릭터들이 똑똑한 척하지만 순수한 눈앞에서는 어쩔 수 없이 실체가 탄로 난다. ‘저애가 나를 저렇게 보는데 내가 또 죄를 지을 순 없겠다’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성재 입장에서도 배두나가 그렇게 보는데 다시는 그런 짓을 안 할 것 같았다. 봉감독이 그런 식으로 순수한 의미의 바보를 계속 집어넣어서 우리를 그렇게 지켜보게 하려는 듯 느껴졌다.

 

봉준호: 영화가 갑자기 무척 밝아지는 듯하다. (웃음)

 

이용철: 나는 도준이 엄마를 보는 장면에서 그렇게 생각했다.

 

‘이런 걸 흘리고 다니면 어떡해’는 세 번 바뀐 대사

 

봉준호: 거꾸로 생각하면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또 같은 장면에서 그렇게 바보짓을 하니까 무서울 수도 있는 거고 말이다. 보통 우린 바보에 대해서 방심하지 않나. 하지만 사람 속은 다 알 수 없으니까. 꼭 뭔가를 감추고 있어서가 아니라. 어차피 인간은 알 수 없는 존재니까. 그런 면에서 무섭게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얘는 그냥 순수한 바보로서 행동하는데 보는 입장에서 오히려 그게 더 무서울 수도 있는 거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현남이가 이성재에게 구두를 줬을 때 공격하려는 의도가 아닌데도 그것이 더 섬뜩하고 쪽팔리게 다가오듯이 말이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침통 주는 장면의 대사는 시나리오 단계에서 3번 바뀔 정도로 논란이 많았다. 연출부, 제작부 쪽에서 의견이 반씩 갈리고 그랬는데 ‘엄마, 미안해’라고 하면서 주는 버전도 있었고, 또 노골적으로 ‘이거 멀리 가져가서 버려’라고 하는 것도 있었다. 후자는 굉장히 노골적이지 않나. 증거인멸을 지시하는 듯하고. 사실 촬영할 때 그 버전으로 찍었다. 그런데 편집할 때 보니 너무 노골적인 거다. 인물이 갖고 있는 모호함, 미스터리 같은 게 사라지더라. 너무 살인마처럼 섬뜩하게 보이지 않으면서 최소한의 모호함 같은 게 남겨져야 하는데 그게 아쉬워서 고민 끝에 후시녹음으로 ‘엄마, 이런 걸 흘리고 다니면 어떡해’로 바꿨다. 그건 보기에 따라서 증거인멸을 요구하는 걸 수도 있고, 그냥 순수하게 봤을 때는 몇 십 년 동안 매일 같이 들고 다니는 걸 왜 잃어버렸냐, 는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사니까. 찍을 때 나도 원빈 군도 고민이 많았다. 그 대사를 할 때의 표정을 어떻게 할지도 굉장히 미묘한 부분이었다. 두 가지 관점이 다 맞을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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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욱: 나는 영화를 두 번째 봤을 때 더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준호: 반대의 경로를 밟은 모양이다. (웃음) 다른 분은 볼수록 그냥 순진한 바보구나라고 느꼈는데 말이다.

 

이용철: 봉감독의 영화 배경들을 보면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살인의 추억>처럼 7~80년대의 폭압적이고 전근대적인 느낌이 주로 와 닿는데, 이번 <마더>도 그 시절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봉준호: 화면의 룩(look)이 좀 그런 건가?

 

이용철: 맞다. 요즘에 그런 집이 어디 있나. 그런 중소도시의 풍경이 현대 사람에게 익숙한 건 아니지 않나. 

 

봉준호: 실제 있는 집에서 찍은 건데. (웃음)

 

이용철: 우리 세대는 7~80년대에 그런 식의 트라우마가 있지 않나. 그것을 계속 되새기고 싶은 건지 궁금하다. 봉감독 영화에선 요즘 한국영화들에 즐겨 등장하는 강남삘의 현대적 배경이 거의 안 나오니까. <플란다스의 개>의 아파트도 왠지 수준이 좀 떨어지는 느낌이었고.

 

봉준호: 거긴 내가 조감독하던 시절에 살던 아파트인데. 신혼 때...

 

이용철: (웃음) 아무튼 느낌상으로 현대로 넘어오기 직전의 공간들이 자꾸 나온다. <살인의 추억>이나 <마더>나. 심지어 <괴물>에서도 한강 매점 같은 데가 배경이니.

 

표면에 광택 나는 걸 굉장히 못 견딘다

 

봉준호: 익스트림무비고 하니 정말 솔직하게 최초로 말씀드리자면 내가 그냥 그런 텍스쳐를 좋아한다. 표면에 광택이 나는 걸 굉장히 못 견딘다. (웃음)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헌팅을 하고 세트를 만들고 간지를 내고 하다 보면 결국은 구질구질, 얼룩덜룩, 꿀꿀해지더라. 그걸 나중에 인터뷰로 해명하게 되면 뭔가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야하는데 (웃음) <살인의 추억> 때는 설명하기가 쉬웠다. 80년대가 실제로 그랬으니까. <괴물> 때는 90년대 같다고 사람들이 그러더라. 도시 뒷골목 풍경 같은 게. 난 사실 그런 모습이 좋아서 찍은 건데 설명하기가 좀 난감하다.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곳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시나리오를 쓰긴 하지만 이런 데서 영화를 찍고 싶은 마음은 없다. 예를 들어 <달콤한 인생>를 보면 조폭 영화이면서도 굉장히 럭셔리하고 멋진 실내 장면들이 나오는데 나는 생리적으로 거부감이 들어서 그런 장면을 못 찍을 것 같다.

 

<마더>의 옛날식 룩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엄마와 아들의 관계에 집중하기 위해, 지역성과 시대적인 느낌을 혼재시키고 지우려고 했다, 라고 대답한다. 지방이나 시골에 갈수록 옛날 모습이 혼재돼 있으니까 그게 리얼리티라는 식으로 우긴다. 하지만 사실은 내가 광택 같은 걸 못 견뎌서 어떻게든 그게 없는 곳을 찾다보니 결과적으로 옛날 룩이 되는 것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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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욱: 약재상 있는 장면은 어디서 찍었나?

 

봉준호: 그건 전북 익산 바로 옆에 여산이라는 곳에서 찍었다. 그렇게 내가 원하는 톤을 찾다보니 촬영 장소가 전국 사방팔방으로 흩어지게 됐다. 그리고 이제 그런 장소들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설국열차>를 찍고 그 다음 영화를 국내에서 찍는다고 한다면 5~6년 후가 될 텐데 우리나라가 워낙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어서 그때는 거대한 오픈세트를 지어야할지도 모른다. 

 

김종철: 나에게 옛날식의 느낌이 강하게 든 부분은 극중 문아정 캐릭터가 쌀떡녀로 불렸던 거다. 쌀을 받고 몸을 주는 아이. 나는 그것과 비슷한 이야기를 70년대 중후반에 내가 살던 동네에서 실제로 듣기도 했다.

 

봉준호: 김동인의 <감자>에나 나올 법한 얘기처럼? (웃음)

 

김종철: 그렇게 쌀떡녀의 설정을 보니 시대가 좀 옛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봉준호: 시나리오 모니터링 중에도 제작부 중 한명이 그런 지적을 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요즘 세상에 쌀을 받는 건 좀 아니지 않나, 라는 식으로. (웃음)

 

쌀은 은근히 영화적이다

 

김종철: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고 다니는 애가 쌀을 가지고 몸을 판다는 건 좀 그렇더라.

