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미드나이트 스카이-리뷰

넷플릭스를 지켜보면서, 시간과 자본, 그리고 콘텐츠를 아우르며 하나의 판을 만들어낸 그들의 의지에 경의를 보냅니다. 더불어 뭐랄까, 코로나19 환경이 만들어낸 특수성으로 인해 다양한 수작이 모여든 것에 대해서 '극장을 정말이지 선호하는' 저에게 양가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참으로 뭐라 할 수 없군요. 긴 두 문장을 썼습니다만, 이 두 문장을 쓴 이유는 이겁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이제 참 괜찮다!
(이제 해가 바뀌었으니)딱 4년 전만 해도, 넷플릭스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드라마나 영화는 스탠드 얼론 시나리오를 택했던 탓일지 몰라도 약간은 모자랐습니다. 왜 저 결론으로 갔지, 왜 플롯을 저렇게 전개하지, 같은 개인적인 불만이 늘 찜찜하게 남았었다 할까요. 그런데 최근 넷플릭스 영화는, 거듭 다시 써먹습니다만, 오리지널 영화가 이제 참 괜찮습니다.
[미드나이트 스카이] 역시 결론만 두고 말하면, 감상하기에 흥미롭고 끝난 뒤에도 여운이 남는 자극적이지 않은 전통 홍차 같은 영화였습니다.
영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최근 SF 영화의 흐름이라면 두 가지로 짚어볼 수 있겠습니다. 체험하게 하거나, 사유하게 하거나.
체험하게 하는 대표적인 영화가 아마도 [그래비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유하게 만든 대표적 영화라면 [컨택트]를 꼽겠습니다. 물론 제 개인적으로는 [컨택트]에 대해 상당한 불호를 주었습니다만.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체험과 사유라는 측면을 적절히 결합한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극적인 두 환경을 설정합니다.
지구로 향하는 탐사선 에테르 호의 설리와 지구를 지키는 과학자 어거스틴이 그들입니다.
에테르 호는 특정한 임무를 띠고 지구를 향하고 있으며, 과학자 어거스틴은 특정한 임무를 끝내고 지구에 남았습니다. 이러한 대비 위에서 지구와 연락하려는 설리와 어떻게든 그 연락에 답하려는 어거스틴의 모습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킵니다. 이 극적 반향을 끌어올리기 위해 어거스틴의 과거와 사랑, 현재를 적절히 교차하며 눈길을 잡아둡니다.
영화를 전체적으로 평하자면, 새로운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지금껏 나왔던 특히 최근 뛰어난 성적과 퀄리티를 보였던 영화의 단면이 보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이라면 앞서 언급했던 [그래비티] 이외에도 상당한 레퍼런스 영화가 떠오를 겁니다. 이를 영화적 성취도로 대입한다면, 그리 좋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반면 영화는 상당한 완성도를 가졌습니다. 단순히 둘만의 연락을 취하려는 내용이 전부였다면 118분이라는 러닝타임을 채우기 어려웠겠지요. 당장 내일이라도 삶을 마감해야 하는 어거스틴을 연기한 조지 클루니와 볼 때마다 참 신비한 눈빛을 보여주는 펠리시티 존스의 조합은 나이 차이를 아우르는 파격 로맨스 같은 설정이 아님에도, 무엇보다 두 배우가 한 공간에 나란히 있는 샷이 전혀 없음에도 매우 어울리는 합을 보여줍니다. 지구의 마지막에 더해 죽음을 앞둔 어거스틴이 에테르 호를 위해 목숨을 거는 설정은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우리는 왜,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비록 이 영화를 보며 수많은 다른 영화가 떠오르겠지만, 그래서 독보적인 영화적 위치를 차지하기는 어렵겠지만,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살아감"과 "소통"에 대해 조지 클루니가 그만의 방식을 동원해 답한 SF적이자 이지적인 답안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오늘도 살아갈 테고, 이글을 읽는 여러분과 소통할 테니까요.
황망한 남극의 벌판에 "홀로" 선, 그리고 가족이라는 마지막 이름을 가슴에 묻은 어거스틴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먹먹함을 느낄 겁니다. 단언하건대, 그래서 이 영화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무의미하지 않은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한때는 배트맨이었으며, 섹시한 남자 순위에서 빠지지 않던 조지 클루니의 [미드나이트 스카이]에서 마지막 모습은, 이제 뒤안길로 조금씩 돌아가 세월과 맞서야 할 그를 보는 듯해서 한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잘했어, 조지. 네, 저는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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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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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들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잘 만들어내는 것도 높이 살만한 능력이라 봅니다 극장에서 두번 보면서 다 따져봤는데도 일단 정서적 울림이 크고 완성도도 흠잡을게 없는 수작이에요

울림이 크고 완성도도 괜찮은 영화 맞아요. 저도 영화 잘 봤답니다.


영화관에서 본걸 정말 잘한 영화라 생각한 1인입니다
우주의 장면은 그래피티라는 압도적 영화(역시 조지클루니인데 ㅎㅎ)가 있지만 지구의 설경은 스크린에서 봐야 할 영화임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이렇게 답해주시니까, 극장에서 설경을 못 본 게 통한이네요. 넘나 아쉽습니다. 바빴던 게 핑계라면 핑계이지만요...
영화가 아마도, 나이나 경험에 따라 느끼게 하는 맛이 달라지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섹시한 위스키의 남자 조지클루니의 호호 할아버지됨이 저도 왠지 서글펐네요...ㅎ


평들이 올라오면 읽었는데 별로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 글은 딱 제 생각이더군요.
그래서 개인적으론 극장에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죠. 포스터도 쌩유였고.. ㅎ
저 또한 존잘남 조지 크루니의 늙음이 적응은 안됐지만 나무랄때 없는 연기임엔 틀림없다고 봅니다. ㅎ

일반적인 재미와는 거리가 멀지만 이런류의 평화로운 영화도 존재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