 

봉준호: 아니 뭐, 밥은 먹고 살아야 하니까. (웃음) 사실 쌀을 이용한 건 영화적 욕심으로 리얼리티를 정당화시킨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모 시골 지역에서 실제 있었던 이야기인데 장애가 있는 아이를 마을 남자들 수십 명이 건드린 일이 있었다. 더 충격적인 건 그 남자들끼리 암묵적으로 다 알고 있었고 서로 권유하기까지 했던 거다. 정말 무시무시한 사건인데 그런 실제 이야기가 영화 속의 쌀떡 소녀보다 더 한 경우다. 영화는 오히려 많이 순화된 거라고 할 수 있다. 실제 사건에선 나중에 강간으로 안 잡히려고 일부러 소녀에게 오백원씩, 천원씩 주고 그러기도 했다고. 그 애가 그 돈으로 찬거리도 사고 그랬다더라. 그 애는 머릿속에 강간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까. 나중에 목사 한 분이 진실을 알아서 법정까지 가서 마을을 풍비박산 내려고 했는데 그 마을 사람들이 똘똘 뭉쳐서 그 목사를 괴롭히기까지 했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실제로는 쌀보다 더 한 일이 존재했다.

 

또한 리얼함 이전에 돈 대신 쌀도 받는다, 에서 쌀이라는 것에서 느껴지는 비참함이 필요할 것 같았다. 게다가 쌀은 또 은근히 영화적이다. 쌀더미 속에서 쌀톨들이 좌르륵 떨어지면서 핸드폰을 빼는 느낌과 거기에 수반되는 사운드. 그런 이미지가 생각나면 감독 입장에선 쓰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기가 힘들다. 일단 그걸로 가고 나중에 정당화 시키는 거다. ‘요즘 세상이라고 안 그럴 줄 아니?’ 하면서 말이다. 진지하게 ‘너는 현실을 모르는구나’라고 되묻고. (웃음)

 

김종철: ‘요즘에는 안 그렇다’라기 보다는 시대적인 느낌이 옛날 같았다는 거다. 그렇게 돈이 아닌 쌀을 받았기 때문에 캐릭터에 대해 감정이입이 더 잘됐고 굉장히 궁지에 몰린 처절한 입장이라는 느낌이 받았다.

 

봉준호: 사실 냉정하게 보면 ‘에이 설마 저럴까?’ 싶기도 하다.

 

김종철: 어렸을 적에 초등학교에서 그런 식으로 어린애들이 돈을 주고 화장실 뒤에서 여자애의 치마를 들쳐보는 일들도 있었다.

 

이용철: 펠리니의 <8과 1/2>를 봐도 그런 장면이 나온다. 그런데 그런 걸 펠리니가 찍는 것하고 한국 사람들이 다루는 느낌하고 다른 것 같다. 마냥 밝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펠리니가 40대의 나이에 그걸 찍을 때는 슬픔이 아닌 어린 시절의 추억 같은 느낌으로 찍었는데, 한국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말하는 것부터가 슬프게 다가온다.

 

봉준호: <8과 1/2>에서는 뚱뚱한 아이가 그렇게 나오니 뭔가 우화적인 느낌도 나고, 또 감독의 스타일이 있으니 노스탤지어적인 비주얼로 나온 것 같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게 너무 현실적으로 가까이 있으니 씁쓸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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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단 소리 나고 폼 딱 잡힌 사람들 보면 무섭다

 

이용철: <마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 아정의 시체가 걸렸던 옥상 풍경을 보여주면서 ‘이 동네 참 이상해’라는 식으로 말한 장면이다. 그 마을을 한국사회의 한 단면으로 생각한다면 그것을 ‘이상하다’라고 말한 것이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감독으로서의 관점으로 여겨도 될까? 

 

봉준호: 진태가 말한 대사였다. 그걸 듣는 혜자나 관객 입장에서는 좀 무섭게 느껴졌을 거다. 비도 내리고 대사도 약간 보이스오버처럼 깔리니까. 한국에서만 살아서 외국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사회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다. 완전히 적응된 사람들을 보면 굉장히 부러우면서 동시에 그 사람이 무섭게 느껴질 때가 아주 가끔 있다. 특히 몇 년에 한번 투자사에 계신 분들을 만날 때 말이다. (웃음) 술자리에서도 넥타이를 매고 계신 분들을 만나면 마음이 불안해지면서 ‘저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얼마나 이상할까?’ 생각도 들고. 왜 머리에 기름 쫙 바르고 주머니에선 ‘착착착착’ 은단 소리도 나고 폼과 각이 딱 잡힌 사람들 있지 않나. 그런 분들을 보면 때론 공포스럽다. 왜 이런 데서 같이 술을 마셔야하나 되게 불안해지고. 나한테 ‘영화 재밌게 봤다’ 그러지만 실제론 재미없게 봤을 것 같고. (웃음)

 

이용철: 그런데 봉감독의 영화에서 그런 표현들을 보면 기분이 좀 안 좋기도 하다. (웃음) 대표적으로 <괴물>의 첫 장면에서 자살하려는 남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하는 대사 말인데...

 

봉준호: “끝까지 둔해빠진 새끼들...”이었을 거다.

 

이용철: 그런 대사가 꼭 봉감독이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하는 말 같은 느낌이 들었다.

 

봉준호: (웃음) 결코 그런 거 아니다.

 

이용철: 나한테도 실제로 저러는 게 아닐까 싶었고...

 

봉준호: 절대 아니다. (웃음) 여기 있는 분들은 다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고 은단 갖고 있는 분들이 무섭다는 얘기다.

 

이용철: <마더>를 사회적인 맥락에서 읽는다면 한국사회의 비극적인 문제들의 원인이 무엇인가라고 했을 때 ‘기억을 없앤다’라는 것이 하나의 요인으로 다가왔다. <마더>에서 엄마는 아들에게 ‘너의 안 좋은 기억을 없애줄게’라고 말한다. 고물상 아저씨한테도 같은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 그들의 기억을 지우지 못한다. 결국에 엄마는 그 기억을 자기가 가져가야함에도 불구하고 자기 기억을 지우려 한다. 정작 지워줘야할 사람들의 기억은 못 지우고 자기 기억을 지우려 한다. 나는 그렇게 기억을 지우는 행위가 아까 말했듯이 책임을 회피하게 만들어 한국사회의 어둡고 비극적인 일들을 야기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 장자연 사건이 불거졌을 때 박연차 게이트가 터져 더 이상 이슈화되지 못하고 또 그것이 전직 대통령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기억이 계속 연결되고 진실이 밝혀져야 함에도 한국 사람들은 다음 스캔들이 나오면 그냥 잊고 만다. 그런 점에서 <마더>의 마지막에서 기억을 지우는 행위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봉준호: 거꾸로 말하면 개인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지워야지만 그나마 견디며 살아갈 수가 있고 그래서 슬픈 거다.

 

이용철: 사실 그러면 안 되는 거지 않나. <플란다스의 개>의 마지막에서 이성재가 배두나에게 ‘기억나?’라고 했다. 사실 거기서 배두나는 기억을 해야 하는 거지 않나.

 

엄마가 기억을 지우는 건 처절한 몸부림

 

봉준호: 그래서 구두를 갖다 준다. <살인의 추억>은 영화 전체가 기억을 하고자 잊지 않고자 해서 만든 영화였다. 하지만 <마더>는 조금 다르다. <마더>에서는 엄마가 몸에 피까지 묻혀가며 진실을 알았는데 그로 인해 과거와 미래가 다 봉쇄된 거다. 과거에는 농약으로 자살하려 했고 미래에는 엄마와 아들 둘 다 살인자 신세가 된 거고 죄 없는 종팔이까지 감옥으로 보냈다. 그런 상황에서 모든 걸 다 짊어지고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을까? 혜자 입장에서는 기억을 없앤다는 것이 처절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한다. 아들이 그렇게 침통을 건네 준 상황에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던 거다. 또한 생각해보면 그것은 영화의 2시간 가운데 처음으로 엄마가 자기 자신을 위해 하는 행동이다. 영화 내내 아들을 위해 행동해왔던 엄마로선 말이다. 그것이 역설적으로 슬프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 동네가 이상하다. 그 동네가 상징하는 한국사회가 이상하다. 그 안에서 엄마와 아들은 미칠 수밖에 없다’로 볼 수도 있겠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그 자체가 일정 정도 맥거핀처럼 작용된다고 본다. 온 동네에서 아정이를 성적으로 착취한 건이 사실이지만 정작 비극은 도준이 자체로부터 온 것이 아닌가. 도준이가 그런 행동을 하게끔 엄마는 ‘한 대 치면 두 대 깐다, 무시하면 작살내라’는 식으로 교육을 시킨 거고. 한국사회나 모자 외부에 뭔가 큰 요인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냥 그들 모자는 스스로 무너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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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가 이상하다’는 대사가 나오는 장면에서도 혜자가 옥상에 올라가 온 동네를 바라 볼 때 동네 어딘가에 음습하게 범인이 숨어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혜자의 발밑에 진실이 있었던 거다. 그 밑에 숨어 있던 할아버지가 도준이 저지른 비극의 순간을 다 목격한 거였고 그래서 혜자가 아래로 내려올 때 카메라는 할아버지의 위치에 있다. 집 내부의 시점으로 혜자가 계단을 내려와 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찌 보면 그 시선 자체가 아주 무서운 거다. 외부로 온 동네로 뭔가를 확장시키고 거기에 모든 비밀이 있을 것 같지만 사실은 혜자의 발밑에, 어두운 내부에 있었던 거다. 아들이 할아버지를 창문 틈으로 목격했다고 해서 혜자가 그 고물상으로 쳐들어가지만, 그 반대로 할아버지가 도준이를 목격한 게 아닌가.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굉장히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거다.

 

한국사회가 문제인 것 같지만 실상은 엄마와 아들 내부에 원인이 있다는 것. 보수적인 관점일 수도 있지만 그것이 <마더>가 <괴물>이나 <살인의 추억>과 다른 점이라고 생각했고 시나리오를 쓸 때도 거기에 초점을 뒀다. 하지만 막상 찍혀진 영화를 보니까 외부적인 요인들이 없지만은 않더라. 아무리 원빈이 돌을 던져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지만 그 지점에 이르기까지 아까 말한 마을이나 아정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쌓여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 같기도 하다.

 

진태의 대사는 잡놈의 절정을 보여주려 한 것

 

김종철: 엄마와 진태의 관계가 굉장히 궁금하다. 엄마가 집에 돌아와 보니 진태는 컴퓨터로 고스톱을 치다가 ‘니가 나에게 이럴 수 있냐?’라고 말하는 장면 말이다. 다른 때는 ‘엄마’ 또는 ‘어머니’라고 부르다가 그 순간에는 웃통을 벗고 ‘니가’라고 부르는 게 좀 이상했다.

 

봉준호: 섹시하게 말이다. (웃음)

 

김종철: 엄마 입장에서는 진태라는 애를 꺼려하고 또 진태가 그 집에 자주 온 것 같지도 않은데, 옷을 벗고 있는 것이 뭔가 그 상황에 익숙하다는 느낌이었다. 내 생각에 엄마와 진태가 과거에 불륜 관계가 아니었을까 싶다.

 

봉준호: 특히 많은 아주머니들이 진태가 섹시하다고 말해주시더라. (웃음) ‘도준 엄마랑 두세 번은 관계를 맺었겠지?’ 라고 묻기도 하고. 또 엉뚱한 해석으로는 ‘씨 다른 자식이다’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것도 <마더> 인터뷰의 거의 후반으로 오면서 솔직하게 처음으로 익스트림하게 밝히는 건데 사실 나로선 그럴 의도가 없었다. (웃음)

 

물론 그 순간에 뭔가 성적으로, 공격적으로 혜자를 위협해야한다, 는 생각은 있었다. 그 전 장면에 혜자가 진태랑 미나가 섹스하는 걸 목격하지 않았나. 그랬던 놈이 웃통을 벗고 비오는 날에 자기랑 집에 단둘이 있는 거니까. 또 도준에서 진태로 환각처럼 싹 바뀌는 부분도 나쁘게 분석하자면 잘 수 없는 남자에서 잘 수 있는 남자로 바뀌는 셈이다. 가슴을 들이밀며 살 냄새를 풍기며 지나간다. 대사도 약간 남편처럼 ‘왜 이렇게 늦었어?’ 하는 식으로 말하고. 그런 성적인 공격성은 영화에 도저하게 흐르도록 의도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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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둘이 실제로 무슨 관계가 있거나 혹은 그런 느낌을 의도적으로 풍기려한 건 아니었다. 대신 진태를 미워할 수 없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잡놈’으로 그리려 했다. 돈을 받아먹긴 하지만 돈을 주면 조력자가 되어 갑자기 좋아지는 놈. 그런 놈이 골프채에 립스틱 묻은 것 때문에 경찰서에서 고초를 당한 거지. 진태 입장에서는 되게 기분 나쁠 거라고. 자기 집을 가택침입해서 몰래 뒤진 거니까. 그리고 자기가 섹스하는 걸 엄마가 훔쳐봤을 거라 추측도 했을 거고. 그렇다면 엄마 집에 가서 충분히 뒤집어엎을 수도 있지. 

 

결국 진태의 목적은 위자료, 돈이고 그것을 얻기 위해 최대한 잡놈스럽고 공격적으로 보이고 싶었는데 거기에 뭔가 케이크 위에 딸기를 얹듯이 하는 한방이 부족했던 거라. 그래서 찍기 전전날 콘티에서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고 대사를 바꿨다. 이 대사 너무 막나가는 거 아닌가, 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배우 본인의 생각이 궁금해서 촬영 당일 날 아침에 분장실에서 진태로 분장하는 진구를 만났다. 테스트겸해서 ‘야 이 새끼야, 친구 어머니에게 그렇게 얘기할 수가 있냐!?’라고 따졌더니 진구가 ‘감독님이 써놓고서 왜 이러세요? 하지만 제 입에 딱 붙었어요’라고 하더라. (웃음) 그때 ‘아 역시 이 녀석은 진태다, 너무 귀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이렇게 가야겠지?’라고 했더니 ‘그럼요, 감독님, 딱인 거 같아요, 진태인 거 같아요’라고 하면서 실제 연기도 잘 하더라. 그 대사를 하자마자 바로 긁으면서 ‘위자료 5백만 원 달라’고 하지 않나. 또 그 돈 받고 바로 ‘어머니’ 소릴 하고. 둘 사이의 관계를 추측하게끔 할 의도는 없었다. 좋게 말하면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 거고 나쁘게 말하면 혼란스럽게 만든 것 같다.

 

이용철: 극장에 가면 간혹 영화를 두 시간 내내 설명하면서 보는 관객이 있지 않나. 두 번째로 극장에 보러 갔을 때 상영  내내 대화를 하면서 보는 여자들이 있었는데 그 여자가 유일하게 설명 못하는 장면이 거기였다. ‘저게 뭐니?’라고 하더니 영화 끝날 때까지 그 의문을 갖고 있더라. 

 

봉준호: 나와 진구는 의기투합해서 잡놈의 절정을 보여주려 한 건데 의외로 걸림돌이 된 것 같다. 특히 이런 유의 영화는 작은 것 하나하나에 관객들이 민감하게 신경을 쓰는 것 같다. <살인의 추억>의 ‘보일러 김씨’ 때도 그랬고. 이강산 기사님이 카메오로 출연해서 보일러를 손보고 가는 장면 말이다. 취조가 얼마나 지리멸렬하고 산만한가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였는데 나중에 인터넷에 보니 ‘보일러 고치러 들어왔던 아저씨가 범인이다’라는 얘기도 있더라.

 

일동: (웃음)

 

이용철: 관객들이 헷갈릴 법도 한 게 그 앞에 박카스 병 나오고 오바이트 하는 장면들이 잠깐 지나가지 않나. 그러다 갑자기 남자 둘이 하나로 겹치고 남자가 반말하고 장면의 흐름이 빨라지니까 관객 입장에선 충분히 혼란스러웠던 거다. 난 사실 처음에 봉감독이 칸영화제에 빨리 가려고 하다가 편집 과정에서 실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웃음) 아니면 한국 정서 때문에 원래 있던 장면을 뺏던 거거나 하는 식으로.

 

봉준호: 그런 건 아니었는데. (웃음) 어쨌든 그 대사로 인해 의도치 않게 많은 생각들이 뻗쳐 나오고 사람들이 궁금해 했던 것 같다. 

 

김종철: 그 대사가 나오면서 마침 진태의 손이 사타구니에 들어가니까 더 이상했다.

 

봉준호: 시나리오에도 그 지문이 있다. ‘자지를 주물럭거린다’라고. (웃음)

 

김종철: 그런 게 진태가 친구 엄마랑 관계를 맺는 것에 익숙한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봉준호: 정말 패륜적인 장면이다. (웃음) 진태가 영화의 요소요소에 등장하지만 화면에 등장하지 않을 때 도대체 뭐하는 놈인지 궁금하게 만드는 캐릭터다. 가족들도 안 나오고, 끝에는 또 양복 입고 차 끌고 나오고.

 

죽여서 위에 걸쳐놓는다는 개념이 재밌다

 

류상욱: 나는 가장 무서웠던 장면이 아정이 시체가 처음 보이는 장면이었다.

 

봉준호: 대낮에 디졸브되는 장면 말인가?

 

류상욱: 옥상 난간에 걸려 머리를 거꾸로 늘어뜨리고 있는 장면. 호러 영화의 한 장면 같았는데 처음부터 그 비주얼을 생각했나.

 

봉준호: 그렇게 옥상에 놓여있다는 설정 때문에 뒤의 스토리와 연결되지 않나. 죽여서 파묻는 게 아니라 위에 걸쳐놓는다는 개념이 재밌었다. 같이 작업했던 박은교 작가가 옥상에 시체를 끌고 올라간다는 개념을 처음 도입했다. 난간에 거는 건 없었지만 시체를 옥상으로 갖고 가면서 피가 계단에 뚝뚝 떨어지는 이미지가 나왔다. 실제 영화에선 사라진 부분이지만 처음 시나리오 쓸 때 그것이 인상적이었고 밑이 아닌 위로 간다는 느낌이 재밌었다. 그러다 아예 그럴 거면 난간에 전시를 해 사람들이 보게 되는 걸로 가닥을 잡았다. 그렇게 펼쳐나가다 보니 쨍한 대낮에 형사들은 나루터에서 돛단배 구경하듯이 황당해하는 거고. ‘2학년 4반... 고삐리네’라며 셋이 MBC 합창단 자세로 올려다보고. 그게 나로선 핵심적인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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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아정이란 캐릭터가 아주 중요하고 불쌍한 인물인데 그 인물에 접근해 들어가는 방식이 처음에는 굉장히 오브제 같지 않나. 마치 교복 빨래 널어둔 것처럼, 뒤에도 빨랫줄에 교복이 잠깐 나오고. 남자들은 무슨 올림픽 깃발 보듯이 쳐다보면서 노닥거리고. 그때 거꾸로 된 얼굴이 잠깐 나온다. 어두워서 잘은 안 보이지만. 그리고 그 인물에 대한 이야기만 계속 나온다. 아정이에 대해 아느냐 어쩌느냐 식으로. 그리고 다음 단계로 영정 사진이 나오는데 혜자가 그걸 방에 붙이는 게 나온다. 그리고 사진관하는 전미선의 회상을 통해 마침내 살아있는 그 아이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 아이가 말하는 걸 처음 듣는다. 그 다음에 놀이공원에서 고등학생 무릎팍에 누워있는 모습이 나오고 점점 그 애의 진실에 다가가게 된다.

 

그런 식으로 처음에는 살인사건의 어떤 희생자, 나쁘게 말하면 고깃덩어리 하나가 걸려있는 것처럼 보이던 것이 한 불쌍한 아이의 실체로 점점 다가서는 형태로 했다. 스타트는 엽기적이고 잔인하면서도 그 인간의 채취가 전혀 안 느껴지는 것으로, 마치 옥상 난간에 걸린 빨래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다. 그게 문아정의 시작이고 문아정의 끝은 도준에게 하는 대사였다. ‘니가 날 알아?’라고. 그 가장 비극적인 마지막 순간에 도달해서야 자기 감정과 목소리를 직접 토하는 거다. ‘남자가 싫다’라고. 그 아이의 마지막 유언 내지는 진짜 본심을 그 순간에 가서야 말한 건데 말하자마자 죽게 되는 거다.

 

이용철: 그 언밸런스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괴물>에선 다른 감독들 같으면 마지막에 괴물로 인한 상처나 폐허 같은 걸 보여줄 텐데, 눈 오는 배경에 서있는 매점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마더>에서는 계속 그 아정의 캐릭터를 구축해가면서 아정이 또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씬이 있다. 자기를 절대 잊지 마라는 의미로 자기 사진을 핸드폰에 찍어서 그걸 할머니에게 줬다. 어떻게 보면 아정이 자기를 끝까지 기억해달라는 거였는데 봉감독은 어느 순간 그 캐릭터를 지워버린다. <괴물>에서처럼 그런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봉준호: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다. 내 영화를 찍고 나서 느끼는 건데 사람하고 사람이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누가 아는 걸 모두가 안다거나 하는 식이 잘 성립되지 않는다. 다 엇갈려 있다거나 언밸런스하거나 그 상태로 그냥 끝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런 걸까 싶기도 하고. (웃음)

 

이용철: 그게 영화 내에 그런 공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할 때 다른 감독은 잘 안 보여주려고 하는, 김기영 감독이나 즐겨 사용하는 듯한 공간이 주로 나온다. 아파트 지하라던가 산이라든가 굴다리 같은. <살인의 추억>에선 하수도도 나오고 <마더>에선 어두운 골목 풍경이 다른 한국영화에선 잘 안 나오는 공간이다. 봉감독은 그런 사람들의 관계를 그 안에 넣어두고 묻어버리는 것 같다. 

 

봉준호: 그런 공간이 멋진데 왜 다들 안 찍는 걸까? (웃음)

 

좁거나 어두운 언더월드에 끌린다

 

이용철: 그런 공간 설정이 의도적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질문을 그 공간 안에 두고 그 상태로 두는 것 같다. 그 공간들을 언제까지 가져갈지가 궁금하다. 차기작 만들 때도 그런 공간을 이용할지 말이다.

 

봉준호: 원래 어두운 공간에 비밀이나 사연도 많기 마련이고. 비밀은 또 안 밝혀질 때 재밌지 않나. 나보고 광장공포증이 있는 것 같다고 누가 그랬던 것 같다. <괴물>의 매점 같은 경우를 예로 들면서 좁은 공간에서 오히려 아늑함을 느끼는 거 같다고. 어렸을 때부터 좁거나 어두운 공간에 비밀이 있거나 음습한 일들이 벌어지는 것에 많이 끌렸다. 잠실 모 아파트에 살 때 아파트 지하실에서 이상한 광경들도 많이 보고. 경비 아저씨와 청소부 아줌마의 썸씽 같은 거.

 

일동: (웃음)

 

봉준호: 지하 언더월드가 그분들의 세계고 주민들은 또 잘 안내려가니까. 주민들이 쓰다 버린 멀쩡한 가구나 가전제품으로 잘 꾸며놓았더라. 거기 내려가면 기분이 되게 이상하다. 어두운 버전의 모델하우스랄까. <플란다스의 개>나 특히 <지리멸렬>에서 그런 걸 많이 다뤘는데 그런 걸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거창하게 변명하면 빛과 어둠을 그리려 했던 거고. <마더>에서 모든 진실이 다 응축돼 있는 폐가와 작은 집들 사이의 그 작은 골목 말인데, 밤과 달리 대낮에 드러난 공간은 별로 대단한 게 아니다. 집들이 모여 있다 보면 그런 공간이 의례 생기기 마련이다. 그 장면을 위해 홍경표 촬영감독, 류성희 미술감독하고 많은 시간 의논했다 낮에 보면 대수롭지 않지만 밤에 특정 조명을 비추면 극적으로 보여야하고 폭도 되도록 좁았으면 좋겠고 하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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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철: 굉장히 깊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어두운 공간 속에 엄청나게 깊은 것이 저 안에 있다는 것처럼.

 

봉준호: 그 공간이 처음 소개되는 것이 도준이 아정의 뒤를 졸졸 따라가다가 ‘남자가 싫으니?’라고 할 때 아정이 획하고 들어갈 때다. 그 다음에 시점이 바뀌어서 도준의 어깨 너머로 그 골목이 스윽 보인다. 그 결정적인 장면 뒤에 또 시점이 완전히 바뀌어서 카메라가 그 공간 안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도준이 프레임 안에 잡히게 되고. 또다시 도준 시점으로 골목을 보다가 샷이 바뀌어서 골목이 도준을 보는 식으로 돼있다. 연쇄살인 영화에서 늘 인용되는 표현으로 ‘우리가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본다’라는 말이 있다. 찍을 땐 몰랐는데 찍고 나서 보니 그 장면 자체가 그거더라. 도준이 바라봤던 심연이 도준을 바라보는 걸로. 원래부터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클라이맥스하고도 연관된 것 같다. 도준이 창문 사이의 노인을 목격한 게 아니라 노인이 도준을 목격한 거고 거기에 진실이 숨어있던 거다. 콘티를 짤 때 그런 걸 다 생각해서 한 건 아니지만 나중에 해놓고 보니 그렇게 보이더라. (웃음) 

 

김종철: 스릴러 장르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도준이 아정의 뒤를 따라갈 때 아정이 어두운 공간에 숨는 것이 좀 이상했다. 밝은 계단 놔두고 왜 굳이 어두운 공간으로 도망치는지 말이다.

 

봉준호: 도준이 없었다면 그 옆에 할아버지가 있는 집으로 들어갔을 거다. 그런데 도준 때문에 그 타이밍을 놓치고 당황해서 그쪽에 숨어들어간 건데 거긴 사실 막힌 곳이었다. 설마 거기 돌이 있는 걸 알고 들어가진 않았을 거다. 들어가서 분을 삭이다 보니 거기 돌이 있어서 던졌을 거고 그렇게 비극이 시작된 거라 생각했다.

 

김종철: 관객 입장에서 볼 땐 아정이 그렇게 어두운 곳에 일부러 숨었다면 거기 누군가가 있다는 짐작이 들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중에 도준이 기억을 떠올려 할아버지가 근처에 숨어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 사실 크게 놀랍지가 않았다.

 

봉준호: 뒤의 클라이맥스를 빼고 봤을 때는 그 순간만의 미스터리가 있는 거다. 어두운 공간에 들어가고 나서 모습은 안보이고 돌만 날아오니까. ‘그 안에 여고생이 있는 걸까? 아니면 다른 누군가가 있는 걸까?’ 하고. 그런 의문점을 미리 심고 싶었다. 조명상의 딜레마는 좀 있었다. 처음에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보였다가 나중에는 그 내부가 드러나야 하니까. 영화적 허용치 내에서 편법을 쓴 거다.

 

김종철: 처음에 도준이 골목을 지나가는 부분에서 할아버지 얼굴이 살짝 비치길래, 예전에 <프로폰도 로쏘>에서 주인공이 처음에 놓치고 지나간 액자 그림을 나중에서야 떠올리고 사건의 단서를 찾는 게 생각났다.

 

봉준호: 난 그 영화는 못 봤지만 데이빗 린치의 <트윈픽스>에서 장면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거기 보면 로라 팔머의 엄마가 딸의 방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나중에 기억을 떠올리니 딸의 방 침대 옆에서 남자의 얼굴이 있던 걸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장면이다. 무의식 가운데 있다가 그것이 생각나 비명 지르던 것이 무섭고 인상적이었다. 거기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것 같다. 나중에 DVD로 다시 보면 알겠지만 영화 초반에 이미 단서가 나온다. 관객들은 화면이 어둡고 또 문아정에게 시선이 집중되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데, 도준이 쫓아갈 때 창문 틈으로 백발노인의 모습이 보인다. 일부 극장에서 화면이 어둡고 잘려서 잘 안보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페어플레이를 한 거다. 반칙은 아니다. (웃음)

 

찢은 가족 사진의 한쪽은 아버지였다

 

이용철: 변희봉 선생님과 자주 작업하셨는데 혹시 그 고물상 아저씨 역할을 원래 그분이 하기로 했던 건 아니었나? 우리끼리 농담하길 그런 작은 역할을 맡겼다가 거절당한 건 아닌가 싶었다. (웃음)

 

봉준호: 변희봉, 김뢰하 없이 찍은 첫 영화라서 좀 낯설었다. 그분들께 첫 시사회 때 보러 오라고 연락을 하면서도 낯설었고. 그분들에겐 '어차피 영화 인생이 기니까' 라는 식으로 무마를 했다. 변선생님은 예전에 “<괴물> 다음에 뭐 할 거냐?”고 하셔서 “<마더>”라고 했더니 “남편이 있겠네?”라고 넌저시 물으셨다. (웃음) “과부”라고 했더니만 “좋다고 쫓아다니는 영감이 있지 않겠나?”라며 계속 관심을 보이시더라. (웃음) 그렇게 가볍게 농담 삼아 이야기하곤 했다.

 

류상욱: 그런데 그 역할을 변선생님이 했다면 많이 튀었을 것 같다. <마더>는 엄마와 아들 이야기지만 아버지는 없지 않나. ‘니 아버지는 어떻게 됐다’라는 식의 언급도 없고. 극중 전미선도 임신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 남편은 코빼기도 안 보인다. 내러티브상에선 아버지가 없는 것이 맞는 것 같은데 좀 이상한 느낌도 들더라.

 

봉준호: 가상의 존재처럼 싹 지워져 있다. 내가 원래 그런 식의 판단에서 극단적인 편이다. 찔끔찔끔 보여줄 바엔 아예 안 보이게 하는 쪽을 택한다. <괴물>에서도 변희봉 부인도 없고 송강호 부인도 없지 않나. 이번에는 그 반대로 남편 쪽을 다 지워버린 거고. 그리고 <살인의 추억>의 마지막 2003년 시점 에필로그에서도 김상경, 김뢰하는 빠지고 송강호만 나온다. <괴물> 에필로그에도 송강호만 나오고. 그런 식으로 화끈하게 스크린 밖으로 몰아내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게 나쁜 쪽으로 보면 약간 좀 아쉽고 허전하고, 좋은 쪽으로 보면 더 간결하고 집중력이 있으면서 오히려 나오지 않는 존재들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는 게 아닐까 한다. 그런 점에서 <마더>에서도 아버지의 존재는 확실히 제거하고 싶었다. 사실 사진으로 아버지의 모습을 찍긴 찍었다. 다락방에 올라가 사진 찢고 그걸 전미선에게 가져다가 확대해달라는 장면. 그 찢은 나머지 절반에 아버지가 있다. 그 찢겨진 부분을 따로 클로즈업으로 찍지 않았고 찢는 동작만 찍었는데 빛이 투과돼서 아버지의 형태가 보이긴 한다. 혜자 입장에선 남편을 찢고 자기 사진을 갖다 주는 건데, 어떤 네티즌은 또 찢어낸 게 진태라고...

 

일동: (웃음)

 

봉준호: 씨 다른 형제 진태가 거기 찍혀있는 거라고 추측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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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철: 처음에 김혜자 선생님이 춤추는 장면은 촬영 후반부에 찍은 건가?

 

봉준호: 실제 촬영 순서는 늘 그렇듯이 뒤죽박죽이고 장소와 계절에 스케줄을 맞춘 거다. 제천 클라이맥스 장면을 찍은 뒤 신두리에서 그 장면을 찍었던 것 같다.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의 라스트 씬도 벼가 누렇게 익었을 때 찍어야 해서 촬영 초반에 찍었다. 클라이맥스 같은 건 하나도 안 찍은 상태서 말이다. 프로 감독과 프로 배우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들판에서 춤추는 장면은 촬영이 한 4~50% 된 상태에서 찍었다. 버스에서 춤추는 장면은 비교적 막바지에 찍었다.

 

이용철: 시작 부분의 그 춤 장면은 본 사람들 대부분이 놀랐을 거다. 너무나 인상적이었는데 어떻게 지도를 한 건가. 

 

봉준호: ‘이 영화... 막 가는 거다’라는 식으로 전달했다. (웃음) 사실 라스트씬의 고속버스 춤 장면은 2004년 시나리오 쓸 때부터 있었다. 이건 엄마 이야기니까 반드시 고속버스 춤 장면이 들어가야 한다고 애초부터 정해놨다. 그런데 그 라스트를 보다보니 왠지 처음에도 춤을 넣고 싶었다. 라스트는 고속버스에서 추니 처음에는 대신 탁 트인 곳에서 하자고 결정한 거고. 혜자가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고물상 뒤의 숲으로 도망갔는데 거길 벗어나니 갑자기 비현실적인 몽환적이고 이상한 벌판이 나온다, 라는 설정이 먼저 있었다. 애초에 춤추는 장소로 선택한 건 아니었지만 살인을 한 뒤에 아주 이상한 곳에 도달한다는 설정으로 말이다. 이상한 음악도 나오고. 바로 조금 전 자기 인생에서 돌이킬 수 없는 어마어마한 짓을 저지르고 손에 피를 묻혔는데 되게 나른하고 몽환적인 공간이 펼쳐지는 거다. 그걸 꼭 찍고 싶었다. 이게 꿈인지, 좀 전의 살인이 꿈인지 멍해지는 거.

 

우리도 일상에서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일을 자주 겪지 않나. 대학교 때 가두시위를 하다가 백골단에게 쫓겨 프라자호텔로 들어간 적이 있었다. 도망치다 뒷문으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조용하게 ‘바~바~바바~’하는 음악이 흐르더라. (웃음) 몸에선 흰 가루가 막 떨어지는데 웨이터가 딸랑딸랑 움직이고 우아한 사람들이 앉아있고 말이다. 좀 전에 정말 내가 시위에 참여했었나 싶을 정도로 어이없어 했던 경험이다. 그때 호텔 2층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니 아래는 여전히 바글바글하고. 그런 식으로 혜자의 가장 비극적인 순간에 갑자기 펼쳐지는 이상한 공간, 그 장소를 제주도건 어디건 꼭 찾아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때까지도 오프닝은 정해두지 않았는데 그 결정적인 공간과 2004년부터 생각했던 라스트의 춤 장면을 결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뜨억~ 하겠지만 오프닝 씬이니까 ‘관객들이 이걸 보고 극장을 나가진 않겠지’라고 생각했다. (웃음). 오프닝에선 많은 게 허용되니까.

 

라스트 씬 만큼은 만족한다

 

이용철: 그 춤은 김혜자 선생님이 직접 고안하신 건가?

 

봉준호: 나나 선생님이나 미리 안무를 짠 건 아니었고 안무가를 초빙한 것도 아니다. 선생님은 그냥 야외에서 춤을 추셔야한다는 사실 자체를 당혹해 하셔서 “봉감독도 같이 춰야한다. 전 스탭이 같이 춰야한다. 나 혼자 춤출 순 없다. 이 나이에 내가 무슨 짓이냐” 그러셨다. 그렇게 불안하셨는지 연습까지 하시더라. 여자 연출부 두 명을 불러서 짬날 때마다 같이 연습하는 눈치였다. 처음에는 영화에 나온 것과는 다르게 고속버스에서 아줌마들이 추는 막춤을 넣으려고 했다. 트로트 음악도 틀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분위기가 너무 안 맞아서 그것보다는 좀 느슨한 걸로 하기로 했다. 연습을 하긴 했어도 각까지 미리 세밀하게 맞춘 건 아니었고. 단지 짬짬이 연습해두신 것 중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입만 보여주는 이미지가 굉장히 강렬해서 그걸 콘티에도 넣었고 촬영 때도 그 동작만큼은 꼭 찍기로 약속을 했다. 이병우 감독의 음악도 그 부분에 맞춰 잠깐 스톱이 되도록 했다.

 

류상욱: 이병우 감독의 그 기타 음악이 참 좋았다.

 

봉준호: 그 음악은 그 춤을 보고서 만든 거다. 음악을 틀고 현장에서 춘 게 아니라.

 

이용철: 그 장면을 여러 번 찍었나?

 

봉준호: 의외로 많이 안 찍었다. 영화에 들어간 게 4번째 테이크다. 5번인가 6번인가 밖에 안 찍었다.

 

이용철: 김혜자 선생님이 원래 키가 큰 분이 아닌데 극중에서 존재감이 커서 작다는 느낌은 안 들었다. 그런데 그 장면에서 유일하게 숏다리로 보이더라. (웃음) 춤추기 전에 주무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치마가 덮여진 장면을 보면 다리는 작아 보이는데 치마는 볼록해서 마치 동화 속의 앨리스처럼 보이더라. 그런데 벌떡 일어나 옷을 툭툭 털고는 춤을 추니 아까 말한 것처럼 순간적으로 어디 다른 세상에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준호: 자다가 깨는 장면도 그렇고 일부러 이상한 장면을 의도했었다. 그리고 거기에 맞는 장소를 찾는 게 쉽진 않았다. 충청남도에서 찍었는데 얼핏 약간 이국적이기도 하고. 그런 장소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용철: 촬영하면서 배우들과 관계는 아주 돈독했던 모양이다.

 

봉준호: 지방을 돌아다니며 아기자기하게 재밌게 찍었다. 스탭들도 여섯 커플 정도 맺어지고. 지방 촬영을 오래하면 다 그렇게 된다. 젊은이들이 지방에서 할 일이 뭐 있겠나. (웃음)

 

이용철: 결과적으로 이번 영화에 만족하는가?

 

봉준호: 다시 찍는다면 더 잘 찍을 수 있었던 장면들이 많이 있어서 후회도 되지만 라스트 씬 만큼은 만족한다. 촬영 운도 좋았고 말이다. 6개월 넘게 준비한 샷이었는데. 찍고 나서 보통은 쪽팔려서 안 하는데, 그날만큼은 나와 홍경표 감독님이 부둥켜 앉고 쾌재를 부를 정도로 자부심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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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의 촬영은 2011년에나

 

이용철: 좀 더 자주 영화를 보여줄 순 없나?

 

봉준호: 어찌어찌 하다 보니 계속 3년씩 걸리고 그랬는데 시나리오를 직접 쓰다 보니 그렇게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 쓰는 것도 좀 천천히 쓰는 편이고 말이다. 장편 사이사이에 단편도 찍었다. <도쿄!>나 <디지털 3인3색> 같은 영화들. 그런데 다음에는 힘도 들고 해서 단편은 안 찍을 계획이다. 다음 영화가 스케일도 크고 하니까 아마도 3년은 걸릴 것 같다.

 

이용철: <설국열차>의 배경은 어딘가? 외국에서 찍을 것 같던데 배우 구성하고 제작 일정 같은 것 좀 알려달라.

 

봉준호: 해외 로케가 필수다. 추운 나라 쪽으로 갈 것 같다. 세트 촬영 물량도 많고. 배우는 한국, 영어권, 일본 배우 등 짬뽕으로 구성된다. 시나리오를 쓰고 준비할 걸 생각하니 2011년에 촬영에 들어갈 것 같다. 시각효과가 많이 들어가니까 대강 2012년에 영화가 나올 것이다.

 

이용철: 요즘 관객은 지나간 영화를 금새 잊어버리니 빨리 좀 내달라. (웃음)

 

봉준호: 나도 일년에 한편씩 하고 싶지만 아무도 나한테 시나리오를 안 주더라. ‘저 새낀 지가 쓴다’라고 인식이 박혀서. (웃음) 근 몇 년 간 남의 시나리오를 받아본 적이 없다. 라인업이 미리 발표돼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아무도 연락을 안 하고. 오히려 미국이나 일본 등 해외에선 꾸준히 오는데 한국에선 아무도 안 보내온다.

 

이용철: 해외에서 유명한 작품 제안을 많이 받았다고 들었다.

 

봉준호: 엄밀히 말해 제안 받았다는 표현은 틀린 거다. 그 얘기를 주지를 시켜도 기사는 이상하게 나가더라. 애초에 나를 지목해서 오는 시나리오가 있는 반면 에이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감독들에게 뿌리는 시나리오가 있다. 연출 의사를 밝힌 감독들을 스튜디오에서 1순위부터 줄을 세워서 거래를 하고 그중 한 사람이 결정되는 식이다. 시나리오를 받고 자기가 하겠다고 손을 들었는데 못하게 되는 일들도 있다. 더 쎈 감독이 오면 밀려나는 식이니까. 그런 걸 가지고 제안을 받았다고 하는 건 어폐가 있는 거다. 그것과 달리 해당 프로듀서가 나를 직접 지목해서 온 시나리오가 몇 차례 있었는데 그런 경우나 제안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엔 에이전시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어서 그런 개념이 안 잡혀 있는데, 그러다 보니 나에 관해서 뜬금없이 “<핸콕> 제의 받았다!”는 식으로 기사가 실리고. (웃음) 제의는 무슨 제의? 감독 한 열댓 명에게 쫙 뿌렸을 텐데 말이다. 이런 자초지종을 설명해도 제목은 꼭 그렇게 나오더라.

 

이용철: 그런 매체들이야 이슈를 좇으니까 그런 식으로 하는 거겠지. 우리도 그렇게 해볼까? (웃음)

 

<20세기 소년>은 내가 거절한 거다

 

봉준호: <20세기 소년> 같은 경우는 나한테 직접 제의가 들어왔다. 그런데 인터넷에 보니 내가 그걸 연출하고 싶었는데 짤렸다, 는 식으로 올라와 있어 좀 억울했다. 일본에서 제안이 온 걸 내가 이런 저런 상황을 검토한 뒤 못하겠다고 한 거다. 그런데 그게 반대로 알려져서 마치 내가 (원작자) 우라사와 나오키에게 까인 것처럼 됐더라. (웃음)

 

이용철: 어쩌다 그렇게 오해가 됐나 궁금하다. 아무튼 작년에 그 영화 나온 뒤에 다들 욕하지 않았나. (웃음)

 

봉준호: 그거 아직 못 봤다.

 

이용철: 난 그거 보다 잔 기억밖에 없다. (웃음)

 

김종철: 그때는 봉감독이 그걸 연출 하고 싶었는데 못한 건줄 알고 영화가 더 잘 나올 수도 있었을 텐데 하면서 아쉬워했다.

 

봉준호: 부산영화제 때 일본 프로듀서들과 만나서 미팅을 가졌다. 그런데 일본의 영화 촬영 조건이 우리나라랑 많이 다르지 않나. 제작비랑 최종 편집권 등등 이것저것 따져봤다. 그때 느낀 것이 우라사와 나오키의 그림자가 너무 크다는 거. 배우 캐스팅에도 관여하고 각색도 본인이 직접 하더라. 그 사람이 각색한 게 처음에 3시간30분짜리였다. 그걸 자기들이 줄여야한다고 하던데, 아무튼 그 사람에게 너무 끌려 다니는 느낌이었다. 그 사람이 워낙 천재다보니 이해는 가는데 감독 입장에서는 그렇게 되면 할 이유가 별로 없으니까. 영화를 한다면 원작자는 거기서 잠시 벗어나줘야 하고 감독이 재흡수를 해서 요리를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거절의 뜻을 밝혔다. 이게 진짜 ‘리얼리티’인데 어디서 그런 오보가 나왔는지 원...

 

김종철: 오늘 이야기 잘 들었다. 마지막으로 익스트림무비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 달라.

 

봉준호: 별 대단한 영양가는 없지만 이번 인터뷰에서 많은 진실을 밝힌 것 같다. 그간의 인터뷰들의 많은 가식과 거짓을 스스로 폭로하는 ‘리얼 인터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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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영원님 포함 9명이 추천

댓글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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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읽다가 슬쩍 스크롤을 했는데 엄청나게 길군요 (-_-) 점심 먹고 읽어야겠습니다. 일단 선리플 ^^; 기대됩니다. 앞에 좀 읽었는데 재미있습니다
댓글
11:43
09.06.25.
2등
진태와 엄마씬에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캬캬캬!!
재밌는 글 잘읽었습니다. 역시 익스트림무비는 멋지다는!!
댓글
12:32
09.06.25.
profile image 3등
읽는내내 입가에 미소가 :)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댓글
13:45
09.06.25.
오..잘 읽었습니다...20세기 소년 연출제의를 받았다가 거절한 거군요..<설국열차> 기대해봅니다..
댓글
13:59
0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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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이 속시원히 해결되는 인터뷰네요.
정말 긴데 정리하느라 고생하셨을 것 같아요.
근데 '구경꾼' 이거 너무 웃겨요 ㅋㅋ
댓글
14:13
09.06.25.
모큐
저도 거기서 뿜었습니다 ㅜㅜㅋㅋㅋㅋㅋㅋㅋㅋ
댓글
16:46
09.06.25.
총잡이
정말 잘읽었습니다. 봉준호 감독님 영화는 언제봐도 잼있어요..
댓글
14:25
09.06.25.
이제 다 읽었습니다 ^^; 정말 길고 재미있습니다. 봉준호 감독님 영화들은 모두 좋아하는데 이번 마더가 전 제일 좋았습니다. 궁금했던 부분 시원하게 해결이 되었네요. 인터뷰 자주 좀 해주세요. 그럴만한 한국영화가 많아야겠지만요.
댓글
14:36
09.06.25.
말끔히
그동안의 영화의 오독과 의문을 대체로 해소해주는 알찬 인터뷰네요
댓글
14:38
09.06.25.
ㅎㅎ 마지막 인사를 하시는 봉준호 감독님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독특해 보이네요 ^^

좋은 인터뷰 잘봤습니다. 마더에 대한 궁금증들이 많이 풀리고 모르던 사실들도 알게되었네요.

새로운 인터뷰들 기대하겠습니다.
댓글
14:45
09.06.25.
오오오 인터뷰어도 인터뷰이도 모두 힘들면서도 즐거웠을 인터뷰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드는 인터뷰테요.

봉준호 감독은 워낙 시나리오도 잘 쓰지만, 언젠가는 좀 더 효율적인
시스템 하에서 '감독'에만 집중하면서, 1년에 한 번은 아니라도 2년에
한 번 정도는 영화를 내놓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드네요.

헐리우드가 돈을 대고, 우라사와 나오키의 원작을 가지고,
봉준하 감독이 연출하는 sf 대작 <플루토>를 보고 싶다는 망상도 살짝^^
댓글
16:34
09.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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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비
봉감독님은 편안하게 즐겁게 말씀해주셨는데...
길다보니 정리하는 게 좀 고생이었네요.^^
댓글
16:48
09.06.25.
중간의 부제 중 '찟은 가족 사진의 한쪽은 아버지였다' 가 있는데 '찟은->찢은'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랄까 설마 비난감은 아니겠죠 ㅠㅠ

보고 나서 궁금했던 점(특히 진태와 혜자의 관계)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답을 찾았고, 결정적으로 재미있는 인터뷰입니다. 다음 인터뷰도 이렇게 재미있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ㅎ
잘 읽었습니다. 이 댓글 쓰구서 한번 더 읽어 봐야겠네요:D
댓글
16:45
09.06.25.
profile image
진사야
고쳤습니다..^^ 워낙 길다보니..T_T
지적 감사드려요.
댓글
16:47
09.06.25.
잘읽었는데 내가 궁금해하는건 역시 안나왔네요~ㅎ ㅡ 아정이사체의 오른손이 등뒤로 접혀있었고 (부자연스럽지 않나요?) 도준이 출소 후 마지막 식사장면에서 물뜨러 가면서 등을 긁는 장면을 클로즈업됐는데...전 왜 이리 그게 신경쓰이는건지 ㅎㅎㅎ

ps)읽으면서 인터넷이 4번이나 팅겼음. ㅡㅡ
댓글
17:12
09.06.25.
박찬욱
옹 진태와 엄마와 아무런 관계가 아녔군요 꼭 관계가 있는것 같았는데
댓글
18:09
09.06.25.
전테일
앗!! 내가 좋아하는 봉감독님 인터뷰가!! ㅠㅠ
역시 말씀도 재밌고 조리있게 잘하시는군요 ㅋㅋㅋㅋ
댓글
20:50
09.06.25.
와우, 대박 인터뷰군요.
역시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감독.. ㅋㅋ~
댓글
00:12
09.06.26.
오오옷!! 인터뷰 짱 잼난데요!! 내용도 풍성하구 유머도있고 무지 길지만 술술술 잘넘어갑니다. 잘읽었습니다. 봉준호감독님 짱이에요 ㅋㅋ
댓글
09:49
09.06.26.
백밀러에는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나는 그냥 진구가 열받아서 박살냈나 했더니.
댓글
10:43
09.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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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마지막 봉준호 감독님..동영상 인사하시는 거 무척 귀여우시네요.설국열차 기대하고 있습니다...^^
댓글
18:07
09.06.26.
정말 긴 장문의 글 잘 읽었습니다.^^
봉준호 감독님은 언제나 실망시키지 않으신다는..ㅎㅎ
댓글
02:09
09.06.27.
잘 읽었습니다. ^^
좋은 작품 계속 만들어 주시길..

(그런데 2년 간격은 어떻게 안될까요..?? ㅎㅎ)
댓글
04:14
09.06.27.
극장탑
늘 봉 감독의 담백함에 매료됩니다.
잘 만든 된장찌개, 김치찌개 먹은 느낌?
아우~~~ 조오타~~~ 시원하다~~~ 그런...

마더는, 어렵고, 찐뜩한듯 하지만,
결국 시원했습니다.

살 많이 붙으셨던데, 운동 좀 하시고**;
화이팅 입니다!!
댓글
05:11
09.06.27.
문성환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진짜 긴 인터뷰네요. 그래두 한번도 안쉬고 한번에 쫙! 잡지 인터뷰들은 재미가없어서 ^^; 봉준호 감독님 화이팅입니다!!
댓글
10:09
09.06.27.
profile image
(마더에 관련된)제가 읽어본 인터뷰 중에
가장 좋은 인터뷰인거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댓글
15:02
09.06.27.
글쎄요. 이 인터뷰로 모든 의문이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댓글
23:27
09.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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